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나름대로 다양한 통로를 통해 남북이 교류를 활발하게 하여왔었지만 지금은 전무하다. 날이 갈수록 분단이 영구화 고착화 되는 현실이다. 오직 통일을 목말라하는 사람들은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이 고작인듯하다. 이 남북의 분단과 단절은 우리나라의 원죄(original sin)가 되어 우리사회의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더욱이 평등과 평화를 선포해야할 기독교인들 일부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중심에 서있을 때가 많아 대다수 건강한 기독교인들의 부끄러움을 더하게 한다.

이런 분열과 갈등의 깊은 뿌리는 이원론적 관점과 신앙에 기인한다. 이 이원론은 명쾌하고 분명하게 사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아주 매혹적이다. 그러나 치명적이다. 독버섯 같다. 결과가 너무 악하다. 모든 사물을 선과 악, 단지 두 가지로 구분하여 보는 시각은 엄청난 고통을 초래하여 결국 공동체와 각 개인을 사지로 몰아가는데도 전혀 경각심이 없이 이원적 사고 안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원래 구약성서는 창조질서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중요성과 신성함에 대해 언제나 양극으로 구분하지 않고 긍정적인 일원적인 관점을 가르친다. 그러나 헬라 세계관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기독교의 신학과 신앙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헬라어와 헬라 철학과 사고방식을 채택하였다. 이원론적인 사고는 기독교의 참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가현설이 그것이다. 가현설(Docetism)이란 순수한 신성(영)이 더러운 육체(몸)에 거 할 수 없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는 단지 인간인 것처럼 보여 질 뿐이라는 말이다.

이 헬라철학의 영지주의(Gnosticism) 구원은 우리가 세상을 등지고 버림으로서 얻는 내적인 지혜를 강조한다. 몸은 악하고 영혼은 선하다. 시간은 부패하고 영원은 순수하다. 땅을 피하고 하늘을 추구하라. 육은 죄의 자리이고 영은 축복의 자리이다. 구원은 악한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했다. 영을 위해 육체를 저주하고, 하늘을 위해 땅을 버리고 하늘의 축복을 위해 육체를 고통스럽게 하라고 말한다.

이 이원론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바탕, 근거가 되었다. 가난과 순결 순종을 약속하고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 속의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세상에서 다양할 생활환경에서 직업들을 가지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을 달리 본다.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거룩하여 후자의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후자의 사람들은 전자의 사람들의 기도에 의지하여 구원을 얻는다.

중세기 교회는 영적인 사랑의 일과 육적인 사랑의 일을 구분해 놓아서 지금까지 그 영향이 깊이 배어 있다. 그들은 죄인을 회개시키는 일, 무지한 사람을 가르치는 일, 의심하는 사람을 권면하는 일, 슬퍼하는 자를 위로하는 일, 악행을 참는 것, 용서해주는 것, 산 자와 죽은 자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일등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일들을 영적인 사랑의 일들로 보았다. 그리고 굶주리는 사람을 먹이는 일,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일, 헐벗은 사람을 입히는 일, 나그네를 대접하는 일, 병든 사람을 찾는 일, 갇힌 자를 찾는 일, 죽은 사람을 위해 장례 하는 일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일들은 육적인 사랑의 일로 규정했다.

세상과 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원론이 지금까지 계속 존재하면서 우리 기독교를 괴롭히고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기독교인에게 적대적이고 그리스도적인 삶을 망치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악이 창궐하는 온갖 유혹이 만연한 희망이 없는 곳으로 이해한다. 결국 참된 그리스도인들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모든 긍정적 생각을 버리고 하나님의 영역이 영적인 것들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적인 영역에 관심을 집중하는 교회는 은혜로운 교회이고 배고픔과 인권 같은 세상의 비인간화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은혜롭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성서는 영은 존귀하고 육을 천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 세상과 저 세상 분리해 생각하고 신앙을 개인적인 의미로 축소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한국사회는 사분오열되어 있다. 이념 진영 논리에 빠져 서로 이전 투구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 분열과 갈등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독교가 자리 잡고 있어서 세간의 비난을 받아 왔다. 자정능력을 상실하여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한국 교회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출발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이원론적 논리와 태도를 멈추고 성서적 가르침을 따르는 믿음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성서는 복음 안에서 하나 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가 이원론적 삶을 청산하고 성서의 가르침대로 삶을 전환하지 못하면 한반도의 원죄에 분단에서 헤어 나와 평화통일을 이룰 수 없을뿐더러 현재 한국기독교와 사회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는 것을 잊지 말고 바울 사도의 호소를 기억하자.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 주도 한분이시오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에베소서4:4-6)”

임상필 / 서울장신대 교수

임상필  sangpil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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