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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은 무의미하다

크면서 싸움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만 실제 심각하게 주먹다짐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무림고수간의 현란한 막고 차기의 연속동작을 현실세계의 동네 애들간 막싸움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동네 애들끼리 싸움은 대부분 시시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애들 싸움에서는 ‘선빵’을 누가 제대로 날리느냐가 승부를 판가름한다. 누가 먼저 주먹을 날려 상대의 코피가 터질 경우 코피 터진 아이는 울기 십상이고, 그렇게 되면 일단 지는 게임이다. 그런데 꼭 싸움은 그렇게 끝나지만은 않는다. 선빵 날려 상대 코피 나게 하고도 더 두들겨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먼저 쳤으니 부모들간 분쟁으로까지 번지게 되면 폭행으로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

한반도에서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넘어 북미간 대화 모드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화올림픽에 대한 열망 속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례적인 순환 배치라고 하지만 1월 초에는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 있던 B-2기 3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추가 배치했다. 또 1월 말에는 B-52 전략 폭격기 2대와 B-1B 랜서 2대가 일본 항공자위대와 공동으로 한반도 인근에서 가상 폭격훈련을 실시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도 평창올림픽 개막 전후 한반도 주변 해역에 도착해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과 합류할 예정이다.

북한도 평창올림픽 전후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태성 북한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23일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남북 관계의 긍정적 분위기에 젖은 담요를 던지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1월 31일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반도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로 향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도래하는 시기에 이에 역행하는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이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에서 일명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이라는 제한적 대북타격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코피 작전'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핵이나 군사 관련 시설물이 아니라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타격으로 인한 피해 규모보다는 심리적인 공포심을 각인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어쩌면 알면서 얻어맞는 게 아니라 김정은이 왜 코피가 터진 줄도 모르게 하겠다는 것이 ‘코피 작전’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은밀히 들어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어 김정은이 확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보복 공격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보복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 북한을 너무 이성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김정은이 그 정도에 보복을 포기할 만큼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쉽게 보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김정은이 바보가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한 대 먼저 맞고 코피가 났다고 쭈그리고 있을 북한이었다면 애당초 ‘핵무력 완성’을 선포할 배짱과는 거리가 멀다. 흐르는 코피를 쓱 닦아내고 무슨 일이든 벌일 것이 분명하다. 확전과 전면전의 우려보다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북한이 한 것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을 ‘역 코피 작전’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게 북한이다.

문제는 '코피 작전'은 북한의 도발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일부에서는 제한적인 선제타격이라고 하지만 적의 확실한 공격 징후가 보일 때 타격하는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과는 다르다. 아무리 피해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코피작전’이 북한의 도발 징후와 상관없이 기선제압용 ‘선빵’이라면 침략행위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agrément)까지 받은 빅터 차 주한 미 대사 내정자의 지명 철회가 ‘코피 작전’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느 정부처럼 트럼프 정부 역시 다양한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해 서랍에 숨겨두었거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코피 작전’이라는 것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코피 전략이 백악관과 행정부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언론이 만든 허구라는 것이다. 빅터 차의 낙마도 ‘코피 작전’ 반대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평화를 내세운 올림픽을 앞 둔 시점에서 ‘코피 작전’의 노출은 여러 가지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미국발 ‘코피 작전’ 소식이 불편하고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를 바라보는 미국 내부의 부정적인 시각과 기류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강경파와 언론들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향후 북핵문제 해결과 미국의 한반도 주변 영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흔쾌히 내준다고 하면서도 이러다가 정말 우리에게 운전석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의 코피를 먼저 터트린다고 싸움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또 코피가 꼭 주먹에 맞아서만 터지는 것도 아니다. 화제 거리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코피작전’에 대해 이렇게 글 쓰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donykim@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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