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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사 분석④] ‘빙판위의 훈풍’ 헛되이 날려보내선 안돼

2018년이 밝자 마자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해 우리의 대화 제의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참가의사 및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발 빠르게 이에 호응한 결과이다. 그러나 북한 신년사를 통해 한 해 동안의 북한 대내·외 정책을 전망하는 것은 무리다. 남북관계는 금방 전쟁이 날 듯 하다가도 대화가 이뤄지고 금방 통일이 될 듯 하다가도 위기가 고조되는 경향성을 보였다. 여기에서 필자는 하나의 요령을 터득했는데 그것은 다른 전문가들이 낙관적으로 예측하면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비관적으로 예측하면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30일 인민군최고사령관에 등극한 이후 꾸준히 최고지위를 획득했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나 정책을 무자비할 정도로 과감히 제거하였다. 이러한 행태는 절대왕조체제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다. 절대권자는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부모, 자식, 형제, 친인척, 1등 공신 등을 가리지 않고 처단하였다. 그런 측면에서만 보면 북한은 아직도 왕조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3대왕이 절대왕조체제를 구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정은은 북한 국내체제로만 한정해서 본다면 수백 년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절대체제를, 군사적으로 핵보유국을 구축한 김정은은 경제문제에 주력할 것이다. 절대왕의 주요한 책무 중 하나는 민생안정이기 때문이다. 신적 지위를 부여받은 수령이 주민들의 ‘일용할 양식’을 해결해 주지 못하면 그 지위를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지 않다. 세계적 차원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고 가장 가까운 중국조차 제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과연 어떤 방법을 통해 먹는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우선은 ‘자립성과 주체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김정은은 중국과의 교역을 묵인했으나, 핵문제로 인해 갈등이 불거지자 중국의 대안으로 러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것 역시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인해 쉽지 않다.

김정은이 회심의 카드로 던진 것이 남한과의 관계 복원이다. 김정일이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남한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남한이 목을 메는’ 평창올림픽 참가를 카드화하여 겉으로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겠지만 실제로는 남북경협을 요구할 것이다. 남북경협은 북·중경협보다 정치적 부담이 훨씬 적다. 현재 북한에서 유행하는 한류는 거의 북·중 국경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 남한과의 관계만 개선되면 중국국경을 전면통제해도 되는 것이다. 북중 국경은 거의 전면적으로 개방되어 있지만 남북경협은 매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것도 ‘김정은의 꿈’일 뿐 실제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핵 및 장거리 미사일 문제 때문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모두 핵개발에 쓰여진다’라는 프레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예전의 남북경협은 어려울 것이다. 벌써부터 보수언론은 북한의 대남 제의를 ‘위장평화공세’로 치부하고 뭔가 노림수가 있을 것으로 분석·전망하고 있다. 필자가 현 국면을 약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고 남북대화가 진전되더라도 이를 시기한 세력이 있는 한, 김정은이 요구하는 수준의 남북경협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민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이 시점에 6.25전쟁 이후 미국이 했던 대한국 정책을 우리의 대북정책으로 원용해야 한다. 미국이 파괴된 한국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함으로써 천사가 되었고 한국은 세계최고의 ‘친미국가’가 되었다.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친남화’를 이끈다면 북한 핵은 무력화될 것이다. 물론, 김정은은 ‘모기장론’에 입각하여 철저한 사상통제를 하고 ‘비사회주의사조’를 단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북한 주민들은 ‘한국꿈’을 꾸기 시작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북한주민들이 남한으로 오고 있다.

북한에서 변화가 일어나려면 대안 사상과 대안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일용할 양식’을 주는 사람은 수령이 아니라 남한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변화된 행동이 나올 것이다. 만일 제재만 지속한다면 ‘경제난의 모든 책임은 수령이 아닌 미국이다’라는 김정은의 ‘책임전가전술’만 정당화시켜 줄 뿐이다.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도래한 ‘빙판위의 훈풍’을 헛되이 날려 보내서는 안 된다.

전현준/ 남북물류포럼 이사

*본 칼럼의 저작권은 남북물류포럼에 있습니다.

전현준  kolofo.or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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