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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본 북한의 대남·대외 관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017년 북한 신년사와 관련하여 『현안진단』을 연속 3차례 시리즈로 발행•배포합니다. 지난호의 ‘북한 핵과 대미관계’에 이어 이번에는 ‘대남 및 대외관계'에 관해 살펴봤으며, 다음으로 △ 북한 경제 부문을 다룰 예정입니다.

신년사의 의미

북한은 신년사의 개념을 “당과 국가의 수반이 새해를 맞이하여 하는 공식적인 연설이나 그 연설문”이라고 정의한다. 새해 국정과제를 포함한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대내외에 밝히는 연설문이다. 신년사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치수단의 의미를 지닌다. 1월 1일 간부에서부터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전 주민들은 의무적으로 신년사를 시청·청취한다. 중앙기관을 비롯한 각 시·도 단체 및 농장·기업소별로 신년사 관철 결의 모임과 궐기대회를 1월 한 달 동안 진행한다. 신년사는 최고지도자의 공개적·강령적 교시로서 당·정·군·민 모두에게 직접 부과하는 과업이다.

신년사는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대남·대외 등으로 구성된다. 대남분야는 남한 국내정세, 남북관계, 통일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외분야는 핵문제와 대미 관계가 핵심이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북핵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현안이다. 신년사를 통해 본 북한의 대남·대외관계는 2017년 한반도정세를 전망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2017년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대외관계

2017년 신년사에 나타난 북한의 대남정세 인식은 부정적이다. 남한에서 ‘대중적인 반정부투쟁이 세차게 일어나서 반동적 통치기반이 밑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국과 민간급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잣대이다. 남한에서 ‘전민항쟁(촛불항쟁)은 파쇼독재와 반인민적 정책, 사대매국과 동족대결을 일삼아 온 보수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주장한다. 촛불항쟁에 대한 냉전적 사고, 과잉해석을 엿볼 수 있다. 촛불항쟁은 파쇼독재·사대매국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저항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평화와 통일에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며 온 겨레의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한다. 시급한 과제로서 ‘북과 남 사이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한다. 정치인들의 민족적 책임과 역할도 담겨 있다. ‘파국상태에 처한 북남관계를 수수방관한다면 그 어느 정치인도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 없으며 민심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관계 개선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도 담고 있다. ‘상대방을 자극하고 대결을 고취하는 온갖 비방·중상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제도전복과 변화에 기대를 걸고 감행되는 불순한 반공화국 모략소동과 적대행위들은 지체 없이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북한간 모든 합의서의 기본 정신은 ‘상호체제존중과 내정불간섭’이다.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제7차 당대회 후 남북군사당국회담 제의가 유효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북남간에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우리의 진지한 노력에 화답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측은 북측의 군사회담 제의를 진정성이 없고 대북압박제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거부했다. 남한의 사드배치와 한미군사훈련을 비판한다. ‘무력증강책동과 전쟁연습소동을 벌여놓은 놀음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드배치와 한미군사훈련 중지를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온 민족이 뜻과 힘을 합쳐 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주장한다. 남과 북, 해외동포를 포함한 전민족적 범위에서의 통일운동 활성화를 강조한다. 연대연합의 기준과 대상도 분명히 한다. ‘민족의 근본이익을 중시하고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를 반통일 세력으로 규정한다. ‘동족대결에서 살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민족적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고 선동한다. 

신년사에서 남한 대통령을 직접 거명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대남선전선동의 의도가 엿보이지만 남한의 차기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은 남북한을 이간질하는 술책으로 비판한다. ‘미국은 동족대결과 전쟁에로 부추기는 민족이간술책을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함’을 주장한다. 전민족통일대회합을 제의한다. 경험적 사례에 비춰보면 민족대회합은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민족화합의 장이 될 수 있지만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신년사에 나타난 북한의 대외정책 3대 이념은 자주·평화·친선이다. 북한에서는 불변의 대외정책 이념이다. 핵능력은 조건부 강화이다. 미국의 핵위협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한미군사훈련이 지속되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미국에 대한 신중한 접근 자세를 보여준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봐 가면서 대응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2017년 도전과 기회의 한반도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가운데 대남·대외관계에 있어 새로운 정책이나 대화제의는 없다. 대결을 심화시킬 자극적인 대목도 보이지 않는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의 마감단계 운운한 것은 신년사가 아니라 과거사이다. 지난해 군사적 성과에 대한 선전물이다. 병진노선에 대한 표현도 없다. 핵능력 고도화도 자의적 계획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라는 조건부이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 없다. 북미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신중한 접근 자세를 보여준다. 7.4 공동성명 45주년과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강조한다. 차기 정부에 대한 남북관계 개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 말미에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 자책’을 고백했다. 지도자의 무오류성을 강조하는 유일영도체계 10대원칙과 충돌되는 대목이다. 유일영도체계는 최고지도자만이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자신감 속에 주민친화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인민을 뛰어 넘어 민족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맹세하면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난 극복, 남북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은 그리 먼 훗날은 아닐 것이다.

2017년도 한반도정세는 두 차례의 분수령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차적 분수령은 3월 실시예정인 한미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이다. 3월 초순 탄핵이 이루어지고 미국도 대한반도정책 수립기에 있기 때문에 평년 수준의 훈련이 예상된다. 

2차적 분수령은 남한의 차기정부 출범이다. 차기정부는 한미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되어야만이 남북관계 복원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미가치동맹은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고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국제규범 내에서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이다. 역사는 진보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이끈 사례가 많다. 국민과 남북이,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대북정책을 펼친다면 그것이 바로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yangmj@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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