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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3불(Three No)’ 입장 표명: 지속 가능한가?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86호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10월 30일 국회에서 한-중간 사드 논란에 대한 출구전략으로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불 입장’을 표명하였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도입을 결정하고 이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불거진 한-중간의 갈등 상황을 봉합하려는 시도였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조치를 가하는 한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드 철수만이 한-중 관계 개선의 길이라고 압력을 높여왔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예상되었던 APEC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12월이나 1월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중국 정상급 인사 초청 등을 추진하는 일련의 외교 일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온 바 있다. 나아가 10월 이후 휴지기에 들어가긴 했지만 북한의 거듭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 행위 중단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강경화 장관의 3불 입장 표명은 이 같은 맥락에서 한-중 관계 개선의 걸림돌 제거를 위한 선언적 조치로 나온 것이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5일 미국 CNN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외교부 제공

봉인되지 않은 사드 갈등

한국 정부는 3불 입장의 표명과 더불어 한-중 관계에서 목에 가시와 같았던 사드 문제를 잠재우고 갈등을 ‘봉인’하였다고 자평하였다. 더 이상 사드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입장 표명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11월 11일에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대한 이해관계의 문제에 관해 양국은 모두 역사와 중-한 관계, 양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삼 사드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1월 22일 개최된 한-중 외상회담에서 ‘말에는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를 희망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11월 23일 왕이 부장이 ‘3불 1한’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1한(限)이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 사용을 제한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사드가 봉인되었다고 보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문제 해결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드 갈등이 종착점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긍정론: 3불 입장은 한-중 관계 개선 위한 현실적 합의

한국의 3불 입장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사드가 가장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이상 이를 우회할 수 없으며, 중국의 우려를 상당 정도 반영하는 한국의 입장 표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의 추가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존에 배치된 사드 포대를 기정사실화하였고, 사드의 추가 도입만 차단함으로써 갈등을 완화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로부터 계속되어온 입장으로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지만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안보를 훼상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은 현실적으로 군사동맹을 맺을 수 있는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은 평화헌법체제하에서 군사적 행위가 제한되어 있어 원천적으로 군사동맹이라는 정책 조치는 성립되기 어려우며, 한국 내의 반일감정을 고려한다면 한-일간 군사동맹으로의 발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한국 방어를 위한 한-일간 안보 협력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들고 있다.

회의론: 3불 입장 표명은 비현실적 타협

3불 입장 표명이 비현실적 타협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사드를 매개로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되어 미-일과 군사동맹을 구성하게 되어 있으며, 한-일간의 사드 체계의 유기적 통합은 북한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이미 사실상 기능적으로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미국 무기는 한국이 유효적으로 관할할 수도 없기 때문에 3불 입장은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실화될 수 없는 구조를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11월 16일 3불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사드의 추가 배치는 시간 문제에 불과하고 한-미-일 3각 군사협력관계는 이미 동맹 단계에 거의 이르렀다고 단정했다.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체결한 한국은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구성부분이 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한국의 힘으로 3불 입장을 표명해도 지켜질 공산이 없다는 게 회의론 내지 원천적 부정론의 근거다.

반대론: 안보 주권을 훼손한 양보

3불 입장에 대한 상당한 반론이 국내외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반대 이유는 한국의 군사 및 안보 주권을 훼손할 수 있는 소지가 아주 크다는 것이다. 맥매스터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11월 3일 3불 입장 표명에 대해,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는 의견을 내놓았다.

3불 입장 표명에 대한 반론은 주로 한국의 선택지 제약에 관한 부분이 많다. 우선 한-미 동맹에 대한 여파가 큰 조치들을 미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이 또는 미국의 실질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 선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 있다. 사드 배치는 미국 무기 체계이며 한국 내 미군기지에 배치된 것이고 주한미군 및 증원되는 미군 병력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은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과도 상치될 수 있는 여지가 큰 데 중국에게 이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는 것은 동맹국의 이익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안보와 관련된 이슈에 중국이 입김을 행사하게 하여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저자세 외교라는 점이다. 중국이 양자간 이슈를 넘어서서 이제는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이슈에까지 외교적 입김을 행사하려 하는 것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를 수용하는 선례를 남긴 점은 아쉽다. 나아가, 한국의 미래 선택지에 대한 입장을 조건부가 아닌 방식으로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주권적 선택의 양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할지 안 할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고, 한국이 동맹에 관련된 조치들을 강화해 나가야 할 지 완화시킬지도 동북아 정세의 귀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3불 입장 표명의 외교적 함의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고 긴 안목에서 판단했다면 더 좋은 선택이 가능했다고 본다. 우선,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중국의 부담이 큰 사안에 대해 너무 일찍, 어떠한 상호주의에 기반한 약속도 없이 한국이 먼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쉬운 일로 남는다. 중국은 사드의 전략적 의미만 강조하고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고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조치들도 공식화하지도 않았다. 표면적으로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로 비치게 된 점은 외교적으로 자긍심을 잃은 조치였다.

또한, 3불 입장 표명은 논리적으로 중국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격이 되어버렸다. 한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공격 형태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는데 반해, 중국은 사드가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중국의 군사적 핵심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3불의 수용은 중국의 관점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었다. 한국의 주장을 끝까지 일관되게 밀고 나가지 못한 점은 한편으로는 줏대와 배짱이 부족하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지나치게 협상을 서둘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아가 한국의 자주적 판단만으로 사드 배치를 좌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국과 중국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외교적 꼼수를 부린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미-중간의 전략적 타협이 없는 한, 한국은 양국의 전략적 경쟁의 중간에서 계속 어정쩡한 자리매김을 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타협안을 거듭 양산할 수밖에 없다.

3불 입장 표명은 동북아 세력균형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적 선택에 대해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다. 먼저, 한국의 안보전략에서 한-미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구조를 크게 변경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준다. 둘째, 중국과 같은 공세적 외교 행태에 대해서는 자신감과 인내력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외교를 추진해야만 국격을 손상하지 않는 외교를 전개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셋째, 강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약자의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상호주의와 상호 존중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도 일깨워준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박철희는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겸 교수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또한 저자는 현대일본학회 회장(2017)을 역임하고 있으며 전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장을 지냈다.

 

*이 기고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박철희  chpark8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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