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날이 다가왔다. 정상적으로 임기교체를 하면서 선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정변이라 할 정도의 난리 끝에 뽑는 대통령이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시작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시작이 반이다. 정말 그러한가? 그렇다면 시작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인생여정에서 올바르고 성공적인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도록 권장하는 뜻에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고 듣는다. 뭐든지 어떤 일을 하기로 생각하였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독려 차원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국가경영을 하든, 개인 사업을 하든, 공부를 하든, 모험을 하든, 그것이 무엇이든지 생각만 하거나 계획(안)만 수립해 놓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생각일 뿐이고,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는 이 세상 어느 것 하나도 이룰 수 없다. 일단 시작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시작’은 매우 의미가 있고 무게 있는 말이다. 앞으로도 어떤 일을 격려하는 뜻에서 ‘착수’의 의미로 계속 장려해야 할 말 중의 하나가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단순히 ‘착수’의 뜻으로 일단 해보라는 게 아니라 ‘비중이 매우 크다’ 또는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면 더욱 더 무게가 있고 조심스러워진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끝도 마무리가 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일단 착수해보라는 차원에서 시작을 독려하다 보면 첫 단추(이것도 시작의 의미)를 잘못 끼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바로 그 모양이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때를 보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내건 슬로건 또는 공약을 보면 당선 후 취임하면 금방이라도 경제가 살아나고, 양심적인 정치인이 들끓고, 민주적인 정치가 행해지면서 국민복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언제 제대로 그런 적이 있었나? 속된 말로 정치인은 가장 파렴치한 사기꾼으로서 믿지 못할 직업 순위의 여론조사에서 늘 일등하지 않는가. 한두 번 속았으면 그런 여론조사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것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이 된지 70년이나 지났음에도 매번 속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다.

요직에 있는 정치인들 행태를 잠시 얘기해보자. 대통령이 되면 처음 일 년은 당초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정방향을 정하고 예산을 짜는 등 다소 그럴 듯 해보이다가도 해가 지나면 늘 제자리에 맴돌 뿐, 진전이 거의 없다. 그건 그 공약이 처음부터 허황된 것이었거나, 지도자의 정치력이 부족하거나, 사리사욕이나 당리당략에만 눈이 먼 정치인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 행태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또 어떨까. 평소 국익을 위한 정치에는 패거리 정치로 여야 간에 협조도 잘하지 않다가도 스스로를 위한 일에는 조금도 손해를 보지도 않겠다고 단합(담합이 옳겠지)을 잘한다. 그러면서 국가경제가 나쁠 때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 직원들에게는 임금을 삭감하고, 복지도 줄이자고 하는 등 별별 이상한 짓을 다 한다. 그뿐이랴. 기업들을 위한 입법 활동은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이자, 국가를 살릴 수 있는 애국활동이기도 한데도 그들은 매번 회기를 넘기고 물거품을 만들고 만다. 그 사이에 기업은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그런 정치인들을 처음부터 왜 뽑았을까? 정치 브로커가 아닌 유럽 선진국의 의원들처럼 진정한 봉사자를 뽑았는데, 선출하고 보니 속은 것이다. 시작이 그만큼 중요하므로 잘 선출했어야 했는데 그러하질 못했다. 이제는 그들의 인지도가 아닌, 그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아니면 또 속을 것이니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시작’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지 결코 절반을 이룬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용기를 북돋워 주어서 어떤 일을 도전해보도록 하는 효과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은 이미 과거이므로 그 시점을 알 수 있지만 끝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다. 그러다보니 미래는 불확실하고 변수가 많다. 이럴 때 명심해야 할 속담이 ‘愼終如始 則無敗事’(신종여시 즉무패사)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서 ‘끝맺기를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신중히 한다면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다’라는 말이다. 정치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개인 인생사도 그렇다. 특히,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들의 행복을 정치인에게 맡길 때에는 반드시 愼終如始의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란 속담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새겨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두 번 다시 속지 않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맡길 만한 사람을 선출할 수 있도록 시작에 힘을 실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은종 / 전 경상남도개발공사 사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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