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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과 영토조항남북물류포럼 칼럼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되었다. 헌법 개정 후 30년이 지났고, 그 사이 사회는 많이 변했다. 헌법과 사회현실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헌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된 것이 문제라는 인식하에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헌법 개정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권력남용과 측근비리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고 탄핵 이후 여야 정치권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금년 1.8.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주로 정부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기본권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그리고 최근 논란에 휩싸인 사법부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소홀히 취급된 영역이 있다. 바로 남북관계다.

헌법 개정에 소홀한 남북관계 영역

지난 30년간 큰 변화를 보인 영역 중의 하나는 남북관계다. 1987년 당시에는 남북교류가 거의 없었다. 1990년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일상적 교류,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10년간의 개성공단 운영이 있었다. 25년 이상 지속된 남북교류는 현행 헌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금 헌법 개정을 논의한다면 변화된 남북관계를 헌법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해 말 학술행사에서 헌법학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헌법 개정 동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통해 그가 말한 내용이다. “국회에서 헌법 개정 작업을 하고 있지만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헌법 개정은 자신들도 이해관계자인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말고 전 국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의견을 모아보면 좋겠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원자력발전소 사건처럼 숙의(熟議)민주주의를 도입해서 시민대표들의 의견을 듣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헌법 개정은 주로 권력구조 등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것은 현재 세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고 미래세대의 관심사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다. 통일과 관련한 논의도 거의 없다.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 남북정상회담 선언까지 이어진 남북한 사이의 주요 합의를 헌법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없다. 국회의원 선거방법으로 독일식의 비례대표제를 중심에 두고 지역구를 가미하는 방식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중심의 개헌 논의에서는 권력구조에 논의가 집중되고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는 그의 진단에 동의하면서도 그런 현실이 답답했다. 좌우의 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남북관계는 폭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국회는 이 문제를 제외했다.

의문이 드는 헌법상의 영토조항 효력

지난 가을, 대학원에서 ‘남북한 분쟁사례연구’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했다. 12명의 석사, 박사과정의 학생들과 함께 주당 3시간씩 15주 동안 공부했다. 남북한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 결론에 따라 북한주민의 법적 지위와 북한에 적용할 법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남북한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을 분야별로 살펴보면서 현재까지의 분쟁해결 논리는 너무 거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의 영토조항을 두었다. 지난 몇 달간 이 조항이 무슨 뜻인지 고민했다. 단순한 것이 어렵게 보이는 것은 세상이 혼란하기 때문이거나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명확하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효력이 미치므로 북한 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 북한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

예전엔 판결 논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강의 중 다양한 분쟁사례를 보면서 영토조항의 효력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영토조항을 근거로 북한도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법 적용이 쉽다. 북한주민도 남한주민처럼 보고, 북한 땅도 남한 땅으로 여겨 남한의 법을 적용하면 된다. 남북 사이에 접촉면이 거의 없었던 1987년 당시엔 그런 해석으로 대부분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남북교류가 급격히 증가하자 이런 해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생기기 시작했다.

헌법 개정에 국민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다른 측면에서, 남한 헌법에 선언적 규정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근거로 북한 땅과 북한 주민을 남한 땅, 남한 주민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도 생겼다. 중국 학자들은 영토조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남한 헌법에 만주도 남한 땅이라 하면 그렇게 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과거 특정한 시기에 만들어진 논리가 현재까지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깊어졌다. 서독 기본법은 통일 전에는 서독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역에만 서독법이 적용된다고 했다. 참고가 되는 사례다. 현실과 규범 사이의 괴리가 심할수록 문제 해결이 어렵다. 분쟁이 생기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영토조항에 대한 이 시대의 상식은 무엇인가?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 볼 문제다. 또 하나, 헌법 개정의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 개개인이 헌법 개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다수의 국민이 참여하여 집단지성을 발휘하여야 한다. 국민 참여가 많을수록 새 헌법이 좋아질 것이다.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북한학 박사

*본 칼럼의 저작권은 남북물류포럼에 있습니다. 

권은민  kolofo.or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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