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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보다 정상화 먼저, 독일 통일 북한에 제시해선 안돼”‘2019 민족화해 국제심포지엄’ 현장 스케치

“북한으로선 독일 통일이 비극적 드라마이다.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독일 통일을 모델로 제시해선 안 된다. 통일보다는 정상화가 우선이다. 인내심을 갖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서독간에도 20년간의 정상화 노력 이후에 안정이 찾아왔다.”

베르너 페니히(Werner Pfennig) 전 베를린자유대학 교수가 1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민족화해 국제심포지엄’에서 한 말이다. 페니히 교수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계기가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자유대학 강연을 주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맞아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김대중, 빌리 브란트, 넬슨 만델라 : 화해, 연대 그리고 평화의 정치’를 주제로 진행됐다. 보편적 평화주의자 3인을 통해 화해와 연대, 평화의 정치를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민화협과 김대중도서관이 주관하고, 통일부와 롯데장학재단이 후원했다. 

‘김대중, 빌리 브란트, 넬슨 만델라 : 화해, 연대 그리고 평화의 정치’를 주제로 한 ‘2019 민족화해 국제심포지엄’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한국, 독일, 남아공 학자들과 통일 전문가가 다수 참여한 가운데, 베르너 페니히 전 베를린 자유대 교수는 발표를 통해 햇볕정책과 동방정책의 지역적, 국내적, 국제적 요인을 비교했다. 뒷줄 오른쪽 두 번째 인물이 페니히 교수. 사진제공 : 민화협

이날 페니히 교수는 발표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빌리 브란트 전 서베를린 총리의 동방정책을 비교했다. 정확하게는 두 정책을 둘러싼 지역적, 국내적, 국제적 환경의 차이를 살폈다. 

페니히 교수는 먼저 두 정책이 모두 ‘평화공존’을 우선적 목표로 삼았던 점을 언급했다. 곧바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평화공존’을 위한 관계 정상화부터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문제해결을 시작했기에, 이러한 실용적 해법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페니히 교수는 “빌리 브란트가 서베를린 시장이던 시절 동베를린과 맺은 통행증협정(1963년)은 분단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결과”라고 하면서, “이러한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20년간 지속됐고, 그러는 사이 동서독간 인적, 물적, 정보 교류는 점점 활발해져 갔다”고 밝혔다. 

그와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분단 현실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엔 그럴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게 페니히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남북 관계 정상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좌절됐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당시 미국의 부시 정부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북한의 저항이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관계 정상화라는 우선적 해법은 같았지만, 그 전개 양상이 너무도 달랐던 것. 

페니히 교수는 “여전히 통일보다 관계 정상화가 먼저”라며, “한국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에 독일 통일을 모델로 제시해선 안 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동독과 친밀한 교류를 이어갔던 북한에 독일통일은 비극적 드라마로 여겨지는 만큼, 공개적으로 북한에 독일 모델을 제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지도자의 통일 정책은 국내적 차원으로 봐도 사뭇 달랐다. 페니히 교수는 “동방정책은 동서독 관계 정상화 과정을 20년간 지속하면서 독일 사회에 단단한 뿌리를 내렸지만, 햇볕정책은 한국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방정책은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지지를 기반으로 반대파 집권 이후에도 계속 추진될 수 있었던 데 반해, 햇볕정책은 정책 지속성을 갖지 못했다. 페니히 교수는 “심지어 많은 사람이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무장에 도움이 됐다고까지 생각했고, 이러한 평가가 지금도 존재한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페니히 교수는 가장 달랐던 당시의 국제적 여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지도자 모두 통일을 위해선 이웃국가와의 외교정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주변국의 지지를 얻는 데선 갈렸다”고 평했다.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 정책을 추진할 당시에도 주변국의 의구심은 존재했다. 하지만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 프로세스가 함께 이야기됨으로써 독일은 주변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페니히 교수는 “독일 통일은 40년간의 독일 분단이 자국민뿐만 아니라, 유럽의 안정에 더는 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에 반해 한반도의 분단은 이웃 국가나 열강들에 아직 유용하다”라고 밝혔다. 페니히 교수는 “유럽의 나토와 같은 다자기구가 동북아에서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조인트 이니셔티브(joint initiative)를 강조했다. 결국 동북아를 상대로 한반도 통일이 가져다줄 공동의 이익을 설득해내야 한다는 의미. 

페니히 교수는 “이처럼 국제적, 국내적 상황이 긍정적으로 조성되고, 그 토대 위에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 때 지퍼 잠그듯 통일로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언젠가 한국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꼭 그 미션에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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