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의 4가지 시나리오

지난 7일 ‘세기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美 대통령과 시진핑 中 국가주석의 1박 2일에 걸친 ‘마라라고 정상회담’이 끝났다.

하지만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이나 성명없이 각국 입장에서 발표만 내놓았다. 현안에 대한 시각차가 크고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관계에 엄청난, 진정한 진전을 이뤘고 추가적 진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하고, 시 주석 역시 “친선을 심화하고 양국의 실제적인 관계와 친선 유지를 위한 신뢰를 구축하는 공통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일단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향후 협력의 큰 틀을 마련한 것은 일정한 성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가 9일 “미중관계 발전을 위한 기초를 다진 비교적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된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일 것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과 대응방안이었다.

양국 정상은 북한 핵개발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美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양정상은 북핵 심각성에 공감하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에 뜻을 같이했지만, 시 주석은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결국 중국 측이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넘어선 추가적인 대북 압박 구상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북핵문제 대응과 관련하여 향후 몇 가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역할 분담 속에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방안이다(시나리오①).

이 안은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제제와 대화를 병행하면서 북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시킨 후 상당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북핵 해체에 노력하는 것이다. 이 안이 성사되려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며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 긴요하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설명은 미국이 평화적 해결 방안도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는 중국의 역할이 기대에 못 미치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미국이 독자행동에 나서는 방안이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한 언급이나 이번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이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면 좋겠다”면서도 “그것이 중국 측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안(북핵)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의미한다.

이 경우에도 대응수준에 따라 다시 몇 가지 방안이 예상된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준을 최고도로 높이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도입하여 금융 및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방법이다(시나리오②).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불을 보듯 뻔하며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미중관계의 악화 소지가 크다.

다른 하나는 남한에 다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군사적 태세를 강화하는 방법이다(시나리오③).

이 방법 역시 동북아 군비경쟁을 부추기며 미중간 군사적 대립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핵 포기를 주장할 근거를 상실하고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로 귀착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것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타격과 같은 선제공격 방안이다(시나리오④).

이 방안은 현실적으로 핵시설을 정확히 파악하기 용이치 않아 기술적 어려움이 클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응으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군부가 예상한 바에 따르면 전쟁 발발 3개월간 미군 사상자 5만 2천명, 한국군 사상자 49만 명은 물론, 여기에 엄청난 숫자의 북한군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군비는 6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20여년이 경과했고 그 사이 북한이 핵을 10여기 안팎 보유하게 된 점을 감안하면 전 국민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도박이다.

아무리 북핵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하더라도 민족의 절멸을 초래할지 모를 이 방안을 지지할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중국의 협력이 없이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이버 공격 등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이 좋을까?

“어느 마을에 고양이와 쥐들이 살고 있었다. 항상 고양이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을까? 하고 마음을 졸이던 쥐들이 이젠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결국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때 한 쪽 구석에 있던 늙은 쥐가 말했다. ‘그럼 대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그러자 좋은 생각이라고 손뼉을 치던 쥐들은 모두 잠잠해졌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이솝우화의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