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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이 ‘친일적’이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얻으려는 것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촉발된 한일간의 무역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일본을 편드는 듯한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선·중앙으로 대표되는 언론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정치권이 대표적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런 ‘친일적’ 태도에 민족적 감성이 아닌 정치적으로 명확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22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시비비’ 코너에 게재한 ‘친일은 보수정당과 언론의 보수 대통합 전략의 일환’ 제목의 기고문에서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지난 6월 18일자 ‘2020 총선 시작됐다’ 제목의 칼럼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한국당이 이것을 전화위복 기회로 삼는 반전(反轉)의 길은 있다. 일부에서 거론했듯이 '친박 신당'을 계기로 친박·반박·비박 할 것 없이 현직 거의 전원이 사퇴하고 신인 200여 명으로 총선에 임한다면 이것은 가히 선거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 교수는 “현직의원, 그것도 보수야당 의원의 전원 사퇴는 기대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것을 문자 그대로 이행하라는 주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핵심은 담고 있다”며 “그것은 ‘친박·반박·비박 할 것 없이’에 있다. 즉, 보수라고 일컫는 진영들의 대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김 주필의 이 같은 언급을 “한국당을 위한 총선 전략 제시”라고 했다.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분열 등 연거푸 패배와 분열을 가져왔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의회 권력을 수호하고 확장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 대통합을 위한 전술적 환경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 이유로 채 교수는 “대한민국의 이념적 지형이 평화 체제로 급격히 이동해 갔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대에 머물다가도 남북한간 평화를 위한 협력과 대화가 진전되면 50%를 넘어서는 시대다. 반공이데올로기와 북한 위협론이라는 도구의 위력이 약해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따라서 ‘좌파독재’ 프레임에 매달리는 한국당과 이를 확성기처럼 받아쓰는 보수언론의 노력은 공허하기까지 보인다고 했다.

지리멸렬해진 보수 통합이 힘을 받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발 수출 규제 발표 . 채 교수는 “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보수 대통합의 새로운 이념적 ‘수단’으로 이 위기 상황을 득달같이 이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들이 친일언론이라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 외교실패론과 무능론을 시작으로 일본기업에 대한 개인청구권 부정 등 점차 그 논조를 친일적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와 5당 대표 회담 합의문에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법률적 지원 명시를 반대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같은 맥락이다.
채 교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친일이라는 오명을 듣더라도 우리나라의 외교·통상의 위기를 보수정당과 언론들은 보수성향의 중도층을 결집하기 위한 보수통합의 전쟁터로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당파적 정치적 득실을 좇아가는 현실에서 국가의 이익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보수진영이 박정희를 끌어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청구권과 '사법 농단'). 채 교수는 “강제징용자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메시아적 결정이라는 주문 속에서 해석될 것을 요구하고 친일과 반일의 전선을 근대적 이념의 전선으로 대체시키려고 한다”며 “또한 보수언론은 일본과 더불어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유출’ 의혹을 제기하여 한때 강력했던 친미반공의 이념적 연대 전선을 친일반공으로 대체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고 밝혔다.

한일 악순환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에게 돌리고 있는 조선일보의 '만물상' 칼럼. MBC '스트레이트' 화면

채 교수는 독일의 법학자이자 정치학자였던 칼 슈미트의 말을 인용하며 ‘정치적인 대립은 가장 강도 높고 극단적인 대립’이라고 했다. 이런 속에서 민족주의적 대립은 정치적 대립에 동원되는 모호한 성격의 신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친일적 보도와 주장에 대한 민족주의에 기반한 비판은 그런 점에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채 교수는 “보수층의 결집과 양적 확대를 위하여 보수언론과 정당은 국가의 위기조차 당파적 기회로 이용한다”며 “보수언론의 친일적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은 이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정치적 대립과 대결 구도의 정치적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이며 명확한 근거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족주의적인 감정적 비판은 감정적으로 극적일 수 있고 대중적인 정치적 명분을 쉽게 제공하지만, 실제 총선이라는 정치적 대결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분열의 전선으로 친일이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채 교수의 시각이다. 물론 기우일 수 있지만.

아무튼 친일적 언론 보도들에 대한 소위 ‘비판언론’과 ‘언론 자유 진영’의 현재의 비판들이 좀 더 정치적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는 게 채 교수의 논지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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