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 이후, 대북지원 사업은 모두 멈춰진 상태다. 그간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여온 NGO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된 후, 해당 부서가 사라지는 경험을 통해 남한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북한 주민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야 이런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아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생계유지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개발 지원’이 2000년대 이후 대북 지원 단체들 사이에서도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국제 개발 지원 분야의 흐름과 발맞추어 대북 지원의 성격도 전환을 맞을 즈음, 이번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대북지원 단체들의 활동이 급격히 축소되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시간을 통해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찰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련 기관들의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의미 있는 포럼이 열렸다. 지난 6월 13일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 주최한 <제2회 따뜻한 한반도 포럼>이 서울 배재학당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적정기술을 통한 대북지원개발의 지속가능성 탐색>으로, 첫 번째 세션에서 ‘적정기술과 국제개발협력’을 다루었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북한주민 생활에너지 개선과 적정기술 적용 가능성’을 가지고 논의하였다.

먼저, 이 포럼에서도 중점으로 다룬 개념으로, 요즘 특히 국제 개발 분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무엇일까? 적정기술미래포럼 대표이며 한밭대 교수인 홍성욱 교수는 ‘국제개발에서 적정기술의 활용과 최근 동향’을 발표하면서 적정기술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렸다. “적정기술이란 환경파괴와 인간 소외를 초래하고 있는 현대산업문명을 이끄는 거대 생산기술에 대비되는 ‘대중에 의한 생산 기술’이다. 고액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서 쓸 수 있고, 희소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현지에서 나는 원재료를 쓰고,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서 제품 생산이 가능한 기술이다.”

그는 적정기술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비용이 적게 든다. 가능하면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지의 기수로가 노동력을 활용한다. 작은 규모의 농부들에 의해서도 사용 가능할 정도로 소규모이다. 사람들의 협동 작업을 이끌어내며,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 분산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다.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이해할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이재열 대표 ⓒ유코리아뉴스 김단

그렇다면 이 적정기술이 대북지원개발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는가? 이에 대해서는 두 번째 세션에서 ‘북한의 생활에너지 실태조사와 대북지원에 대한 적정기술 적용과 한계’에 대해 발표한 (사)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남북협력팀 박일수 차장의 이야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박일수 차장은 발표를 통해 북한의 에너지 상황이 남한의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나무, 석탄, 석유, 전력 모두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산모가 냉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출산한 것을 보기도 했다는 탈북자 증언을 소개하였다. 전기가 항상 들어오는 것은 아니므로, 전기가 들어온 틈을 타 빨리 전기밥솥을 이용해 취사를 하기도 하며, 농촌 지역은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피워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고, 여름철에는 풍로를 이용하여 취사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의 식량난 이후, 국가로부터 연료 공급도 중단되어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는 대북지원 사업에 있어 향후 북한 주민들의 난방‧취사 연료 개선 사업과 더불어, 산림 황폐화 문제를 병행하여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대북지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탄 지원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곧바로 북한에 연탄공장을 세우고, 북한 주민들에게 난방‧취사 연료를 해결해줄 수는 없으나, 예를 들어 중간 단계로 북한 주민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연탄을 찍어낼 수 있도록 개량된 연탄제조기를 지원하거나, 태양광을 이용한 난방기 설치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실제 2005년도에 귀뚜라미보일러에서 제작하여 북한에 지원한 난방‧취사가 동시에 가능한 연탄보일러 같은 것을 활용하여 북한에 지원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였다.

대북지원에 적정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계적으로 기반을 마련해 간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박일수 차장의 주장이다. 먼저 ‘북한 개발을 위한 아카이브(Archives)-정보 창고’를 만들어서 개별 단체들이 북한 지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가 공유될 수 있도록 장을 만들고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아카이브에는 대북단체들의 정보만이 아니라, 탈북자들을 통한 정보공유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출신 지역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향후 개발과정에도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둘째, 대북단체들 간의 협동사업을 고민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가지고 필요한 부분들을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셋째, 적정기술을 통한 대북지원이 북한 내에서 비즈니스적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보았다. 적정기술을 통한 북한 개발 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수익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 외국 NGO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정보 공유는 물론,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면 사업의 지속성과 모니터링 측면에서 얻게 되는 장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어 북한에 실제 적용된 적정기술인 수도꼭지 보급 사업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북한은 급수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일반 가정에서는 수도꼭지를 열어 놓은 상태로 방치한다. 급수 되는 동안 물을 받아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부분 용기보다 물이 넘치게 받아지면서 매우 비효율적인 물 낭비 상황이 반복되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도꼭지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사업을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에서 진행하였다. 황광석 사무총장의 사례발표를 통해 적정기술의 북한 보급과 이를 통한 실제적인 효과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토론 시간에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지원사업팀의 황재성 부장이 대북지원 사업 사례들 속에서 북한의 현지 사정을 고려하여 성공한 사례와 그렇지 못해 실패한 사례를 열거하며, 대북지원에서의 적정기술 적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질문 시간에는 포럼 참석자 중 안예찬 씨(26세, 고려대 심리학)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 중 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냐고 묻자,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사실상 한 학기 분량의 대답이 가능하다”며, “적정기술의 키워드와 자금 조달만 가능하다면 북한 주민들 스스로 필요한 적정기술을 찾아내어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대답하였다. 그는 “또한 북한은 사실상 지방자체단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중앙 정부와 협력하여 co-work하는 것 밖에는 실질적인 방안이 존재하지 않으며, 북한 내부 실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발표자들의 심도 있는 고민과 참석자들의 열띤 질문을 통해 ‘적정기술의 북한 개발 지원 적용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련 기관과 관심자들의 진심어린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논의의 저변에 있는 남북 교류 중단 후 더욱 열악해진 북한 주민들의 생활 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족을 걱정하는 듯한 동포애 또한 포럼 전반을 통해 전해졌다. 언젠가 다시 대북 지원활동이 재개될 때, 관련 단체들 간의 실제적이고 세분화된 깊이 있는 논의들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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