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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공사 “북핵 개발 완료 뒤 적화 통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8월 망명, 입국한 이후 태 전 공사의 미국 방문과 의회 증언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선 남북 관계와 관련한 다소 민감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3일자 조간 신문들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솔직히 말하면 김정은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의 힘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오판 때문에)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면 미국과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한국에 들어 있는 외국 투자도 빠져나갈 것이라는 게 북한의 계산”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 완료 → 주한미군 철수 요구 → 외국 투자 철회 및 남한 경제 위기. 이것이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노리는 전략이란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내부자가 본 북한'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CSIS 화면 캡처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갔다.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적화 통일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 김정은이 핵개발을 완료한 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한반도를 적화 통일하는 베트남식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태 전 공사의 말을 인용한 것은 아니다. 아마 기자가 문맥상 그렇게 해석한 것일 수 있다. 어쨌건 ‘베트남식’ ‘적화 통일’이란 말이 등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태영호가 경고한 ‘북핵완성→적화통일’ 야욕)에서도 “그는 북한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고위 엘리트였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이상의 대남 적화통일 야욕을 품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언급했고, 국내 대북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북핵 개발의 원인인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실상은 안이한 인식이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한국 사회 붕괴가 김정은 로드맵'이란 태영호 前 공사 증언)에서 “(북핵) 협상이 벌어지면 북이 무엇을 요구할지는 자명하다.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재 전면 해제와 한미동맹 종료, 주한미군 철수를 내걸 것”이라며 “1~2년 전까지만 해도 북의 핵개발 목표가 자신들 정권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이란 생각이 우리 사회 일각에 있었다. 이런 생각은 정권만 보장해주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이란 주장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안전 보장과 북핵 폐기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두 신문의 시각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 포기가 북한의 핵 포기를 가져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세계일보>는 사설(“김정은 목표는 미군 철수와 남한 붕괴”라는 태영호 외침)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는 1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언급하며 “무조건적인 ‘전쟁불가론’은 잘못된 사인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미국에 제동을 거는 행위로 비쳐질 경우 한·미 균열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이에 따른 남한체제 붕괴”라는 태 전 공사의 미국 의회 증언을 인용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획득하면 미국이 북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전쟁 불가론이 한미 공조의 균열을 불러오고, 이는 북한이 핵개발을 완료했을 경우 북한의 계획대로 이끌려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태 전 공사의 미국 의회 증언은, 그동안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왔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나이브하게 보게 만들 여지가 크다. 더군다나 누구나 공감하는 ‘한반도 전쟁 불가론’조차 안이한 인식으로 만들 소지가 많다.

하지만 <중앙일보> 보도(망명 뒤 첫 미국행 태영호 "북한은 파괴 대상 아니다")에 따르면 태영호 전 공사는 미국 의회 증언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의 ‘내부자가 본 북한’이란 제목의 강연에서는 “북한은 변화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평화적인 방법이 우선돼야 한다”며 “군사적인 행위에 앞서 소프트파워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태 전 공사는 1일 미국 의회 증언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긴 했지만 언론 보도에서는 살짝 언급되거나 아예 생략됐다. CSIS에서의 증언과 미국 의회에서 증언의 온도차가 다른 건 태 전 공사의 증언이 하룻만에 세진 걸까, 아니면 언론 때문일까?

태 전 공사는 지난해 12월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북, 핵질주 마지막 주로" 태영호 전 공사 일문일답)에서 자신이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금 김정은은 핵개발 완성 시간표까지 정해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 주로에 들어섰다. 김정은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진다면 우리는 영원히 김정은의 핵 인질이 되고, 한반도에서 핵 전쟁이 일어난다면 자그마한 영토는 잿더미로 변해 구석기 시대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제하기 위해 오래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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