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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역설’ DMZ 개발 어떻게?

비무장지대 ‘DMZ’가 꿈틀대고 있다. 이름과 달리 60년 넘게 남북 양측의 화력이 집중됐던 이곳이 남북, 북미 관계의 해빙을 맞아 개발과 보전의 갈래길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은 DMZ 논의를 더욱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통일연구원, 강원대, 대진대가 공동 주최한 2019 DMZ 평화포럼 ‘DMZ의 현재와 평화공존의 미래상’도 그 일환이었다. 원래는 철원군청에서 개최하려던 행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서울 강남의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렸다. 50여 명의 참석자들 중엔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철원군 주민 일부도 있었다.

27일 열린 'DMZ의 현재와 평화공존의 미래상' 주제 2019 DMZ 평화포럼 중 토크콘서트 모습. 사회를 맡은 김기석 강원대 교수(오른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남들이 잘 가지 않았던 ‘DMZ 연구’에 여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 그러니까 DMZ와 개발의 질문을 던졌다. ‘DMZ 평화의 길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로!’ 주제의 토크콘서트에서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유코리아뉴스

단절된 DMZ를 소통의 공간으로

먼저, 전갑생 연구원(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은 ‘공존의 공간으로서의 DMZ’를 발표했다. 한국전쟁 이전 38선 이북에 살았던 사람들의 구술과 사진자료를 통해 DMZ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전 연구원은 “이들은 전쟁으로 자주 피난을 다닐 수밖에 없었고 한국전쟁 후엔 철책선, 지뢰 같은 표지판이 생기면서 군인들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일반인들은 갈 수 없는 곳을 마주하고, 단절된 역사를 안고 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DMZ는 이처럼 막히고 단절됐던 공간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공존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에 접경지역 사람들은 두 체제의 경험자로 공존과 평화의 전달자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철원을 살리고 민통선을 살린 두루미

함광복 한국DMZ연구소 소장은 DMZ 내에 있는 직경 152m 짜리 분화구를 가진 오리산이 인류를 배태한 땅일지도 모른다는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오리산이 배꼽이라면 궁예가 도성을 세웠던 풍천원(楓川原) 들판은 배꼽 아래 단전(丹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궁예 후에도 이 일대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길, 소설 ‘장길산’에 나오는 철원 등 한마디로 한국 정치사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분출됐던 곳이라는 게 함 소장의 설명이다.

함광복 한국DMZ연구소장. ⓒ유코리아뉴스

함 소장은 철원쌀이 유명해진 일화도 소개했다. 1993년 1월 철원평야에 두루미(학) 한 마리가 쓰러져 있고 그 옆에 두루미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죽은 수컷 두루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암컷 두루미가 지키고 있었던 것. 함 소장은 “이 신화 같은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철원을 살리고 민통선을 살리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로 팔리지 않던 철원쌀도 팔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그때까지 두루미가 농사에 방해된다며 내쫓았던 주민들이 앞다퉈 ‘두루미 모시기’ 싸움을 벌였다. 철원읍 대마리와 양지리 마을 사람들의 싸움은 실제로 치고받는 커다란 싸움으로 번져 주민들이 파출소에 붙들려 가기도 했다. 함 소장은 “이분들이 서로 새를 사랑하겠다고 싸운 걸 보면 우리보다 도덕적으로 더 앞서간 사람들로 이해된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거기에 문화자원, 역사자원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걸 상업화하자는 얘길 많이 한다. 그걸 누가 지켰나? 요즘 화살머리고지에도 많이 가는데 거기에 가장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바로 대마리 사람들이다. 평화지대 첫 이익도 이 주민들한테 돌아가야 한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 ⓒ유코리아뉴스

전세계 두루미의 절반 가량이 DMZ에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DMZ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조류에 대해 보고했다. 이 상임이사는 “DMZ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새가 두루미로써 이 새는 평화의 상징”이라며 “북한은 민간인통제지역이 없고 사람 출입을 제한하지 않다 보니 새 서식지가 없지만 남한은 민간인을 통제했기에 새 서식지가 생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상임이사에 따르면 지금 전세계 두루미 개체수는 3000마리로 그 중 절반인 3분의 1에서 절반 가량이 DMZ에 산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두루미 보존지역으로 가지고 있지만 서식하는 두루미 숫자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 상임이사는 “철원 등 DMZ 접경지역 농민들의 노력이 두루미를 살렸다”고 소개했다.

한때 우리나라에 서식하기도 했던 두루미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당시 우리보다 경제 사정이 나았던 북한에는 일부 두루미가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DMZ 접경지역 농경지 개발이 본격화되고, 북한의 식량난으로 탈북자가 늘면서 두루미도 ‘탈북’해 DMZ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특히 DMZ의 재두루미 개체수는 7000마리까지 늘었다는 게 이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DMZ, 민통선, 철원평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과거 한국에 가장 흔했던 흑두루미는 현재 일본으로 내려가 있지만 우리의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현재 천수만 등에 흑두루미 개체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상임이사는 “과거 수많은 전쟁을 통해 젊은이들이 죽어갔던 DMZ에서 평화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두루미를 볼 수 있다”며 “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개발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멸종했던 두루미가 다시 멸종의 과정을 밟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섭 상임이사가 발표한 철원 DMZ 내 두루미 서식지. 빨간점이 두루미 서식지다. 민간인통제구역(CCZ) 내에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걸 볼 수 있다. ⓒ유코리아뉴스

'평화의 역설'

토크콘서트 사회를 맡은 김기석 강원대 교수는 “접경지역이 최근엔 ‘평화의 역설’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엔 남북 긴장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남북 화해로 사단이 해체되면서 지역 경제에 고스란히 피해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실제 강원도 화천 같은 곳에서는 주민들이 사단 해체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며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DMZ, 평화가 생각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상임이사는 조례나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접경지역 농민 지원, 전 연구원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관광투어, 함 소장은 개발보다 보이지 않는 자원의 소중함을 각각 역설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철원 주민은 “오늘 제기한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여러 절차와 문제들 속에서도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DMZ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강택 통일연구원장은 “5년 전 DMZ포럼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업 가능성과 국제사회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며 “최근 여러 가지 변화를 계기로 통일연구원 주도의 DMZ포럼을 재개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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