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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거는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일정으로 방미 길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 스가 총리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정상회담을 위해서다. 백신과 반도체, ‘쿼드’와 북핵 등의 주요 현안을 동반한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들이지만, 그 중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미가 싱가포르 합의를 기점으로 재협상에 임하도록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initiative)를 다시 구현해야 한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는 중재자이면서 동시에 당사자로서 관여해야 찾을 수 있다. 북을 견인할 수 없다면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욱 협소해질 것이다. 인권과 핵 문제로 소외 일로에 있는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불러 세우는 일은 동족인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 일변도의 주장은 새로울 것 없는 퇴색한 논리이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대중국 방어망인 ‘쿼드 플러스’ 참여 역시 동맹의 논리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담지해온 우리 정부의 정책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정치 원리를 생각나게 한다. 대중국 방어망을 가장 효과적으로 펴는 길은 북미수교이다. 북한 적대시 정책 폐기는 핵 문제 관련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중국과 한반도가 경제공동체로 발전하는 길은 중국으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1999년 10월 북핵 문제의 단계적 해결방안을 제시한 페리 프로세스를 발표했었고, 2000년 10월에는 북미코뮤니케를 체결한 바 있다. 세월이 흘러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해법에 있어서 다른 길은 없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2013년 12월 장성택으로 대표되는 친중파를 단죄했고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러나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관계가 닫히자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2017년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밀화하자 이후 북한은 시진핑과 수차례 회담했고 결국 관계를 복원했다. 미중 패권 대결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북미수교를 성사시키는 일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최선이다. 미국이 북미수교를 통해 대중 전략의 유연성을 구사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한중-북미 교차승인을 완성하면서 새로운 힘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 한반도 안에서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는 대북, 대중 적대시 정책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의 각축이 아닌 선순환의 길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21일 바로 전날 미국 하원에서는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 주도로 ‘한반도평화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종전선언은 물론 평양과 워싱턴에 상주연락사무소 개설을 포함하고 있어서 북미수교를 예비하는 격이다.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인사들의 수년에 걸친 유권자 운동과 민간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우리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라 밝히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 목표로 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통해 유연하고 점진적·실용적인” 방식을 표방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환영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완성을 위한 세 번째 기회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 교차 회담 때에도,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회담 이후에도 살리지 못한 절호의 기회. 어느 정부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진척시킨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불가역적 쐐기를 박을 수 있도록 온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미국 동포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성과를 본받아 국내에서도 여야를 초월하는 민족화합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북한이 다시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민관이 총력을 기울여 신뢰분위기를 조성할 때이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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