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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말하는 ‘남북평화의 경제학’

“한국경제의 최대 위협은 남북 분단 상황과 대결 구도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보통 경제학자들처럼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저성장이나 투자 감소, 고용정책 등의 문제를 거론한 게 아니라 남북 대결 구도를 언급한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발행하는 <통일시대> 4월호 인터뷰에서 새로운 경제활로를 남북관계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박 전 총재는 “북한이 서울에 포탄 하나만 던진다고 해도 한국경제는 요동치고, 외국자본은 모두 빠져나갈 것”이라며 “더욱이 구조적인 저성장 단계에 와 있는 한국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핵심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통일시대

그는 한국경제 저성장의 원인으로 생산인구 감소와 투자수요 감소를 꼽으면서 “남북경협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준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평화가 경제’라는 말이 성립할 뿐만 아니라 남북평화와 협력이 경제성장의 활로가 된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9%, 올해 2.5%에 이어 내년 2.0%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 올해 0.7%, 유럽은 1.1%인 데 반해 한국은 올해 2.6%로 신흥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국제수지 21년째 흑자, 외환보유 및 재정건전성 양호 등 경제의 기본체력이 좋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이 줄고 빈부격차가 심해 국민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게 그의 평가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정책이 경제위기 주범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최저소득층 소득은 줄고 최고소득층 소득은 늘어 빈부격차가 많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 원인을 정부의 소득주도정책으로 돌리는 것은 오진(誤診)”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기업의 국내 투자 감소에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 대신 외국 투자를 늘리고 현금을 유보하면서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정책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정책을 언급하며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1% 올랐지만 유급휴일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55%가 올랐다”며 “55%라는 급격한 인상은 결국 저소득층의 일자리에 타격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올려서 빈부격차를 줄이고 소비를 증대시켜서 경제성장을 촉진하자는 게 소득주도정책인데,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저소득층의 고용감소와 가계소득 감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이것은 약의 선택을 잘못 한 것이 아니고 복용량을 과용토록 처방한 데 잘못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 7% 정도씩 매년 인상했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한편에서는 소득주도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였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힘은 소비가 3%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주도정책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소득주도정책을 지속하고 강화하되 추진 방법은 시장과 현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 남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남쪽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회장이 했던 ‘지금의 북한은 1980년대 개방 전야의 중국과 같다’는 말을 언급하며 “북한은 큰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고 앞으로 개방되면 중국-베트남에 이어 세계 제조공장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연 8% 이상의 지속성장을 할 것이고, 이를 통해 한국도 5%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 점에서 남북경협은 한국경제의 마지막 남은 도약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평화경제시대의 성공조건을 묻는 질문에는 “먼저 우리가 가야 할 남북관계의 방향이 대결 구도인지 평화협력 구도인지 확실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밉다고 대결 구도로 가는 길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포격 도발과 같은 긴장 사태를 되풀이하는 것이고, 그 길은 양쪽 모두가 잃는 길이다. 우리는 대화와 협력 그리고 포용을 통해서 평화와 상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된 코리아의 방향에 대해서는 ‘중립국’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총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은 한국의 이익이 아니고 그들 나라의 이익”이라며 “결국 한반도가 통일하는 유일한 길은 통일 후 중립국화하면서 주변국가의 동의를 얻는 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더불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해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민족공동체적 자각을 해야 한다”면서 “한미간 확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되 민족공동체적 입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민족공동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누구인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1976년부터 2001년까지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1988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88~89년 건설부 장관, 2002~2006년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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