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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린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우리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그 무엇도 아닌, ‘기억’이다. 한국전쟁의 상흔과 멸공 이념의 기억은 우리 안에 여전히 뿌리 깊다. 북한은 영원한 가해자이고, 우린 영원한 피해자이다. 뿌리 깊이 내면화된 이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서, 평화와 공존을 말하는 것은 허망할 뿐이다.

지난달 31일 서울대병원 함춘회관 가천홀에서 ‘화해와 용서를 통한 평화’ 포럼이 열렸다. 사단법인 한반도평화연구원(KPI‧원장 윤덕룡 박사)이 주최했고, 숭실대학교 김회권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해완 교수가 발제했다.

김회권 교수는 구약학자답게 B.C 8세기 이스라엘 지역에서 활동했던 예언자들을 소개했다. 이들 예언자는 단순히 미래를 예고하는 점쟁이가 아닌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이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심화하는 양극화, 그리고 남남갈등

B.C 8세기 이스라엘 상황 우리와 유사, 예언운동 벌어져

한국교회가 양극화로 병든 사회 치유 나서야

김회권 교수는 ‘예언자들의 회복적 정의와 사회적 치유사상’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남북갈등만큼이나 심화하는 남남갈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가 남남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는 건 ‘양극화’다.

그는 구약학자답게 B.C 8세기 이스라엘 지역에서 활동했던 예언자들을 소개했다. 이들 예언자는 단순히 미래를 예고하는 점쟁이가 아닌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남북조 왕조의 경제적 전성기에 등장한 예언자들의 예언운동은 망가지고 무너진 언약공동체 회복을 겨냥했다. 특히 주전 8세기 예언운동은 인간 왕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탄핵을 연료로 삼아 발진한 과격한 신정통치적 이상의 견인차였다. 예언자들의 눈에 비친 왕정시대는 사사시대의 영적 도덕적 무정부 상태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전제왕권을 휘두르는 인간 왕들은 하나님의 직접적 통치를 방행하는 장애물들임이 드러났다.” (김회권, KPI 포럼 발제문 중)

 

김회권 교수가 예언운동의 선두주자들로 소개한 인물은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미가다. 이들은 거의 동시대에 활약했고, 과격하다 싶을 정도의 사회 개혁을 말했다. 하필 B.C 8세기, 이 시기를 중점으로 대대적인 예언운동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사회 배경으로부터 기인한다.

외견만 보면 이 당시 이스라엘은 태평성대였다. B.C 780년부터 약 30년 동안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에는 전쟁이 없었다. 북이스라엘은 여로보암 2세가 50여 년간 통치했고, 남유다는 52년간 웃시야왕이 통치했다. 왕권이 강화되고 관료제가 발달했다. 정치가 안정되자 부가 축척되고 농업과 상업이 발달했다. 한마디로 부국강병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 결과 지배층의 기득권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지주, 재판관, 거짓 예언자, 종교지도자 등 사회 기득권층의 횡포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다. 이들 지배계급은 자유농민의 땅을 빼앗고, 재산을 몰수하기도 했다. 땅을 빼앗긴 자유농민들은 채무로 인해 고통 받았고, 노예로 전락하기도 했다.

 

“주전 8세기에 처음으로 이스라엘 역사에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업의 땅을 상실해 언약백성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신앙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었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자유농민들의 땅을 되찾아주고 그들의 생존권을 옹호해 주기 위하여, 즉 하나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서 신탁을 전했다.” (김회권, KPI 포럼 발제문 중)

 

B.C 8세기의 예언운동은 현재 우리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N포 세대, 헬조선이란 말이 일상어처럼 돼 버렸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건물주’이다. 부의 대물림과 양극화는 점차 심화한다. “돈도 돈이 있어야 벌지.” “이번 생은 틀렸어.” 등 자조어린 읊조림은 단지 푸념이 아닌 진실처럼 돼 버렸다.

“고대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예언행위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언약을 따라 기능하던 언약공동체가 양극화되고 파편화되어 해체되는 것을 막아주는 집단상담적 치유활동으로 나타난다. 특히 예레미야서의 주조음은 ‘내 백성이 상하였도다’이다. 이것은 이스라엘과 하나님이 맺은 언약에 따라 건설된 언약공동체 구성원간의 형제우애가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교회에게 요청되는 하나님말씀 대변활동인 예언은 새아담언약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온 인류를 이 언약에 초청하는 선교적 노력으로 결실되어야 한다.” (김회권, KPI 포럼 발제문 중)

우리 공동체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남북갈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남남은 양극화로 인해 파편화되고 해체되고 있다. 남남 안에 존재하는 상처 치유가 병행하지 않고서는 영원한 가해자, 북한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일은 요원하다.

이해완 교수는 ‘용서와 화해, 그 불가능에서 가능성으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법학자의 시각에서 ‘무조건적인 용서’가 가능한지 관해 고찰했다. 용서에 관한 다양한 개념과 정의가 존재하지만,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무조건적인 용서’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반도평화연구원)

‘무조건적인 용서’가 가능할까

‘용서와 치유’ 위한 내적노력 10가지 제시

이해완 교수는 ‘용서와 화해, 그 불가능에서 가능성으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법학자의 시각에서 ‘무조건적인 용서’가 가능한지 관해 고찰했다.

용서에 관한 다양한 개념과 정의가 존재하지만,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무조건적인 용서’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극복할뿐더러 가해자를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적어도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내적수용까지 나아가는 게 ‘용서’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용서에 관한 문헌들을 보면, 가해자의 악이 대단히 중대하고 고의적인 경우에는 용서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용서의 한계를 설정하는 입장도 있고, 피해자의 진정한 뉘우침과 사과 등을 조건으로 한 용서만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들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다른 일군의 학자들과 함께, 무조건적 용서의 정당성과 가능성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해완, KPI 포럼 발제문 중)

 

‘무조건적인 용서’가 가능하다면 따르는 문제가 있다. ‘만약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때도 용서를 해야 한단 말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만약 용서라는 개념에 가해자의 사과와 뉘우침이 조건 시 된다면, “용서가 피해자의 주체적 노력 밖에 있는 ‘외적 변수’에 의하여 제약되게 되므로, 피해자의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유가 부당하게 제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또 그는 “용서는 아가페 사랑의 무한성이나 인간존중의 무조건성 등 높은 차원의 이타적 윤리를 바탕으로 하는 면이 있음과 동시에 피해자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 극복하고 과거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자기배려적 결정”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용서란 내적인 성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가해자를 포함한 외부 요소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용서와 치유가 외부 조건에 따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면, 피해자의 자기 주체성은 언제나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용서와 치유는 온전히 피해자의 것이어야만 한다.

이 교수는 ‘무조건적인 용서’를 가능하게 하는 내적 노력으로 다음의 10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1. 아가페 / 인간존중의 확고한 지향

2. 지혜로운 자기배려의 선택

3. 선악과 그 행위자의 구별

4. 정의에 대한, 그리고 정의와 용서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

5. 내재적 자존감과 겸손의 미덕

6. 인류 연대의식과 ‘인간에 대한 용서’

7. 큰 그림 보기

8. 이해의 노력

9. 공감의 노력

10. 감사와 궁극적 긍정의 태도

 

이날 KPI 평화포럼은 ‘화해와 용서에 대한 성찰’ 포럼의 서론 격에 해당해서인지, 이론과 배경,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11월 24일 열릴 두 번째 공개포럼에서는 좀 더 실제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문학과 영화, 한국사회, 통일과 연계한 화해와 용서를 다룰 예정이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이날 KPI 평화포럼은 ‘화해와 용서에 대한 성찰’ 포럼의 서론 격에 해당해서인지, 이론과 배경,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11월 24일 열릴 두 번째 공개포럼에서는 좀 더 실제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문학과 영화, 한국사회, 통일과 연계한 화해와 용서를 다룰 예정이다.

사회자 전우택 연세대학교 교수는 마무리 말에서 “이번 연구는 특별히 통일을 염두한 상황에서 어떻게 화해와 용서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KPI는 이 같은 연구주제로 10월과 11월 두 번의 공개포럼 외에 2018년 초 같은 제목으로 연구단행본 출간을 계획 중이다.

* 참여문의 : 한반도평화연구원 담당 이창현 사무국장 (070-8611-7109 / 010-7223-1035)

이민혁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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