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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은 끝난 걸까? 24일 늦은 밤(한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한반도의 평화를 열망해 온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한껏 피어나던 한반도의 봄이 다시 한겨울로 되돌아갈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충격과 우려 속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기대감은 여전해 보인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아침 발표한 담화 때문이다. 김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

김 부상은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면서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북미 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또 다음달 12일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김정은 위원장이 큰 기대를 갖고 준비해 왔다는 점도 밝혔다. 김 부상은 “‘트럼프 방식’이 최근 두 차례의 방북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며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시었다”고 한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김정은의 생각이자, 내용이나 표현이 상당히 예의바르고 정제되어 있고 외교적으로도 세련되어 있다”고 평가하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미국 내부의 문제이자 내부적으로 조율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70~80%가 부정적인데다 단순히 대북강경파 네오콘 군산복합체뿐만 아니라 의회, 공화당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 부상의 담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마무리한 점을 들어 “북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역설적으로 북미의 필요와 간절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의 내용이나 형식이 전형적인 트럼프의 협상전술이라는 미국의 분석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25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24일(현지 시간)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의 말을 인용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언급한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짐 인호프 상원의원(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든 협상과 북한에 대한 명확한 기대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 정권이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한 그들이 다시 테이블로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힐>은 “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전화나 편지를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국내 여야 정치인들 역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여전히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미대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은 언제 어디서든 (미국과) 만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지는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면서 “아직 비관하거나 낙담할 때가 아니다. 수십 년간 유지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양국간 신뢰와 이해 축적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정부의 역할이 보다 커졌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인내심, 단결”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시작이 반이다. 희망을 잃지 맙시다”라고 적었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5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 “남북관계가 평화를 만들고 통일을 이루는 과정은 하나의 산을 넘는 게 아니고 산맥을 넘는 것”이라며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다행히 미국도 북한도 여지가 있어서 성실하게 대화할 계기가 있다고 확신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 노력이 지금부터 빛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북미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경실련 통일협회는 논평에서 “지금이라도 북미 정상은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며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담대한 발걸음을 함께 내디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직후였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과 전 세계가 보내는 지지에 명백히 역행하는 무례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미국이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장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두 팔 벌려 환영했던 한반도의 주민들은 최근의 한미연합공중훈련과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 그리고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며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힘을 확인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이룩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화와 협상뿐이라고 믿는다.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4개 국가에서 온 여성평화운동가들은 2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북미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메어리드 맥과이어 북아일랜드 평화로운 사람들의 공동체 공동 설립자(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한국과 북한이 만나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마음과 열정에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같은 마음을 표한다. 그들이 만나서 평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여성과 청년, 언론을 향해 “모두 평화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 전 세계 비핵화를 위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역사의 전환점에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군사주의를 물리치고 한반도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미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맥과이어가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YWCA
14개 국가에서 온 여성평화운동가들로 구성된 2018 여성평화걷기 조직위원회는 2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북미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YWCA

 

이날 2018 여성평화걷기 조직위원회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은 △트럼프 정부는 북측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이 평화를 만들어 주기를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 지금 이 순간,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을 멈출 수 없다 △우리 여성들은 평화를 위해 계속 전진할 것이다. 한국 시민들은 평화를 위해 계속 전진할 것이다 △6월 12일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의 날로 지정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해 꼭 만나길 제안한다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 같은 시간 세종문화 건너편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트럼프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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