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한 최순실 게이트의 경우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고도 위급한 사건입니다.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지금의 이 사건을 계기로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도 있고 후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크리스천으로서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외치고 행동해야 할 때 입니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

제가 늘 교회들을 대상으로 혹은 기독교 기관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독교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교회 기반 창업활동’, ‘성경적 착한소비’, 그리고 ‘통일과 사회적경제’입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단절되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회들의 경우, 이러한 주제들에 매우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실제 교회 단위로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직접 ‘창업 팀’을 만드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강의들을 진행하는 가운데서도 늘 놓치지 않는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Church Social Responsibility)이요 ‘성도의 윤리적 일상’입니다. 한국교회는 구원론을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칭의’는 극도로 강조하지만 ‘성화’에는 무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구원 받은 성도라면,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의롭다 칭하심을 받은 성도라면 “그의 매일 삶 속에서 믿음이 열매로 드러나야”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도외시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지역교회 목회자에게 있기도 하고, 교회 공동체에게 있기도 하며, 성도 각자에게 있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앙이 “한 번 구원 받으면 그걸로 모두 해결 된다”, “구원은 취소되지 않는다”는 편중된 신학에만 머물러 있을 때에, 매주일 멀쩡히 교회에 다니면서도 구원파적 신앙을 가지고 살 수 있고 혹은 교회에서 중직자로 섬기면서도 교회 바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비윤리적-비도덕적 일상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마 7:17-20)

진정 구원의 역사를 체험한 사람이라면, 성령과 매일 동행하는 사람이라면, 그 증거가 반드시 삶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 이것이 ‘칭의에 뒤따라오는 성화의 삶’인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 국회 안에 크리스천들이 낮게는 1/2, 높게는 2/3 이상을 차지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 오히려 극단의 사건사고들이 많이 터지는 것은 크리스천 정치인들 안에 있는 ‘성화적 삶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회 변화 이끈 믿음의 선배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영국의 노예제도를 폐지하는데 평생을 던졌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근본적인 동력은 바로 복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읽고 있는 ‘말씀’과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일상’ 사이의 괴리를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무너져 있는 사회-경제 현실을 바꿔내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노예제 폐지를 위한 그의 노력은, 결국 한 나라 안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맛보게 하고 정부의 정책 역시 바꾸게 만듭니다.

존 웨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교회 건물 바깥으로 나아가 서민들이 모인 시장-광장에서 복음을 외치고 그 시대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기에 앞장섰던 존 웨슬리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실직자들이 교회 안으로 몰려 들어오자 ‘교회 기반의 가내수공업, 목화처리공장, 편물공장’을 만들어 성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였고, 신용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경제가 되살아나는 데에 기여합니다. 신앙과 행동, 교회와 지역사회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자리가 중요합니다. 우리 역시 일상 속에서 같은 긴장감으로 살아야 합니다. 매주일 교회에서 성심으로 많은 예배에 참석하고 이 부서 저 부서 성실하게 섬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우리 삶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에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그 대상은, 가깝게는 내 가정과 내 직장이요 확대해서는 이 사회와 이 나라인 것이지요. 특히, 제가 앞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대한민국의 경영-경제, 교회 영역인 것이고.

이것이 크리스천의 기본 아닐까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 측면에서 주변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주목하고 그들을 돌보며 일으켜 세워주는 것과, 하나님의 공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 내 ‘어그러지고 왜곡된 부분’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혹시 그 분께서 기회 주신다면 바꿔내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통일 이후의 사회-경제 상황’을 그리는 가운데, 탈북민과 더불어 사는 것과 북한 내지 상황에 주목하며 기도하는 것, 교회와 신자들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2014년 말, 인천 소재 한 대형교회 앞마당에서 감리교회 착한소비365 장터가 열리고 있다.

기독교인의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경제

두 번째 칼럼을 통해 굳이 ‘한국교회의 현실’과 ‘성도들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 강조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 ‘기독교 사회적경제’ 활동과 ‘성경적 착한소비’ 운동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이 가정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수행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은 ‘성경이 강조하는 삶’,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삶 곳곳에서, 아주 사소한 곳에서부터 살아내는 크리스천의 윤리적 책임 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성경적 착한소비 운동은 바로 여러분의 지갑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단 한 번의 소비행위일지라도, 바로 그 소비가 탈북청년이 만든 회사를 지속가능하게 만든다면, 우리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NGO들의 사업에 힘이 된다면, 그리고 이러한 목적 있는 소비행위 그 자체를 통해 하나님이 받으실만한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자체로 성도로서의 영광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16년 연말을 맞아 내년도 교회 및 부서 예산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단 하나의 상품을 구입함에 있어서도, 기왕이면 우리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것을 구입하고, 차세대와 사회적 약자 지원, 탈북민-통일을 위해 애쓰는 NGO들 목적기부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값싼 상품, 유명한 상품, 지인이 파는 상품을 넘어 ‘사회적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것, 하나님이 기뻐하실만한 것을 편성하면 제안 합니다.

두 번째 글을 맺습니다. 전국 교회들을 다니며 강연하는 내용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교회 안에서 신자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영향력 있는 소비자”라는 것과 “성도 여러분의 ‘의식 있는 소비’, ‘목적 있는 소비’가 어지러운 세상의 재정 흐름을 바꿔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의 신앙생활과 우리의 일상, 우리 사회 이슈가 ‘별개’가 아님을, ‘하나’임을 인식하고 복음의 힘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다니엘  chanoo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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