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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대화로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을 삼자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7.12.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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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의 속셈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70여 일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11월 29일 새벽, 동해상으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북한은 정부성명을 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5호를 발사했으며 고도 4,475㎞, 거리 950㎞를 날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장에 참관했음을 밝히고,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되었다”고 선포하면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미·일 군사당국은 이미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합참에서는 즉각적으로 “탄종이 화성14계열 장거리 미사일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국정원도 가장 진전된 ICBM급 기종으로 평가했다.

한·미·일 정부는 추가 도발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공동대응 기조를 확인하고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으며, 안보리 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관리해야 할 상황, 우리가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중국도 엄중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했다.

북한이 그동안 침묵을 유지함에 따라 강력한 제재로 인해 북한이 생각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덕천 자동차공장을 방문하는 등 경제 분야의 현지지도에 주력하는 듯했다.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국장은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세계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아시아를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사용 언급을 자제했고, 중국은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을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북한에 보내 대화를 원하는 메시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인한 정세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엔제재 2375호 결의안 채택 이후 중국도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서서히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은근한 기대는 헛되었음이 드러났다. 북한은 제재의 압박이 조여 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중국이 언급하고 있는 ‘쌍중단’ 조건조차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살라미 전술을 쓰는 듯, 조금씩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제 실험으로 과시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다한 듯하다. 부분적으로 보여줬던 능력을 하나로 묶어서 실제 발사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이미 미국을 타격할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했으므로 포기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강한 제재를 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은 그들이 포기해야 한다면 미국도 핵을 포기하라고 한다. 북한이 중국의 중재노력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중국이 끼어들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발사를 한·미·일 당국이 사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타격의 행동은 물론 직접적인 요격 움직임도 없었음을 북한은 확인했다.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있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능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선 핵포기(‘쌍중단’ 역시 선 핵포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를 요구한다면 핵탄두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태평양 상에 발사하는 행동을 취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지 3시간여 만인 지난 29일 오전 6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탄도미사일에 헛된 망상을 실어 보내는 북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될수록 우리는 더 똘똘 뭉친다’고 북한은 주장한다. 아무리 제재를 해도 북한은 문제없다고 과시를 한다. 실제로 시장 쌀 가격이나 휘발유 가격을 보면 국제시세와 환율변동에 따른 약간의 가격 변화는 있지만, 수급불안정으로 인한 가격급등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식량 생산이 안정되어 있고, 시장에서 물자 수급을 조절할 정도로 시장기능도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인 듯하다. 이른바 1970년대식 자력갱생의 능력을 일부 회복했기 때문에 제재를 버텨내는데 문제가 없다는 계산인 듯하다.

김정은의 덕천 자동차 공장 방문은 북한도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만들 정도로 내수 시장이 돌아가고 있음을 과시한 것일 수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제재로 인해 부품도입이 어렵게 되자 자체적으로 부품을 개발해 이를 극복하고, 지금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화물차를 만들었음을 대내외에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의 급격한 경제난에 대해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성보다는 자연재해와 국제적 압박을 원인으로 돌렸다. 앞으로 다가올 경제난의 원인도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라고 못 박고 내부 결속을 선동할 것이다. 폐쇄사회에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다 따라올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북한 당국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시장의 확산은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의도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미 외부세계와 깊숙이 연계되어 있다. 외부세계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인들이다. 국제제재로 이들의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체류 비자 연장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역과 금융활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외부세계가 흔들리면서 그 임팩트가 북한 내부로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통신망 등을 이용해서 표면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지만 북한의 입소문은 빠르다.

북한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말로는 똘똘 뭉친다고 외치지만 속으로는 불안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는 심리적인 문제다. 아무리 중앙통제를 강화한다 해도 북한 경제는 이미 시장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 원유공급의 전면 중단을 포함해서 사실상 북한을 봉쇄하는 수준에 이를 경우 북한은 버티기 어렵다. 아니 북한 시장이 버티기 어렵다.

북한 당국의 오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고 이번 발사에서도 재확인했다고 보는 것 같다. 미국이 이제는 북한의 미사일을 진짜 무서워한다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자제하는 이유는 북한의 위협 정도와 주변국의 안정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 정도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안정을 해치는 수준이 된다면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 북한은 마치 볏짚을 짊어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으로 행동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석에서 “그쪽에서 일정 정도의 희생은 있을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다. 우리에게 한반도는 전부이지 결코 소(小)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은 없다고 힘주어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핵무력 완성’ 선언이 대화국면으로 들어가는 기회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역시 착각에 빠져 있다. 제재와 압박을 강화할수록 북한의 고통은 심해지고 결국 굴복하고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한 듯하다. 북한은 밥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식량은 이제 어느 정도 자급하고 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수 있으니 각오하라고 주민들에게 말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 역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치킨게임이 심화되면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양쪽 모두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선 핵포기 약속, 선 제재 중단, 선 군사훈련 중단 같은 전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대화를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야말로 대의이고 명분이며, 관련국 모두에게 실익을 안겨주는 보고(寶庫)이다.

지난 70여 일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시기,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표류한 북한선박 문제를 계기로 대화론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미국은 군사적 옵션 사용 언급을 자제하고 북한 인권문제나 테러문제로 우회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특사를 보내는 등 일련의 노력을 기울였다. 러시아 역시 대화를 중재할 용의가 분명하다며 나서기도 했다. 어찌 보면 핵무력 완성 선언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북한으로서는 판을 바꾸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완성을 했다면 이제 더 이상 실험에 매달려 국제사회와 충돌할 필요가 없고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 병진에만 힘쓸 여유도 갖게 되었으니 지금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북한에게 남은 카드는 실제로 핵탄두를 싣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거리 사격하는 것밖에 없다. 만일 실패할 경우 북한은 양치기 소년이 된다. 성공한다고 해도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보다 제재와 압박을 극대화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완전히 고립무원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연명하거나, 아니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로 국가 자체가 소멸할 수도 있다. 남은 하나의 카드를 던지면서 미국과의 담판에서 승리할 확률 또한 대단히 낮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은 조건 없는 대화밖에 없다. 미국이나 북한만이 아니라 역내의 관련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화다. 그리고 그 대화의 목표는 평화다. 지금, 전제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할 시간이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내용까지 모두 포괄해서 대화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 막다른 게임에서 한국 정부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해묵은 한반도 평화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한반도는 결코 소(小)가 아니다.

*본 칼럼의 저작권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 있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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