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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문명사의 전환 상징하나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6.11.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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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금) 저녁 7시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주최로 ‘미국 트럼프 당선, 어떤 미국인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제의 긴급좌담회가 평화재단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좌담회는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의 사회로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 전문이다.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당선 배경과 요인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김현욱: 트럼프는 비정치인 출신으로 경선과정에서부터 주류 정치권의 무시와 견제를 받았으며, 대선공약도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과 거리가 있습니다. 정책 토론도 내용 없이 직설화법과 엔터테이너 기질을 발휘했는데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미국의 정치권과 언론 모두 밑바닥 민심을 이해를 못하고 있었던 거죠.

트럼프 당선은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는 다른 표현인 것 같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UN을 만들어서 안보 체제 및 자유주의 무역 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건국 당시 미국의 가치를 국제화 시키면서 세계를 제패해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경제력이 급감하면서 풍요로웠던 생활이 힘들어지게 된 거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맞아 글로벌 경제 역시 침체에 빠집니다. 서민들이 다 힘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체감하게 되면서, 가진 자들에게 부가 쏠리는 현상에 불만을 가진 밑바닥 민심이 트럼프를 찍게 된 주요 원인 같습니다.

“내가 트럼프 당선을 예상한 이유”

최배근: 저는 트럼프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렇게 예상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이 금융 위기 이후에 투입한 돈이 20조 달러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금융위기의 주된 피해자인 중산층, 즉 백인 남성 중심의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산업화 시대의 강자였어요. 2차 대전 종전 무렵 세계인구의 3%를 차지하는 미국이 세계 제조업의 40%를 차지했습니다. 제조업이 미국의 힘을 만들었어요. 산업화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1970년대 이후부터 제조업 비중이 줄면서 종사자도 감소하고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여러 시스템들이 하나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금융 시스템, 사회 보장 시스템, 주거 시스템 등이 차례로 망가집니다. 특히 대학교육의 경쟁력도 떨어집니다.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시스템에 돈을 투입해도 복구가 안 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정책수단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두 가지가 있는데 통화정책으로는 더 이상 쓸 것이 없고 다만 재정정책뿐입니다. 트럼프와 클린턴 둘 다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두 후보의 재정정책 내용에 차이가 있습니다. 클린턴은 민주당 내 좌파였지만 제도권에서 20여년 지내며 보수화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존 질서와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공약들을 냈어요. 안정적이긴 하지만 큰 변화는 예상할 수 없었죠. 클린턴은 재정정책을 쓰겠다고 하더라도 대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어요. 상식적인 논리죠. 반면 트럼프는 재정정책을 클린턴 보다 2배 이상 쓰겠다고 하면서 감세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두 후보가 재정정책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스템 작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실질임금의 증가 없이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대다수 미국의 가계가 큰 내상(內傷)을 입었습니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고용률은 올라야 하는데 실업률과 고용률이 같이 떨어지는 거예요. 주택 가격은 오르는데 주택 소유율은 떨어지고 있어요. 많은 경제학자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지표만 보고 관성적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대다수 시민들은 느끼지 못하는 거죠. 특히 사회의 중심인 백인 남성들이 자존심이 뭉개지고 소외 받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트럼프는 소외감에 반응한 것입니다.

미국이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회라고 했는데 그런 아메리칸 드림이 깨졌죠. 미국의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잘 살 확률이 굉장히 낮아졌어요. 사회가 고착화되어 가는 것이죠. 특히 25세에서 54세까지의 핵심 노동층 남성의 일자리는 미국이 OECD 국가 중에 꼴찌에서 3번째입니다. 미국은 직업이 있어야 의료보험이 돼요. 직장을 잃으면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하려고 애를 씁니다. 문제는 일자리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하위 50%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이런 서민들의 박탈감이 트럼프 현상의 배경에 있는 겁니다.

미국이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동안 지식인 사이에서 보호주의 주장은 금기에 속했습니다. 보호주의는 전 세계 공멸의 길이라고까지 얘기하는데, 1930년대 대공황 때 보호주의로 돌아섰다가 세계적 파국을 초래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보호주의는 후진국들의 주장일 뿐, 선진국은 기술과 산업경쟁력의 우위가 있으므로 보호무역이 필요없다는 것이죠. 따라서 미국이 보호주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미국의 경쟁력이 손상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미국 내 240만 개 일자리가 중국 때문에 없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선진국과 달리 손해 보는 사람에게 정부지출을 늘려 보호해주지 못했습니다. 일반 서민들은 계속 희생만 강요받았고, 그것이 주류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어요. 자유무역을 비롯한 경제 시스템이 부자들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생각이 확산된 것이죠.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당선은 기존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예고된 결과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 전망

김현욱: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합니다. 가장 쉬운 경제논리로서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웁니다. 일반적인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이런 경향의 연장선이라면 이른바 고립주의라는 대외정책 노선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외노선이 고립주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발언들을 보면 과거 미국의 고립주의(Monroe Doctrine)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과거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유럽의 복잡한 이슈로부터 벗어나 경제 발전을 위해 고립주의를 들고 나왔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미국이 국제패권을 확립한 지금 트럼프가 고립주의 대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지는 의문입니다. 트럼프는 앞으로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외국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합니다만, 과거 먼로주의 같은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관심 지역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동맹국이나 파트너 나라의 힘을 빌려 해결하는 소극적 전략 아래에서 대외 정책을 추진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공약의 실행가능성 매우 낮아”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배근: 트럼프 리스크나 트럼프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트럼프 정책의 목표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뭘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죠.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요인으로 소득불평등 심화와 느슨했던 정부규제를 말합니다만, 트럼프의 공약을 보면 금융위기의 교훈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어요. 감세공약이 대표적입니다. 39.6%인 현행 최고 소득세율을 25%로 낮추겠다고 합니다. 25%는 대공황을 야기했던 후버 대통령 때의 세율입니다. 루즈벨트가 집권하고 이것을 81%로 끌어올리고 이후 91%까지 끌어올렸었는데 레이건 때부터 파격적으로 절반으로 깎았어요. 법인세도 파격적으로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세금을 깎아 준다는데 그걸 싫어할 사람은 없죠. 문제는 대부분 서민들의 경우 자신이 세금을 덜 낸다고 경제 이익이 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감세정책은 세금이 줄면 그 만큼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추진합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세금이 높거나 낮거나 소비에 별 변화가 없습니다. 감세효과가 소득증가로 나타나는 것은 서민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자감세(최고세율 인하)는 경기부양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법인세도 줄여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겠느냐 하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세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투자 전망이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법인세 인하도 효과가 없습니다.

트럼프는 향후 1조 달러 규모의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했는데, 그 효과도 미심쩍습니다.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정책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습니다. 하나는 삽질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병목제거 프로젝트입니다. 실질소득이 증가하려면 좋은 일자리가 나와야 되는데 건설사업(삽질 프로젝트)은 지속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SOC 투자는 지속 효과도 없고 나중에 국가부채만 증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이 좋은 사례입니다. 1960년대 같이 국민소득이 낮을 때는 토목사업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금융규제 완화 공약도 문제입니다. 금융규제 완화는 새로운 금융위기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트럼프 자신의 통화정책 공약과 상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제조업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통화정책 방향을 밝힌 바 있는데 이것은 월가의 금융가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모순되는 정책공약들을 제대로 점검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목표와 수단, 여러 수단 상호간의 모순 때문에 트럼프 공약의 실행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트럼프 정부와 아시아

“아베가 트럼프를 서둘러 만나는 이유”

김현욱: 클린턴은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서 중국의 부상을 막겠다고 한 반면, 트럼프는 아시아 개입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중국과의 경제, 통상, 무역문제의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대중압박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양국의 대치면이 지금처럼 안보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이 아니라 경제통상 영역으로 좁아진다면 중국 입장에서 대미관계에 다소 여유를 가질 것으로 기대할 겁니다. 과연 미국이 아시아에서 전반적으로 발을 빼고 꼭 필요한 부분 이외에는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아시아의 리더십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죠. 이런 점에서 일본은 불안해 할 것입니다. 우리도 안보상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더 불안해 할 겁니다.

최근 전문가 수준에서 안보문제와 관련한 모의 시나리오를 토의한 적이 있는데 일본이 북핵의 공격을 받았을 때 과연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으로 미국이 북한에 핵으로 보복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모의토의에 참가한 일본 전문가들은 큰 불안감을 표출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고도화되어 갈수록 일본은 자체 핵무장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질 겁니다. 아베가 왜 트럼프를 서둘러 만나러 가겠어요? (아베 수상과 트럼프 11월 17일 면담 예정). 안보 불안 때문이거든요. 미국이 일본한테 안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다면 일본은 핵무장에 나설 겁니다. 트럼프가 고립주의 정책을 안보 분야에서도 편다면 아시아의 안보불안과 혼란이 크게 나타날 겁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본다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서 미국이 지금까지 잡아온 패권과 리더십을 놓진 않겠죠. 다만 미국 국내 문제가 중요하니 외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낮춘다는 것일 뿐,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를 상실할 정도로 입지를 빼진 않을 거라 봅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아시아에서 계속 유지하면서, 중국을 옭아매고 견제하는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배근: 미중 무역전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봅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더라도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은 나름대로 미국에 대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과 환율전쟁을 했을 때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가 애매합니다. 환율조정이나 보복관세로 대중 무역 적자는 줄일 수 있지만 미국의 전체적인 무역 적자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제품의 수입을 막을 경우 미국 소비자에게 대체품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습니다. 결국 제3국에서 수입해야 합니다. 미국 내의 임금수준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도태된 제조업(예를 들어 컬러TV는 1984년 미국 생산중단)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트럼프가 애플한테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는 아이폰을 미국 내로 들여오라고 했지만, 애플은 이에 기겁을 합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는 가격경쟁력을 생각해서 모두 해외에 있어야 합니다. 생산기지를 미국 내에 두어서는 수익성이 없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타격을 입는 기업은 미국의 500대 글로벌 기업입니다. 인텔의 수입 중 70% 이상이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그 중 많은 부분을 중국에서 얻고 있습니다. 또 문제는 우리나라에 큰 불똥이 튄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에는 우리나라와 연계가 된 부분이 80%가 넘습니다. 우리나라가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타격을 입게 되면 세계 경제가 연쇄적인 회오리 속에 빠지고 특히 신흥 국가들의 타격이 큽니다. 신흥 국가들이 타격을 입으면 수출 대상국 중 50%가 신흥국가인 우리나라는 2중으로 타격을 받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은 우리에게 악몽이 됩니다.

“지금은 자본부의 메커니즘의 한계라는 문명사 전환의 때”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

조민: 현재 세계경제의 위기를 보면 역사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사 전환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최배근: 정확한 지적이에요. 미국은 제조업으로 경제 강국이 되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와 관련이 되어 있어요. 지금은 제조업 종사자가 전체의 8%, 농업분야는 2%밖에 안 됩니다.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제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작동을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데 300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산업사회에서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이행기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전망

“트럼프 외교 정책에서 북한 비중은 여전히 낮을 것”

김현욱: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중구난방입니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가 취소했고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된다고 했다가 그의 정권 장악력만은 칭찬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을 압박해서 비핵화시켜야 된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분명한 내용을 가진 노선이나 입장으로 정리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한반도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화당의 전통적 대북 정책을 볼 수 있고요. 트럼프 정부에 입각할 구성원들을 보면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지 부시 때 사람들이 많아요. 존 킬 전 상원의원 등 대부분은 북한에 강경한 입장입니다. 북한 정권이 소멸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그러나 외교정책에서 북한 문제의 비중은 여전히 낮습니다. 북한 정부를 소멸시키기 위해서 갖가지 노력을 실제로 기울이진 않을 거예요. 적당히 관리하겠죠. 그런 면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요. 지금까지 나온 대로 대북제재는 추진하면서 대화도 병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배근: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우리 정부가 결국에는 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한국 경제가 크게 나빠졌는데 1997년 IMF사태 당시와 비교됩니다. 세계경제 차원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와 비교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있다 보니까 은폐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 경제의 체력은 최근 수년간 크게 떨어졌습니다. 대공황 당시는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많았어요. 우리나라의 1997년 외환위기에도 산업 경쟁력은 건강해서 수출이 쉽게 회복됐어요. 그러나 지금은 과잉 제조업의 구조조정, 특히 대기업의 수출주력 분야가 문제입니다. 우리의 경제체력이 크게 저하되어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의 투기자본이 침투한다면 문제입니다.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외환보유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데 정부 대응은 추상적입니다. 관료들은 자신들의 임기 내에 이런 문제들이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나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계의 하위 40%는 소득이 줄고 전체 가계의 80%가 소비를 줄이고 있어요. 하위 20%는 빚을 내서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불확실성에 위협을 느껴서 내 살 길을 각자 찾겠다는 것이죠.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글로벌 차원에서도 각자 도생의 시대로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어요.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고 정부에 대해서는 신뢰를 못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는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죠.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최배근: 미국의 모습을 보면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던 나라가 방황한다는 건 세계 경제가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됐을 때에 재앙이라고 했어요. 우리의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트럼프 리스크는 재앙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체력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고요. 체력이 방전하는 상황까지 가고 있죠.

정치가 살아나야 된다고 봅니다. 국민 각자는 자기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만큼 정치인들이 정확히 세상을 읽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준비 없이 권력을 잡아 뭔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큰 소리만 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죠.

김현욱: 트럼프가 됐다고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불확실성이 해결될 것이고요.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오바마 3기로 기존 대북정책을 유지할 것이고 한반도 정세가 변할 가능성이 없었는데, 그런 면에서 트럼프가 오히려 많은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습니다.

조민: 현재 문명사적인 구조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절박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처한 안보와 경제의 쌍둥이 위기를 트럼프 정부를 맞이해서 기회로 바꿀 수 없을까,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명제입니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는 국기 문란 상황에서 식물정부 아래에 있습니다. 세계정세가 미국 대선을 계기로 거대한 도전으로 밀려오고 있죠.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깊고 체계적 진단 위에서 대안을 모색해 가야 합니다. 대안 모색은 우리 모두의 역할입니다. 세계의 변화 속에서 맞이한 내외의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좌담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k@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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