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노량진에 있는 한코리아(한민족복지재단의 새 이름)에 가서 시무예배 설교. 이어 전철로 1호선 종점인 소요산역 도착. 양요셉 목사님 픽업으로 연천 신대리펜션에서 DMZ동서연합캠프 개회설교. 저녁식탁에 안부섭 대표 향산농원 유기농 배추가 올라왔는데 와~ 별미. 지금 분당의 집으로 가는 전철 안. 지난 1일에는 쥬빌리 설교. 올해 퍽 바쁘게 출발하네. 피곤대신 감사가 온 몸을 적시네.”

일정보고이면서 곡조있는 랩 같은 이 글은 유관지 목사(72·북한교회연구원장)가 지난달 5일 한 커뮤니티방에 올린 것이다. 그때만 아니라 유 목사는 요즘도 계속 바쁘다. 지난달 10일 오전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신년하례회 때도 유 목사는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도착했다. 그날 아침 <북한교회 사전> 편찬을 위한 기독교 역사학자 모임이 있었던 것이다.

올해 2015년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다. 하지만 유 목사는 ‘광복 70주년’이란 말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올해를 광복 70주년이라고 부르는 것을 개인적으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미완의 광복이죠. 분단이 극복되어야지 온전한 광복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를 광복 70주년보다는 분단 70년이라는 데 더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평생 기독교와 통일을 접목시키는 데 힘써온 그가 올해 유독 강조하는 것도 통일선교다. 유 목사는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 올해 좋은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나라 전체가 통일을 말하고 통일에 대한 열기가 높아진 만큼 교회만 앞장선다면 통일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교회의 위기도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과거 의료·교육·독립·민주화 등 민족운동이 요청될 때 교회가 과감히 앞장섰던 전통을 잇는 일이라고도 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 못할 사실 한 가지를 새롭게 환기시키기도 했다. 1885년 4월 5일, 그 날은 한국기독교 역사에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 날로 기록되어 있다. 그 130주년이 되는 2015년 4월 5일이 마침 부활절이라는 것. 유 목사는 “어쩌면 한국교회와 민족에게 주신 특권이자 축복 같은 그 날과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며 아펜젤러 선교사의 제물포 도착 기도를 그대로 줄줄 외우기도 했다. ‘우리는 부활절 아침에 이곳에 왔습니다.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께서 이 백성을 얽어매고 있는 어둠의 권세를 깨뜨리고 하나님의 자유와 빛을 누리게 하소서.’ 130년 전 암울했던 이 민족과 백성을 바라보며 드렸던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들의 기도를 이제 우리가 새롭게 드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분단 70년의 ‘70’에 대해 유 목사는 7의 10배수인 70은 하나님이 뭔가를 이루실 수 있는 완전한 가능성이 있는 숫자인 만큼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85년엔 분단 40주년을 생각하면서 광야생활 같은 압제를 끝내달라고 기도했었고, 50주년인 1995년엔 희년운동을 많이 했고, 이제 분단 70년인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교회의 모든 역량을 여기에 모아야 합니다. 모든 우선순위를 여기에 둬야 합니다.”

그가 통일을 위해 올해 내에 역점을 두는 사업은 <북한교회 사전> 편찬 준비다. 해방 전 북한교회의 이름, 역사, 설립자를 파악하고, 특히 현대인들에게 그 당시의 북한 교회를 찾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유 목사는 “북한이 1952년에 행정구역을 근본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애써봐도 다는 못찾을 테고 겨우 절반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북한교회 사전뿐만 아니라 북한교회 인명·사건 사전도 잘 편찬되도록 기초작업을 해놓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밝혔다.

유 목사는 1년 반 전,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을 태동시킨 발기인 중 한 명이다. 협동조합 참여 이유에 대해 그는 “통일선교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당연히 통일코리아협동조합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길게 생각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계간 <통일코리아>의 전신인 월간 <통일코리아> 큐티진에서도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요즘 인터넷 시대로 종이 잡지의 중요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종이잡지의 장점이 극대화되고 그 권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계간 <통일코리아>가 창간호에 이어 2호, 3호 모두 격조 높은 전문지의 모습을 갖추고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협동조합 붐이 불었는데 얼마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보니 잘 되는 협동조합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애쓰고 협력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선교 운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또 교회의 신인도를 회복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올해는 분단 70년이라는 사실 때문에 통일에 대한 담론이 매우 활발하고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유능한 선장은 조류를 잘 이용하는 법인데 이 물결을 타고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이 안으로는 내실성, 밖으로는 왕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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