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고등학교용 국정 역사교과서는 기존 검인정 역사교과서보다 훨씬 이념편향·역사왜곡일 거라는 우려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코리아뉴스>가 현대사 관련 부분인 한국전쟁,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다. 대체적으로 이승만에 대해서는 긍·부정 혼재, 박정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전쟁 관련

한국전쟁에 대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전선이 오르내리는 동안 좌우 이념 대립은 더욱 격화되었는데, 특히 북한이 강압적으로 시행한 점령지 정책은 많은 반발을 샀다. 전쟁을 통해 국민들이 경험한 공산주의의 실상은 전후 한국 사회에서 반공 이념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남한과 미국이 북한에서 벌였던 행태는 생략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전역에서 벌어진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등장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또 전쟁 중 북한에서 남하한 사람들, 즉 월남민들에 대해서는 “지주, 상공인과 종교의 자유를 찾아 월남해 온 사람들 중에는 향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이들도 많았다”고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1953년 10월에 체결한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 대해서도 교과서는 “주한 미군 주둔의 근거가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에도 기여하였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부정적인 결과, 논란은 배제하고 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이승만 관련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는 이승만에 대해 “북한의 김일성은 전쟁의 책임을 박헌영파 등에 떠넘기며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하였다”면서 이승만에 대해서도 “6.25전쟁의 영향 속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장기집권의 시도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 전쟁 중이던 1952년 이승만 정부는 재집권을 위해 반대 세력을 탄압하며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강행하였다(발췌 개헌)”, “이승만 정부는 진보당의 조봉암을 간첩 혐의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사형에 처하였고,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탄압하는 등 독재 체제를 강화하였다” 등 이승만 정권이 독재 체제임을 언급하고 있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비해 톤은 낮지만 “이승만은 국회의 간선제로는 연임 가능성이 낮아지자 1952년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였다”, “이승만 정부는 1952년 5월 부산을 포함한 경상남도와 전라도 일대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각책임제를 추진했던 반대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는 등 이른바 '부산 정치 파동'을 일으켰다”고 기술하는 등 부정적인 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승만의 통일론과 관련해서도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당시 이승만 정부는 북진 통일론을 표방하며 다른 방식의 통일론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며 “1958년 이승만 정부는 평화통일론을 내세운 진보당의 정당 등록을 취소시켰고, 이듬해 당수인 조봉암을 간첩 혐의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사형에 처했다. 또한 자유당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여 반공 체제를 강화하였다”고 서술했다.

반면 이승만의 독재에 맞선 4.19혁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의 독재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었다”면서 “4.19혁명은 독재에 항거한 민주주의 혁명으로서 이후 자유 민주주의 발전에 토대가 되었다”고 한 것이다.

박정희 관련

비판적인 내용보다는 사실 위주로 진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 독재 등을 인정하고 옹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언급만 보자면,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김종필 등을 중심으로 한 약 3천여 명의 군인들이 사회적 혼란과 장면 정부의 무능, 그리고 공산화 위협 등을 명분으로 군사 정변을 일으켰다”며 “박정희 정부는 거듭되는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3선 출마를 가능하게 하는 개헌을 단행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과서는 또 “박정희 정부는 거듭되는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3선 출마를 가능하게 하는 개헌을 단행하였다”고 했다. 1972년 10월 유신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국회의원 3분의 1에 대한 사실상의 임명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치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며 “유신 체제는 대통령에 대한 연임 제한을 없앴으며 사실상 종신 집권까지도 가능한 독재체제였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5.16 군사정변 주도 세력은 혁명 공약에서 민정 이양 후 군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을 어기고 민주공화당을 창당하여 민정 참여에 나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백림사건에 대해서는 “1967년 7월 동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을 중심으로 유럽에 거주하던 교포들과 유학생들을 포섭하려고 했던 '동백림 사건', 북한과 연계된 통일혁명당이 적발, 검거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동백림사건에 대해서는 조작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주석 부문에 “(동백림)사건 관련자들 중에는 평양에 가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중앙정보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통일혁명당 사건에 대해서는 주석 부문에 “통일혁명당 사건은 6.25전쟁 이후 이 당시까지 한국 내에서 발생한 간첩단 사건들 중 최대 규모였다”고만 썼다. 통일혁명당 사건에 대해 ‘용공 조작’이라는 반박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는 또 박정희의 유신체제와 관련, ‘국민적 불만’ ‘야당의 강력한 비난’ ‘군인 동원 시위 진압’ ‘정권 내부의 갈등 심화’ 등의 표현이 등장하긴 하지만 유신체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 독재체제 강화’라는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전두환 관련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1980년 5월 17일 신군부는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치 활동을 금지하였으며,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였다. 이에 항거하여 일어난 광주지역 대학생들의 시위를 계엄군이 과잉 진압을 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 확대와 과잉 진압이 광주 민주화운동을 불러왔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12.12사태와 관련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일부 병력을 동원해 군사반란을 일으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불법적으로 체포하고 군권을 장학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쿠데타’ ‘군사 반란’이란 단어만 등장하지 않을 뿐, 사실상 12.12사태가 쿠데타임을 밝힌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햇볕정책(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 회담을 개최하고 6.15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당국간 회담을 비롯하여 쌀과 비료 지원 등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 추진되었고, 남북간 교역 및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 도로 연결 사업 등 각종 교류와 협력 사업들이 활성화되기도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교과서는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도 북한에 대한 포용 정책을 지속하였다. 또한 북한의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인 2007년 10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10.4 정상 선언)에 합의하였다”고 묘사한다.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고 함으로써 남북간 다양한 분야의 실제적인 교류협력 로드맵을 규정한 10.4 정상선언을 부정적인 관점에서만 볼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핵 개발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노무현 정부의 10.4 정상선언 앞부분에 들어감으로써 해석에 따라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마치 북한의 핵개발을 가져왔다는 늬앙수를 주고 있다.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북한 관련 부문. 식량난, 인권문제 등 부정적인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북한 관련

한마디로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1990년대 중반, 체제 모순과 극심한 자연재해로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도 군사력 강화에 주력하여 경제는 악화되고 수만 명의 탈북자가 발생하였다. 2011년 12월에는 김정일이 사망하고 3남인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하여 3대 세습 독재체제가 형성되었다”고 했다.

북한 핵개발 관련해서도 “2000년대 들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서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를 비롯한 국제 사회로부터 각종 제재를 당하고 있다”면서 “또한 북한은 3대 세습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해 정치범 수용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공개 총살을 시행하는 등의 반인권적인 형태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역시 “북한의 인권 상황은 국제연합에서 규정한 생명권과 자유권 등 모든 영역에서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요덕수용소 등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공개 처형 등 반인륜적인 방식으로 통치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해 유엔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2003년부터 해마다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였다”고 적었다.

북핵과 관련해서도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1994년 10월 북한은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확산 금지조약에 복귀하고 핵무기 개발을 일시 중단하였다. 그러나 김정일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지속함으로써 2002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파기되었다”면서 “핵무기 개발과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 탑재를 위한 각종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끊임없는 대남 도발은 남북 대화 추진 및 교류 협력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개발의 원인, 즉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함으로써 마치 북한의 핵이 남북 대화 및 교류 장애의 유일한 원인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 및 교류가 오히려 북한 핵개발을 억제하거나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끝으로 평화 통일노력과 관련,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남북한 교역이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증대되어 2015년에는 교역액이 27억 달러에 달하기도 하였다’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남북한 관계는 민족이란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고 상생해야 할 특수관계”라고 밝히고 있다. “비핵화된 한반도에서 평화적 통일이 달성되면 통일한국은 국제사회의 중심 국가로서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미 기존 검인증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나 도덕교과서의 북한·통일 관련 기술에서조차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지엽적인 부분만 언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북한·통일에 대해서는 교과서라면 좀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다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이번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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