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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피에타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광주 송정역으로 향하는 새마을호 열차, 차창 밖으로 펼쳐진 5월의 들녘은 싱그러웠다.

5.18 40주년 그 통한의 세월. 켜켜이 먼지가 쌓여 이제는 빛바랜 머나먼 이야기로 치부될 법 한데도 빛고을 광주의 5월은 아직 날선 생경함으로 시퍼렇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옛 전남도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6개 건물에 산개된 민주 항쟁과 학살, 주검의 모습들. 시위대 함성과 진압군의 총성과 민중의 울부짖음 그리고 강요된 깊고도 오랜 침묵. 허공을 응시하는 그들의 시선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광장 한켠에 자리한 기념비. 머릿수건을 둘러쓴 채 허우적허우적 온 종일 아들을 찾아 지옥을 헤맸던 어머니, 마침내 찾은 아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등 뒤로 두 팔이 묶여진 채 숨을 거둔 마른 젖 먹여 키워낸 생때같은 내 새끼.

거기엔 우윳빛 대리석에 담긴 마리아의 숭고함 대신 핏빛 선연한 상처를 안고 절규마저 숨죽여 토해 내는 질박한 우리의 어머니가 계셨다.

광주 피에타 ⓒ신영욱

당시 희생자들의 주검을 안치했던 상무관. 국화꽃 바쳐진 ‘검은 하늘 검은 기억’이라 는 제단에는 “열반에 든 승려가 사리를 남기듯 오월의 생명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찬란한 갈망을 남겼다. 부처의 보리수처럼, 예수의 성흔과 십자가처럼, 오월의 생명들에게는 상무관이 확인으로 남았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헬기 사격의 탄흔이 또렷이 남겨진 전일빌딩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전시관을 들러 다시 서울행 새마을열차에 올랐을 때 후드득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마치 광주의 원혼들을 달래기나 하려는 듯. 그리고 환청처럼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제 광주의 40년을 넘어 우리의 시선은 다시 북녘을 향한다.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앞당겨 열차가 서울을 넘어 대륙을 힘차게 달릴 날을 바라보며.

신영욱/ 인천 예사랑선교회 대표,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신영욱  ywsh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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