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 날이다. 이번 대선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따른 ‘대통령 보궐선거’다. 대통령 취임 때 국민 앞에서 손을 들고 선서했던 “헌법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엄숙한 맹세를 위반하고 각종 법률과 신의를 저버린 대통령을 국민이 파면한 데 따른 선거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한 명을 다시 뽑는 선거 그 이상으로 이번 19대 대선의 의미는 크다 할 것이다. 최근 사드(THAAD) 배치 사태가 보여주듯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않는다면 외교·안보·경제면에서 크나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10년 가까이 계속된 남북관계 악화는 이러한 외교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켜 왔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 지렛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드 배치 재논의,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의 대화 재개를 가져오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띠고 있다.

만약에 한반도 사태가 지금처럼 사드 배치 강행과 이에 따른 중국과 북한의 대응, 전작권 무기 연기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는 돌이킬 수 없는 동족상잔의 대결장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나친 이분법은 안되겠지만 이번 대선은 어떻게 보면 전쟁이냐 평화냐를 결정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부 후보 중에는 사드 배치 강행의 절차적 타당성을 주장하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전쟁을 치르자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대북 유화정책을 통해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의 여건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선 공감을 얻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6자 회담을 통해 해법이 나와 있다. 북한에 줄 것(경제 지원과 외교관계 정상화)은 주고 받을 것(비핵화)은 받는 일괄타결이다. 수년간 한반도를 둘러싼 6개 국가가 머리를 맞대고 내렸던 결론인 만큼 앞으로 새로운 해법인 나온다 하더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대사일수록 냉정하고 차분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이미지나 현란한 말에 마음을 줄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떤 후보가 오래된 한반도의 대결을 평화로 바꿀 수 있을지, 큰 그림 속에서 적임자를 선택하길 빈다. 아울러 그것이 우리네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감도 가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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