■ 외교통일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는 북핵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정부의 대북정책, 위안부 합의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사드배치를 넘어 ‘자체 핵무장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으로 북핵 문제 해법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안부 협상 반대와 재협상 요구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일본군 위안부 12·28 합의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가 지급한 10억 엔의 출연금과 소녀상 이전 문제 등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폐쇄 및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의 후속조치와 정부의 관련 기업 지원 문제 등도 주요 이슈였다.

국감 첫날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당의 보이콧에 의한 파행으로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 외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북핵 해법과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통일부에 대한 국감에서도 여당의 국감 보이콧에 따라 야당 단독으로 열렸으며,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통일부의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국감에 복귀한 이후에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묻고 기권했다는 '회고록' 내용이 논란이 되었고, 심재권 위원장의 위안부 협정 무효와 재협상, 북한선제타격론 반대 입장 등에 대해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해외 국감의 경우, 미주반은 새누리당의 국감 불참이 길어져 야당 의원들끼리 진행하고, 구주(유럽)반은 인원 미달로 취소됐다. 이에 따라 항공권과 현지숙소 등 비용뿐 아니라 그간 유럽 지역 국감을 위해 준비해온 의원실의 자료들과 해외공관의 자료들을 날리게 돼 행정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핵 대응, 브렉시트, IS테러 대응 등 현안 이슈 점검의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2015년에 이어 올해도 화상 국정감사를 진행했는데, 외통위도 이에 대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외교통일위원회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업무량이 적으면서도 큰 아젠다를 다루면서 다선의 중진 의원들의 분포가 높은 상황이다. 높은 선수(選數)의 의원 일수록 정책적 내용이 담긴 정책 보고서가 거의 없는 상황이며, 당위적인 내용의 질의와 말꼬리 잡기 식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어느 때보다 외교·통일 분야에 중요한 의제들이 많은 상황임에도 각 당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쟁에 치우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부실한 국정감사로 그쳤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사드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보상,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대북 정책 실패, 북핵 대응,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코리아에이드, 해외 난민, 테러 등이 현안으로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 3년여 간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핵개발도 저지하지 못할 정도로 실패했고, 통일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개발을 고도화하면서 한반도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재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화의 틀로 전환하기를 촉구했다. 남북교류 단절시대임에도 통일부의 역할이 전무함을 비판하고, 역할 재정립을 위해서라도 외교안보부처 차원의 대북정책 수립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병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북핵외교가 총체적 실패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전까지가 마지막 남은 대화의 골든타임으로 새로운 한미공조, 대중국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는 남북간 무한군비 경쟁을 통한 '공포의 균형'은 민족 공멸을 부를 수 있다며 단기에 강력한 제재 후 바로 대화의 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아울러 북한내부 붕괴를 언급한 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을 지적하고, 북한 수해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아베 총리 위안부 사죄 편지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 4선)은 남측 이산가족 생존자의 평균연령이 80세를 넘어섰고, 올해 7월말 현재 상봉을 신청한 남측가족 13만 874명 가운데 51.3%인 6만7천180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생애상봉 시간이 임박한 만큼 이산가족상봉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 재선)은 미르재단이 코리아에이드와 관련해 제작한 쌀 크래커를 직접 선보이며 미르재단 특혜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하나센터 운영이 중요한데, 통일부가 운영 실적이 저조한 기관에 하나센터 운영을 위탁했음을 지적했다.

한편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대북이슈에 있어 박 대통령과 차별화 행보에 나섰다. 김 의원은 “(북한) 핵무기 능력이 완성단계로 다가오는 게 분명한 것 같다”며 “10년 전 1차 핵실험 때로부터 핵능력이 신장됐고 그 동안 우리가 대처를 잘 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박근혜 정부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경대수 의원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에서 군사기밀이 유출되는데 이는 주로 방위산업비리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유철, 서청원 의원은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한 색깔론 지적에 나서며 정쟁의 구태를 다시 한번 반복했으며, 특히 서청원 의원은 북한 퍼주기 발언을 하며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만들었다.

■ 국방위원회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방위사업 비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방위 국정감사에는 시작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들은 20대 국회 첫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과거의 구태의연한 모습이 아닌 항구적 평화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에 비해 뚜렷한 해결방안이나 이슈점검 없이 국감 초반부터 개그맨 김제동의 영창 논란만 부추기는 등 수준미달의 국감을 보여줬다.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영우 의원(새누리당, 3선)은 국정감사 거부 당론에 반기를 들고 ‘전쟁이 나도 국방위는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방위원회 국감을 주재했다. 그러나 회의 자체는 개의됐으나 다른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사실상 야당 주도의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당론 이탈’에 대한 징계 여부가 논의중이다. 그러나 상임위원장으로서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유로 징계가 내려지는 것은 많은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제동 씨 영창 논란이 북핵이나 탄도미사일 위협보다 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엄중한 안보 위기’라고 안팎에서 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방부의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사드 배치에 대한 김천시와 성주군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장병 복지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국방 분야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인데 그러질 못했다.

국방위 국정감사를 ‘김제동 국감’으로 몰고 간 새누리당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선을 끌어보기 위한 ‘한탕주의’나 이벤트성 폭로가 아닌 차분하게 정부 정책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정활동의 쇄신이 요구된다.

여야 의원들은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서도 군 당국이 적절한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군의 대응 태세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군 당국이 내놓은 대량응징보복(KMPR)의 개념이 모호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량응징보복(KMPR)은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로 도발을 가할 경우 북한의 전쟁지도본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보복하는 개념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도발 징후’가 포착될 경우 선제타격이 가능하다고 해석했지만 이날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선제타격'은 아니라고 부인해 작전개념에 대한 상이한 해석을 내놓아 국민불안을 가중시켰다.

국방위 국감에서는 김종대 의원(정의당)이 초선의원임에도 사드배치, 킬체인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 정세에 전반에 걸쳐 날카로운 현안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등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전시(戰時)에 대비해야 할 군이 전시(展示)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창조국방이 국방의 본질과 무관한 낭비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 일환으로 구축 중인 '킬체인(Kill Chain)' 도입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북한의 이동식발사대(TEL)에 의한 미사일 발사 대응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는 7월 18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실시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측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추궁하고, 탐지 레이더의 출력 정도, 레이더 사용 여부를 집중 질의했다. 또한 애쉬튼 카터 미 국방장관이 1981년 내놓은 보고서를 거론하며, 사드와 같은 적외선 추적으로 미사일을 확실히 식별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물리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2년 대선 당시 '정치 댓글'을 달았던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현재까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승진을 거듭해온 것과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력자원 수급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병력감축과 간부증원 계획을 제시했다.

경대수 의원(새누리당, 재선)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에서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 정보유출이 주로 방위산업비리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중로 의원(국민의당, 초선)도 병역비리와 방산비리는 핵과 사드보다도 더 중요하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안보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경실련통일협회  tongil@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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