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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의 심장’ 영변 핵시설 폐기, 그 가치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아쉽게 합의 없이 끝났다. 이후 합의 결렬의 이유를 놓고 북한이 협상카드로 내민 영변 핵 시설의 가치에 대해 북미 간 인식 차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영변 핵시설의 가치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평가에서부터 북핵 능력의 70-80%를 차지한다는 평가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30일 오후 7시 서울NPO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5월 월례토론회에선 북한의 핵 능력과 영변 핵시설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한반도평화포럼 5월 월례토론회가 30일 오후 7시 서울NPO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 백승혁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등 핵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북한 핵능력과 영변 핵시설 폐기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발제를 맡은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면, 북한은 앞으로 높은 수준의 핵무기 능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보유 유무를 떠나 핵 능력 자체는 퇴보할 것이 분명하다는 예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영변 핵단지의 주요 시설은 5메가와트 원자로, IRT-2000연구로, 우라늄농축시설,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 성형가공공장 등이다. 이 중 5메가와트 원자로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며, 우라늄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를 통해 고농축우라늄을 얻는 시설이다. IRT-2000연구로는 플루토늄을 소량 생산하기도 하지만, 수소탄에 쓰이는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시설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열핵폭탄’ 또는 ‘핵융합 폭탄’이라고도 불리는 수소탄은 원자탄보다 훨씬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다. 안 전 연구원은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는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 돌리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실제로 원료를 투입해 핵물질(고농축우라늄)을 만들지 않더라도 시설 자체는 계속 돌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우라늄농축시설의 위치나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은닉이 용이한 우라늄농축시설을 다른 지역에 상당수 두었으리라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안 전 연구원은 북한 지역 내 전기 사용량을 통해 우라늄농축시설의 가동 여부를 유추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진공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원심분리기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안 전 연구원은 또 “그런 만큼 북핵에 대한 강력한 검증 수단도 별 의미가 없다”며, “북한이 스스로 핵 시설을 신고해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의 70-80%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 정도만 돼도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믿고,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백승혁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영변이 경제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설인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 영변 핵 단지는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인 투자 시설인데다 전문인력 7천여 명을 포함해 수만명이 지금도 일하는 곳이기에 군사적 의미를 넘어 경제적 의미가 상당하고, 영변의 IRT-2000연구로에서 의료용, 산업용 동위연소가 생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한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제재 해제라는 경제적 가치를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추측했다. 아울러 영변 핵시설이 폐기되면 플루토늄을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수소폭탄이나 증폭탄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 봤다. 영변 핵폐기가 북한의 ‘핵능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 안 전 연구원의 의견과 일치한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 능력을 과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감안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선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용어부터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의 범위가 어디까진지 협상 단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스티브 비건이 하노이 회담 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영변에 대한 정의가 꽤 광범위하다고 언급했으나, 북한이 앞서 두 차례 핵 신고를 하면서 영변 시설의 전체가 아닌 중요 시설만 신고한 적 있다”고 상기했다. 그런가 하면 이 교수는 “북한 비핵화는 물론 한미 간 정보 교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며, “북핵에 대한 한미 간 정밀하고 균형 있는 정보 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영변이 비핵화의 시작점 될 것”이라며, “빅딜이 아닌 빅 프레스를 하고 있는 미국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상응조치 없이 북한에 신고, 사찰 검증만을 요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핵화를 약속한 뒤에도 북한이 이를 지키지 않고 영변 밖에서 비밀 핵시설을 운영한다면 결국 손해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북한 비핵화를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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