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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대장정’에 오른 시민사회, 그 역할은?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반도평화포럼 등 국제포럼 개최

“평화의 구심력을 키워야 평화의 원심력을 제압할 수 있다.”

여기서 원심력은 분단체제 하에서 구축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구체제를 지속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말한다. 이를 통제할 구심력은 우리 내부에서 키워야 할 평화체제 구축의 동력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 행사에서 나온 말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 주관했다. 스벤 슈베어젠스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안정화하려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축사를 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 선언 1조 4항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약속한 바,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를 추진하면서 민간단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이 개최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주제의 국제 포럼 모습. ⓒ유코리아뉴스

 기조연설을 맡은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전 통일부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지속 가능해지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요소로 ‘우리 내부의 분단체제 해소’와 ‘영내 국가간 경제적 연계 강화’를 꼽았다. 정 이사장은 이 중에서도 “시민사회가 우리 내부의 앙샹 레짐(Ancien régime, 구체제)의 부활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평화의 추동력을 키워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의 어려움을 버텨줄 하부구조로써 시민사회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다.

 1세션 :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의 전망과 과제

첫 번째 세션은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박명규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남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낸 데 있어 정직한 중개자로서 대단히 크게 기여했다. 다만 앞으로는 중개자 역할과 당사자 역할의 균형 잡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남한이 당사자로서 대비해야 할 사항으로 북한 국제화, 남북 적대관계 종식, 분단국관계의 제도화를 꼽으면서, 특히 “분단과 통일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항구적 평화 상태를 전제로 하는 분단국 사이의 관계론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쇼트트랙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계주는 한 명이 달리기를 끝내야 다음 주자가 뛰지만, 쇼트트랙은 주자가 달리는 동안 나머지 선수들도 같이 달린다. 모든 주자가 함께 트랙을 돌면서 자유롭게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다. 이런 방식에는 기민한 상황판단능력, 순간적 대처능력, 임기응변적 순발력이 필요하다. 비핵화, 평화체제, 분단국 관계, 민간교류가 마치 쇼트트랙의 네 주자처럼 팀워크를 이룰 때 한반도 평화는 공고해질 것이다. 첫 주자이자 전제인 북미회담의 성공을 기대한다.”

지정토론을 맡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는 “한반도의 군사 긴장 완화는 자축할 만한 성과”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방법과 요구사항이 아직은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슈테판 아우어 대사는 “과거 독일이 유럽의 질서에 한 국가(동독)를 통합시킨 경험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우선 이번 남북미 협상을 정보 당국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교수는 “요즘 나오는 불협화음은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외교적 레토릭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중국 변수도 어떤 레토릭이 사용되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서 북한과 상호주의를 얘기하면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이견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남북의 여러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명규 교수는 “지금의 갈등은 이념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념이 공존하는 지혜가 사회에 확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이 개최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주제의 국제 포럼 모습. ⓒ유코리아뉴스


 2세션 :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두 번째 세션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최근 맥스선더 훈련으로 남북 관계가 긴장된 것을 두고 “북한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며 “북한이 남한과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북한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시민사회 스스로 공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숙의할 수 있는 논의의 공간을 열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 우선순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새로운 북한이 등장한 만큼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상상력과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민간단체 활동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속히 법 제정이 이뤄지길 촉구했다. 강 사무총장은 또 정부 측에 ‘코리아 아동기금(가칭)’, ‘한반도 산림녹화기구’와 같은 남북 공동협력기구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은 “북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해 갈 때 과거 70~80년대 남한처럼 노동 현장에서 여성 인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남한의 여성운동 경험을 통해 북한 여성들을 도울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은 낙관적이나, 북한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이유로 남과 북이 각각 그리는 대화와 상생의 모습이 무엇인지 더 깊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마치 국가가 없는 사회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한 시민들의 힘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시민사회가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든다”며 시민사회간 협력은 정치나 이념과는 거리가 먼 이슈부터, 가령 대기질 문제부터 시작해 볼 것을 제안했다.

브랜든 하우이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핵 무기를 돌이킬 수 없게 해체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정책위원장이 앞서 언급한 맥스선더 훈련 같은 군사활동의 중단 문제에 대해서도 브랜든 교수는 “군사훈련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라며 의견을 달리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것은 힘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라고 일축했다. 과거 북한이 핵 개발을 시작할 때, 미국의 CIA는 북한의 핵 개발 의도를 알고 있었으나 협상에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방법을 채택했다는 것. 이 위원장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려면 다른 나라의 핵 우산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남북 관계의 지속성 위해 다양한 주체가 교류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숙의민주주의 차원에서 남북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약속을 끌어내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며 그 일환으로 정부에서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번 포럼에선 비단 남북 관계만이 아닌 남한 사회 내의 갈등 해소, 동북아의 균형 발전 등을 위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됐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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