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10일 취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 선서 행사에서 “안보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사드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과의 진지한 협상도 약속했다. 튼튼한 안보와 자주국방력 강화도 강조했다. 근본적인 북핵 문제 해결 의지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다”며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나 한미의 사드 배치 등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고 있는 동북아 대결을 평화구조 정착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북핵문제를 위한 해법으로 ‘미국과 협의 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선 미국과 협의, 후 남북 정상회담’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반복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이었다. 이것은 6자 회담에서 나온 북핵 문제의 해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6자 회담 당시는 북한이 비핵 상태였고 지금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처럼 평화협정을 전제로 비핵화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통해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추진하려는 문 대통령에게 이 문제는 경제 문제와 함께 난제 중의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공약에서 “미국과 협의를 거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전임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을 통해 사실상 북핵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반면, 트럼프 정부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미국과의 협의 후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불발될 수도 있고, 아니면 파격적으로 성사될 수도 있다.

사드(THAAD)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거나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배치를 해버린 이상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1조원에 달하는 사드 배치 비용을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해 올 경우, 이에 대한 반대 여론에 힘입어 ‘국회 논의’ 등의 절차에 힘이 실릴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과의 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을 경우 ‘사드 배치’에 오히려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성사’,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협의하며 진행’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상황을 떠나 인도주의 차원에서 재개될 수도 있지만,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협의’를 전제에 단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대신 ‘대북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을 추구한다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신임 국정원장 내정자인 서훈 이화여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남북관계 개선을 제시한 바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됐을 때라야 미국, 중국 등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입장, 우리의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실타래처럼 얽힌 한반도 문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를 푸는 해법임은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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