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한국판 명예혁명’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2월 9일 사태의 주범 박근혜 대통령은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로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고, 선거를 했다 하면 대부분 이겨왔던 절대강자 새누리당도 이제는 공공의 적이 되어 쪼개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실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과 정부에 기대했던 것은 참으로 소박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기왕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태어났는데, 이 정도는 누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 최소한 가족과 먹고는 살자,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때까지는 일은 하며 살자, 아프면 치료는 받자, 먹을 만한 음식을 보장하라, 내가 기계냐? 좀 쉬자.’

이러한 기대는 보수냐, 진보냐를 뛰어넘어 이 땅에서 태어나 국민 노릇을 하고 있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그 개인파벌들은 이러한 정당한 국민적 요구를 철저히 짓밟고, 자신들의 사적 욕망 실현을 위해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마음껏 사취했다. ‘설마 저 정도까지?’에 배신 당한 국민들이 매 주말 든 촛불 덕분에 대한민국은 재건의 기초는 마련되었다.

그러나 과연 장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왜 그런가? 바로 분단체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여전히 강력하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4%만 빼고 온 국민이 다 ‘최소한 이건 아니지’ ‘내가 이 꼴 보려구 보수했나?’ 분노하는데도, 친박-박사모-어버이연합-기독교보수세력 등은 여전히 뒤집기를 꿈꾸며 엉뚱하게도 태극기를 든다. 이들의 논리는 무엇인가? ‘박근혜가 다소 잘못이 있다 해도, 나라가 빨갱이 세상 되는 건 두 눈 뜨고 내버려 둘 수 없다. 더구나 박근혜는 빨갱이로부터 나라는 잘 지켰다. 그럼 됐지 뭐!’ 이거다.

그런데 이게 먹혀 든다. 뒤집기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단체제의 유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개인적 기득권을 계속 향유하려는 모든 기득권세력들이 여기에 깊이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전히 한미동맹이라는 신화 뒤에 숨어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를 사사건건 가로 막고 있으며, 이제는 더 나아가 한미일 패권체제 강화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 유라시아 대륙과의 협력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있다. 적당한 긴장과 적대세력의 존재가 기득권을 움켜 쥔 자신들의 자리를 고스란히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촛불운동을 통해 그러한 기득권 연대를 속히 해체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와 사회는 물론 한반도 전체와 동아시아 전체가 계속 국내외 기득권세력들의 칼춤에 원치 않는 춤판을 계속 추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가 정말 중요하다. 

자신들의 사적 욕망을 대한민국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라고 거짓말하는 자들, 실질적 국민행복인 교육, 복지, 의료, 노동, 환경에의 접근권 대신 재벌독식의 성장구조를 계속 고집하는 자들, 함께 살 궁리는 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끝없이 적대하고 고립시키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라 주장하는 자들, 한미일 신 냉전체제 강화에 우리나라 현재와 미래까지 통째로 던져버리려는 자들이 집권하지 않도록 깨어난 국민, 시민, 주민으로서 내년 대선에서 우리가 자랑스러운 명예혁명의 역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구교형 / 한국복음주의교회 상임이사,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

구교형  ku66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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