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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촛불교회, 시장선거

나는 정치인 박원순을 좋아했다. 순전한 인간성이 좋았고, 기술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엇인지를 아는 선구자적 예지가 맘에 들었다.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고양평화누리에서 주관하는 평화통일포럼에 초청하니 기꺼이 오셔서 기조연설도 하셨다. 평화통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 그 분이 느닷없이 우리에게 충격을 남기고 속절없이 가셨다. 그 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오늘 박원순을 기억한 까닭은 세월호 때문이다. 세월호는 우리 역사를 세월호 이전, 세월호 이후로 가름할 만한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광화문을 역사적 토론장으로 만든 배경에는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오직 정의구현의 일념으로 광화문을 내준 박원순의 정치적 결단이 있었다.

세월호의 진실을 역사화하는 국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던 시절, 나도 비교적 광화문에 자주 나갔었다. 방인성 목사가 유족들의 고통을 대신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신원하는 마음으로 40일 금식기도를 단행했을 때, 나도 3일 동조 금식에 참여했었다.

거기서 평소 존경하던 김상헌 장로님을 자주 뵈었다. 그 분은 반포 남서울교회 장로님이셨다. 세월이 많이 지났기에 요즘은 어느 교회에 출석하시냐고 여쭈었더니 서슴없이 대답하셨다. “광화문교회 나갑니다.” “아, 이 근처인가요?” 다시 여쭈었더니 “여기, 세월호의 눈물이 고인 곳 여기가 교회 아닙니까!” 라고 답하셨다. 가슴이 찡해졌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이 4월 16일이었다. 그 해 6월에 치루어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 17개 지역 중 진보 진영 교육감이 13곳에서 승리했다. 그렇게 광화문은 계속 불타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반역사, 반인간적 행동이 끊임없이 세월호를 조롱했지만 진실을 밝히라는 광화문의 통곡은 그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갔다. 2016년 6월 20일, 국민들은 총선에서 여소야대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광화문의 눈물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권력은 끄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견고하던 권력의 축이 속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2016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촛불은 광화문만 아니라 전국을, 뿐만 아니라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사는 600만 디아스포라의 심령을 흔들었다.

그리고 2017년 5월, 이 땅에 적폐청산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드디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태어난 혁명정권이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의미한다. 우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는 최소한 일제 때까지 올라가야 마땅하다. 그러니 적폐청산이란 과제가 결단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정권 담당자나 국민들이 다 같이 인식해야 했었다. 적폐청산이라는 것을 너무 간단한 정치적 과제로 생각했던 안이한 생각이 폐착이었다.

그런가하면 그 오래고 구조적인 적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기운이 아니고서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는 철두철미한 역사적 각성이 필요했다. 피로감 운운하며 대충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이와 같은 역사의식의 결핍이 문재인 정부가 범한 가장 안타까운 실수였다.

이 실수의 틈을 타고 역사적 적폐세력들이 다시 역사의 전면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착한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적폐세력들은 이미 견고하게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윤리적 차원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적폐의 견고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시민들이 눈물로 세운 놀라운 정권이다. 그들의 무능과 탐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래도 대안 없는 거부는 역사적 무책임이다.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순리요 상식이다. 그 기간 동안 역사적으로 적폐와 연결되어 있는 기득권세력들도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지금의 적폐세력과 그 후예들은 기득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와 빼앗길 것에 대한 공포로 이성을 잃고 있을 뿐 역사적 각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 시대가 적폐세력을 단두대로 보낼 수는 없다. 시대정신이 그만큼 성숙한 것이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역사적 진실이 있다. 적폐청산 없이는 역사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진실이다.

촛불은 혁명이었다. 그 열매가 채 달리기도 전에 혁명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오세훈의 내곡동 진실을 왜곡하고 박형준의 엘시티 진실을 숨기려는 집단이 적폐집단이 아니라고 우기면 우리는 역사적 진실 찾기를 멈추어야 한다. 어찌 여기서 멈출 수 있겠는가!

지금은 조용히 촛불의 함성을 되뇌어 볼 때다. 정신 못 차린 여권의 무능력 때문에 화가 솟구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 역사가 나아갈 길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요즘 심난해서 글쓰기도 힘겨웠다. 그런데 오늘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졸업생들에게 안수하기 위해 그리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의 시국을 서로 염려하면서 서로 격려했다. 안수 받은 자 중 가장 나이든 형제가 마지막 축도를 했다. 그는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 형제자매들을 지켜주시도록 기도했다. 나는 거기서 희망을 보았다. 다시 기운을 차렸다.

만난을 무릅쓰고 역사를 새롭게 하는 일에 일조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페친들께 이 작은 글을 올린다.

강경민/ 목사,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이 글은 강경민 목사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강경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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