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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의 훈풍을 이어가려면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8.02.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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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발아되는 평화

매서운 겨울바람으로 꽁꽁 얼었던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 해 12월만 하더라도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서로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고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하자 워싱턴에서는 ‘코피전략(Bloody Nose strategy)’이라는 구체적인 작전명까지 언급하며 맞대응했다. 일촉즉발의 군사충돌 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 20일 미국 NBC 텔레비전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기를 언급하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평창은 평화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화답이라도 하듯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고, 우리 정부는 곧바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이후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북한의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등이 남한을 방문했으며, 개막식 공동입장이 이루어지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팀코리아’라는 단일팀으로 시합을 치렀다. 북한 예술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가졌고, 응원단은 연일 경기장을 찾아 일사불란한 응원을 보여주었다.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 방문도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대표단의 일원으로 포함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특사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라는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접촉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펜스 미국 부통령은 귀국길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평창은 평화다”라는 슬로건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순간이다.

재앙은 평창 이후를 기다리고 있는가?

그러나 아직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제재와 압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4월 하순이면 연기했던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은 재개될 예정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이 시간에도 북한을 겨냥하면서 괌과 오키나와에 집중하고 있다.

제임스 리시 공화당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은 2월 18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제한적 선제타격인 이른바 ‘코피 전략’은 없다. 북한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다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지만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지만 미국과 중국의 노력이 실패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의 직접적 위협을 언급하며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에 의거하여 강력한 대북경제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국에 대화를 구걸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제재와 압박이 지속된다고 해서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당분간 핵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은 필요가 없다’고 <조선신보>가 강변하고 있지만, 평창 이후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속도조절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이 한창인 평창에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맹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평창발 훈풍을 타고 한반도 전체를 녹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숙제다. 당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어렵사리 연결된 남북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만들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 3월 9일부터 18일까지 패럴림픽이 열리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은 4월 하순경에 시작될 예정이다. 아직은 평창의 훈풍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 2달여 정도 남아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여건’을 성숙시키는 요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월 1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4회 망향경모제'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민족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기만 하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1998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13만 1,344명 가운데 5만 9천여 명만 생존해 있으며 80대 이상의 고령자가 60% 이상에 달한다. 최근 5년(2013년~2017년) 사이에 1만 8,366명이 사망했다. 한해 평균 3,600명이 넘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북한은 답이 없었다. 다만 북한은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과 2011년 입국한 김련희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일각이 여삼추’다. 선결조건을 내세울 시간이 없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한에서 치르는 큰 국제행사를 같은 민족으로서 성공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진정으로 민족공조를 원한다면 민족의 한부터 풀어야 한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비핵화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도 북한을 믿지 못한다. 아무리 평창에서 평화와 통일 공세를 펼쳐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인도적 문제도 정치적 선결조건을 내세우고 외면하고 있는 북한은 ‘민족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남쪽을 방문하고 귀환한 고위급 대표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림픽경기대회를 계기로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들을 세울 데 대한 ‘강령적’ 지시를 주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진실로 남북간 신뢰를 높이고 화해 분위기를 축적해 나가기 바란다면 이산가족문제부터 해결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여건을 조성해 나가자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미국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당장 그 방정식을 풀기가 마땅치 않다면 쉬운 문제부터 풀어 가는 것이 순리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 중의 중요한 요소로 된다. 또한 국내외의 정치군사적 문제와는 별개로 추진해야 하는 인권의 문제이며, 남북한 지도자가 결심만 하면 진행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사안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우리 정부도 특사 파견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통일부 대변인은 특사파견 문제를 부처간 협의 중이라고 말했지만,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바로 추진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북한이 협조한 것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고, 평창에서 불기 시작한 훈풍을 이어가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한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한의 노력에 대해 진정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을 찾는 성급함은 아니지만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우물물이라도 먼저 마셔야 할 것 아닌가.

*본 칼럼의 저작권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 있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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