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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11년과 18년 그리고 65년IFES ‘현안 진단’

2018년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이 되는 해이다. 2018년 3월 5~9일 벌어진 일들은 한반도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을 법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단이 방북한 첫 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4월 말 개최하는 등에 합의했다. 방북을 마치고 귀환한 특사단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는 등 지난해만 해도 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한반도 정세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겠지만, 한반도 평화라는 긴 여정의 입구에 들어서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2007년과 2018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한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지난 11년 간 남북한 사이에는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특히 대부분의 기간 남북관계가 단절되었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정도로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됐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미 최고 책임자와의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여기서 비핵화, 체제보장, 평화협정 등 한반도 평화정착에 있어 근본문제들을 논의하려 하고 있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해서 알려진 것도 많지 않다. 한·미간 치밀한 준비와 남북한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상황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0년과 유사하다. 2000년 6월 남북한은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적대적·대결적인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변화시키는 노력에 집중했다. 약 4개월 뒤에는 당시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다. 그 해 말 클린턴 대통령은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처음으로 개최하고,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생산 중단 협정을 맺으려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2000년과 달리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외교적 현안에 직면해 있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역시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 역시 한반도 정세 전환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내세우고, 핵무력 건설에 매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는 더욱 깊게 각인됐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여년 간 당-국가체제 복원과 주요 엘리트 교체 등을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구축해왔고, 이는 작년 10월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상당 부분 일단락됐다. 이를 토대로 김정은 정권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동시에 명실공히 최고 책임자로 공인받으려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논의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던 ‘비핵화’ 역시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매우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오는 봄에 잇달아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65년간 한반도에서 지속되어 온 정전체제가 타파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길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및 북한체제 안전 보장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 특사단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까지보다 더욱 과감하고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주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동시에 남은 과제인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체제보장과 관련해서는 정치·군사적인 사안뿐 아니라, 경제재건 문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든 현안을 한꺼번에 논의·해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은 정전체제에 기인하는 이른바 ‘한반도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과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근본문제에 대해 해결방향이 잡히면 관계 진전을 위한 세부현안 등은 급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남·북·미 모두 자신의 입장과 이해관계만을 고집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을 감안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포괄적 수준의 로드맵에 합의한 뒤 후속 협의를 통해 근본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조를 구하는 일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이 이미 상당히 진척됐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유리그릇을 다루듯이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세심하게 관리해간다면 한반도 평화를 보다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4월 말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 정상이 긴박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 형식보다는 내용 중심의 회담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대한 분기점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아 집중하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본 칼럼의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이관세  kslee712@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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