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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왜 여성이 나서야 하는가?17개국 여성평화운동가, ‘세계여성들, 평화를 말하다’ 국제여성평화 심포지엄 개최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5월 2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국제여성평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세계여성들, 평화를 말하다’란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맥과이어(북아일랜드 반전평화운동가)를 포함해 17개국에서 온 30여 명의 여성평화운동가가 참가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평화구축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여성평화걷기가 주최하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문화세상이프토피아, 평화어머니회, 평화통일연대, Women Cross DMZ가 공동주관했다.

 

여성의 참여로 폭력의 문화를 평화의 문화로 바꿔야

‘왜 여성이어야 하는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대표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역사도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여성은 전쟁의 피해자, 희생자이다. 한반도 역사에서도 여성은 피해자로만 남아 있다. 하지만 여성이 배제된 역사, 여성이 없는 평화는 의미가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과정에서 여성이 수레바퀴의 한 축을 감당하지 않으면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 여성의 주체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를 이같이 밝힌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2018 여성평화걷기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25일 심포지엄 기조발제를 맡은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은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협상에 있어 가장 관심 둬야 할 것은 고도의 외교 전략이 아닌 ‘남북한 사람들의 생명과 삶의 질’”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비핵화와 평화 협정 단계에서 생명, 상생, 공존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것. 김 이사장은 “오랜 가부장적 질서와 군사문화에 피해 입은 여성들의 평화운동은 화해와 치유를 가능케 한다”며, 여성이 새롭게 만드는 사회정의와 평화문화 확산을 강조했다. 평화문화란 개개인을 넘어 지역, 국가, 전 세계가 폭력을 거부하고 갈등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나 행동을 일컫는다.

1976년 북아일랜드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평화운동가 메어리드 맥과이어(Mairead Maguire)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은 장면을 두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용감한 발걸음’이었다고 표현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메어리드 맥과이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평화를 이루기 위한 책임도 모두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 두려움과 폭력, 군국주의와 맞서야 한다. 우리의 아들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아선 안 되며, 그들에게 더는 학살하는 방법을 가르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군축·생명 위한 평화운동 지속해야

제주의 여성평화운동가인 최성희 강정국제팀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4·3 추도사에 여성의 이름이 부재했다”며, 여성들이 역사의 주체이면서도 정작 역사의 기록에선 사라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이유에서 최 팀장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제주 4·3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제주해군기지를 중심으로 군사적 무장을 더해 가는 제주도의 현 상황을 전달했다.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대표는 가장 값싸면서 잔인한 무기인 지뢰의 심각성에 대해 말했다. 이 자리에서 고은 대표는 폭탄을 제거한 대인지뢰를 직접 물에 띄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DMZ 일원에 다량 매설돼 있는 대인지뢰가 우천 시 민간으로 쓸려 내려올 위험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이유로 1년에 500개의 지뢰만 제거하겠다고 밝힌 국방부 계획(이럴 경우 한반도에서 지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500년 가까이 소요된다)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비무장지대의 생태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민간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른 시일 안에 지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018 여성평화걷기 라운드테이블 ⓒ유코리아뉴스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단체인 영국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레베카 존슨(Rebecca Johnson)은 “핵무기의 사용이 버튼을 누르는 누군가의 손가락에 달려 있다면, 핵 억지력은 의미가 없다”며 “핵 억지력을 기반으로 한 군사동맹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레베카 존슨은 또 “국제사회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돕고, 나아가 핵을 보유한 9개국 모두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가입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안(Christine Ahn) Women Cross DMZ 국제코디네이터는 “여성이 참여하면 영구적인 평화가 가능하다”며 여성주의자들이 평화 협상 전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틴 안은 나아가 “여성이 평화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가안보를 우리의 언어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2020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장은 “과거 일본 식민지 시절 20만 명이 종군위안부로 끌려갔으나 40년이 지난 후 세상에 알려졌다. 광주 대학살 땐 여성들이 집단 강간을 당하는 등 처참한 피해를 입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여성이 평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여성이 더는 상징적 존재가 아닌 주체적 참여자로 협상 과정에서 목소리를 냄으로써,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즈 아기바야시 국제여성평화자유연맹 회장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지만 재일조선인은 여전히 일본 내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탈식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즈 아기바야시는 “한반도에서 여성평화운동가들은 평화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탈식민지, 탈군국주의, 성 평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지속가능성을위한국제대학 라오 킨지 교수는 “2차 세계대전에 원폭이 사용된 이후 공포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군비 경쟁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라오 교수는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힘을 가진 1%가 기만과 협박으로 나머지 99%를 제압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한국 내 15개의 미군 기지와 사드 역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매우 높은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3부에선 다양한 의제를 라운드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별 모임(여성과 군사주의, 여성과 인권 및 평화 만들기, 여성이 만드는 동북아 평화)에선 열띤 토의와 대안 모색이 이뤄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2018년 국제여성평화걷기 선언문 낭독과 남·북·미·중 4개국 정상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쳤다.

2018 여성평화걷기 국제여성평화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선언문 낭독과 남·북·미·중 4개국 정상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한편, 이들은 오는 26일 통일대교·도라산 평화공원 일대에서 평화걷기 행사도 진행한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를 염원하는 국제여성대표단과 시민단체 회원 천여 명이 남북 접경지역에 모여 통일대교에서 도라산 평화공원까지 약 5.5km를 행진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할 예정이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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