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황 어느 때보다 엄중

트럼프 대통령, 비밀리 북에 특사 보내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현재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비밀리에 특사를 보내서라도 딜(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2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 특별강연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이 1976년 미루나무 사건(일명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보다 더 엄중하다”며 “당시 미국의 행동은 북한의 우발적 충동에 대한 대응이었지만, 현재는 미국이 준비된 군사행동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 역시 미국에게 강 대 강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갈등이 자칫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문 특보는 현재 엄중한 한반도 상황을 타계할 방법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힘이 있어서 양쪽을 다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힘은 없고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주 비밀리에 북한에 특사를 보내서 거래를 성사시키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북, 더는 핵개발 못하게 막아야

핵능력 강화되면 적화통일 시도할지도

질의응답 시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문 특보는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핵능력을 가진 국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고 북한 편일 수 있다”며 “북이 핵탄두를 100개 가지면 협상태도가 지금과 또 달라진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시간을 끌수록 우리나 미국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니 빨리 북과 대화와 협상을 해서 북이 더 이상 핵개발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시간을 끌어서 북한이 시간을 벌고, 북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이 강화되면 북한이 이른바 ‘남조선 적화통일전선전략’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 특보는 “기본적인 건 수령과 제도와 인민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라며 “김정은의 국내정치적 정통성도 올리고 국제적 위신, 존엄도 올리고 이런 복합적인 이유에서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이 핵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최선 해법은 ‘대화와 협상’

남한 ‘중재자’ 역할과 다자안보체제구축 강조

문 특보는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의 ‘북-미 중재자’ 역할과 다자안보체제구축을 강조했다. 문 특보는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안 될 때 평양이 우리를 통해 워싱턴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외교안보수석을 미국에 보내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에게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 사례를 언급했다. 또 “한-미-일 체제는 공고하니 한-중-러 삼각체제, 필요하다면 남-북-중, 남-북-러 등 여러 가지 매커니즘을 만들어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문 특보는 같은 날 강원 춘천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동북아평화포럼 특별강연에서도 “아직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최선의 대안”이라며 “제재와 압박의 한계를 인식하고 강력한 안보 기반 위에 대화와 협상의 지혜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혁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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