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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와 시민사회의 ‘쓴소리’시민평화포럼,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 개최

출범 50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곧바로 G20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한국 주도의 한반도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준 문재인 정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 정경 분리 등의 대북 정책 방향을 담은 ‘신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고, 17일엔 그 실천의 일환으로 남북 군사당국회담, 적십자회담을 잇따라 북측에 제안했다. 

지난 10년 가까이 꽉 막혀서 폭발 직전이었던 남북 관계에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 방향과 과정은 옳은 것일까. 18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시민평화포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공동 주최한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는 이 같은 새 정부의 행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는 자리였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발제를, 강태호 한겨례 평화연구소장, 김상기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윤은주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토론을 했다. 방청객들도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사회는 안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가 맡았다.

18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시민평화포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공동 주최한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 모습. 김상기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안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강태호 한겨례평화연구소장, 윤은주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정욱식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한반도 관련 행보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조건부’에 머물고 있는 대북 대화 제안이다. 한미 정상 모두 과거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지금 나오고 있는 해법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해왔던 조건 걸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북핵 고도화임이 입증됐는데도 말이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나왔던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핵동결’ 등의 대화의 조건이 과거 전략적 인내 시기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욱식 “한미는 군사력 강화하면서 북한에게는 핵 내려놔라?”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트럼프 대통령은 재래식과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한미 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에게는 핵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하고 “이런 걸 너무 쉽게 합의해줬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엔 북핵 문제만 아닌 미국 핵문제도 존재해 왔고, 따라서 한반도의 핵문제는 북핵만이 아닌 미국 핵문제까지를 포함해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17일 문재인 정부가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북측에 제의한 것을 간략하게 언급한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복원의 관문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북미간의 사안으로 보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스포츠 등 대북 민간 교류를 제안하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는 부차적일 수밖에 없고 특히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평가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가시화되고 있고, 문재인 정부도 여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한반도 문제의 ‘자주성’은 더 위축되고 ‘국제화’는 가속화되고, 이는 사드 논란이 보여주듯 ‘한미일 대 북중러’로 구별되는 한반도 신냉전 시대를 재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무기 상업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자국국방 노선(기존 GDP 대비 2.6% 수준의 국방비를 임기 내 3%까지 인상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이 합쳐지면 ‘북핵 증강-한국 국방비 증액-미국 무기 판매 증가’의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밖에 북한의 ICBM 보유가 가시화되고 대북 제재나 외교와 같은 수단이 통하지 않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예방적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난마처럼 얽힌 한반도 문제를 풀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김정은에게 했던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될 것”, “마지막 기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말라”는 등 ‘두려움 주기식’의 언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단순 발언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식-발언-정책을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18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에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오른쪽)가 발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대북 제재 국면에서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를 집중 설득해 ‘조건없는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가급적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유엔의 제재 결의가 있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조건없는 대화’ 제의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문이 열리면, 비로소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 차례 언급한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논의 재개와 남북미중 4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 개시다. 2단계는 비핵화를 목표로 한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한 북핵 동결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다. 마지막 3단계는 북핵 폐기와 미국 핵우산 철수, 남북한·주한미군 철수,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다.

이를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현 외교안보 라인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미국과 국내 보수 여론을 상대로 ‘눈치 보기’가 아닌 ‘설득하기’에 방점을 두고 ‘협상을 통한 최대의 압박’ 전략에 본격 돌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상기 부연구위원 “북한에 안보 인센티브 제공을”

이에 대해 김상기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문정인 명예교수의 미국 발언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비등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같아야만 안심을 느끼는 이상한 관행들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주도권’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뚜렷하게 달라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김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대화 부재 속 제재-압박이 반복될 수 있다. 유엔 제재시 북한은 핵실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결국 제재 강화가 아닌 대화 재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안보 인센티브’ 제공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인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럴 경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이런 큰 틀의 방향으로 가기 위한 협상방안으로서는 한미연합훈련 축소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정 대표와 평가와 달리 강태호 소장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선택들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보면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소장은 “지금 트럼프 현상은 미국의 제국으로서의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 대표는 미국을 견인해내고 최대한 협상을 통한 압박을 말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남북·미북 관계의 틀 속에서 보는 걸 벗어나 중러 관계 속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은주 사무총장 역시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언급한 것은 국제사회에 동조하면서도 우리 페이스대로 이끌려했던 노력으로 보인다. 어쩌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한 문장을 얻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라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역할은 여전히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시민들을 설득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사회 역할을 좀더 고민하는 건설적인 토론으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시민평화포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공동 주최한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이태호 위원장 “대북 제재 국면에서는 한국 주도권 무용지물”

하지만 이태호 정책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이 굉장한 외교적 성과는 아닌 것 같다”면서 “트럼프는 원래 이렇게 하려고 했지 우리가 설득한 게 아니다. 이걸 전제하고 우리가 대미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서 ‘한국 주도권’이란 복선을 깔았는데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라며 “하지만 주도권은 중요한데 대북 제재를 따라가다 보면 불가피하게 한미일 3국 방위협력 등을 용인하는 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대북 제재 국면에서 한국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기 부연구위원 역시 대북 제재 강화의 문제점을 거들고 나섰다. 김 부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에서 만난 한반도 전문가들 얘기를 전하며 “중국이 2014년 이후로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관계가 상당히 안좋아지고 이것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고 있다. 북중관계 악화로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레버리지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며 “무엇 때문에 대북 제제를 강화하는 건지에 대한 정말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그러면서도 트럼프 정부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오바마 정부 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상대방 국가나 지도자가 민주주의나 인권을 존중하는지를 주요하게 봤다면 트럼프는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 김정은을 상대로 한 대화와 해결의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몇 차례 김정은을 대화의 상대로 언급한 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날 진짜 센 발언은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에게서 나왔다.

이부영 “문 대통령 사드 말바꾸기, 비애감 느꼈다”

이부영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드 배치 철회를 약속했던 것을 언급하며 “한미 정상회담 과정도 그렇고 (문 대통령이) 어렵게 말을 바꿔가는 걸 우리는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정권을 잡은 사람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만다는 어떤 비애감마저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저는 대통령이 솔직해져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당신 왜 거짓말 했소?’라고 지지자들이 문제 제기한다면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 상황에서 ‘지금 한미동맹 현실 속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북한이 핵을 저렇게 개발한 건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다. 미북 사이에 2005년 거의 합의한 걸 제대로 이행만 했으면 ICBM 발사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만 믿고 따르다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상황이 됐다. 우리는 충실히 따라오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라며 “1991년 4대국 교차승인 얘기가 나왔다. 한중·한소 수교할 때 미북·미일 수교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이행되지 않은 결과가 북한의 핵개발로 나타났다. 북한과 우리의 외교관계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게도 ‘북한과 수교해라. 대신 우리가 먼저 남북수교 맺겠다’ 이렇게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8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시민평화포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공동 주최한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토론회에 참석한 방청객들이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유코리아뉴스

박창일 신부 “한미동맹으로 다 해결되나?”

박창일 신부(사단법인 ‘평화3000’ 운영위원장)는 토론회 도중 발표된 청와대 통일비서관 인사를 언급하며 “원래 청와대 내부에서는 통일부 내부가 아닌 외부 사람으로 모시려고 했었다. 베를린선언의 형식도 언론에서 강하게 비판해 왔던 건데 지금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인식이 9년 전과 바뀐 게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처럼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박 신부는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우리는 지금 북한 내부 얘기 아무도 안한다. 한미동맹으로 다 해결되나. 한미동맹 강화하면 북한 문제 해결되나. 트럼프나 아베가 과연 북핵 폐기를 원할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트럼프, 아베라면 북한이 계속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 계속 말썽을 부리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그래야 주한미군 주둔 등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제재와 대화는 병행할 수 없다고 북한은 분명히 얘기한다. 북에서는 헷갈리는 얘기다. 우리는 민간교류 얘기하지만 제가 5월에 북쪽 사람들 만나봤더니 ‘해봤자 안된다’는 거다. 금강산이나 개성공단도 문닫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군사·정치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좀 더 거시적인 것 등을 과감하게 제안해나갈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과감하게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서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관료들만 믿고 있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새 정부도 유야무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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