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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한반도 주도권’[기자칼럼]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대북 주도권 경쟁’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대북 주도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을 압박할 것인가, 대화할 것인가는 나중 문제다. ‘대북 주도권’ 확보가 더 시급하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영구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의 최종 목표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하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주도권’을 미국으로부터 가져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공동성명을 평가하면서 “한반도 평화 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간 대화 재개 관련 우리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신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미측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아래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미국이 아닌 우리 정부가 행사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주도권’ 선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가까이 지속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정작 당사국인 우리나라만 쏙 빠진 이른 바 ‘코리아 패싱’이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국제사회의 현실로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오토 웜비어 군의 송환은 이 같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앞에서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북한 당국자들과 1년 가까이 접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자성남 유엔 북한대사와 여러 차례 물밑협상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달 12일에는 의료진 2명을 데리고 직접 북한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어떤 설명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대북제재 국면이라도 사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 스스로가 보여준 것이다.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에 누가 된다”며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교류조차 막아 온 이전 정부 당국자들의 주장이 무색하다.

지난달 오토 웜비어 군의 송환 사건을 통해 미국이 앞에서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북한 당국자들과 1년 가까이 접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사진)

사실 미국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북한과 활발히 접촉해 왔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지원해 왔고, 러시아는 대북 특사를 지속적으로 파견하는 등 북한과 대화를 이어왔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한 후 현재 미국은 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원유 공급 중단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반대하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는 4일(러시아 현지 시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든 관련국에 도발적 행동과 호전적 수사를 자제하고 사전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바란다”고 했다. 지금의 한반도 위기상황이 북한의 도발과 함께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책임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이후, 북한과 모든 대화를 단절한 채 10년 가까이 ‘깜깜이’ 대북정책을 펼쳐왔다. 동해상에 표류한 북한 주민을 송환할 때도 북한 당국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 대북 확성기를 이용해 송환 지점을 전달했다는 소식은 쓴웃음마저 짓게 한다. 그야말로 융통성 없이 국제공조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모범생 국가였던 것이다. 그 사이 미국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북한과 물밑접촉을 가져왔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북한과 완벽하게 단절된 우리나라는 ‘대북 주도권’ 경쟁에서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었고, 한반도 관련국들은 한반도 주도권 경쟁의 우위를 점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잃어버린 ‘대북 주도권’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북한은 4일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 (조선중앙TV)

문재인 정부가 잃어버린 ‘대북 주도권’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북한은 4일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대북 주도권’ 행사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게 북한의 ICBM 도발은 분명 악재다. 여기에는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도 엿보인다. (위키피디아)

북한은 이 미사일의 고도는 2802㎞, 비행거리는 933㎞라고 주장했다. 사거리가 5500㎞이상인 미사일을 ICBM으로 분류하는데, 이날 북이 쏜 미사일의 고도를 정상발사 각도로 조정할 경우 사거리가 최장 1만5000㎞까지 도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북한에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하고도 남는 거리다. 북한이 ICMB 개발에 성공했는지 최종 판단여부는 각국 정보당국의 분석결과를 종합해봐야 하지만 일단 미국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ICBM’이라고 표현했다.

북이 오랫동안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ICBM 개발과 거기에 부착할 소형 핵탄두 개발에 몰두해 왔음을 주지할 때,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만한 사건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서 ‘대북 주도권’이 미국으로 완전히 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여론이 최악인 점과 ICBM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무기라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대북 주도권’ 행사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게 북한의 ICBM 도발은 분명 악재다. 여기에는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북의 ICBM 도발로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대북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도발 다음날인 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 현무-2A를 발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미사일 발사 훈련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는 북한 도발에 경고하는 의미도 있지만, 한미동맹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

또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이 높아진 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져야 하지만 이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이끄는 수단이 되어야 하고 평화 자체를 깨트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중국이 지금까지 역할에 더해서 조금 더 기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내일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 부분에 관해 정말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입장을 따라가는 게 아닌, 먼저 입장을 내놓고 다른 나라를 설득하고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도발 다음날인 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 현무-2A를 발사했다. 이른바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는 북한 도발에 경고하는 의미도 있지만, 한미동맹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지금 ‘대북 주도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할 것인가, 대화할 것인가는 나중 문제다. ‘대북 주도권’ 확보가 더 시급하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영구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의 최종 목표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하다. 나아가 한반도 분쟁 시 평화에 대한 권리를 국제사회로부터 보장받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의 ‘대북 주도권’ 속엔 이런 고민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대북공조를 선도해 나가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획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른 바 투 트랙 전략이다. 앞서 말했듯 한반도 주변국들은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필요에 따라 북한과 접촉하고 대화해 왔다. 이러한 양면전략이 가장 필요했던 건 사실 우리였다.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 대화할 창구를 틀어막아도 우리만큼은 그 문을 열어놨어야 정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말처럼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국제 제재 공조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에 우리는 심하게 위축돼 있었다. 아니, ‘국제 공조’를 핑계로 스스로 대북 화해의 문을 꽉 걸어 잠근 측면이 더 크다. 대북 주도권을 가지고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ICBM 도발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꽉 닫힌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민혁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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