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제주에 이어 2월 광주·전남지역을 순회하기 위해 1일(일요일)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광주·전남은 분단으로 인해 가장 큰 슬픔을 겪은 곳입니다. 제주 4·3사건과 동시에 여순사건이 발발했고, 6·25전쟁 때도 큰 고통을 당했습니다. 나아가 1980년 5월에는 유신군부가 분단을 이용해 민주화운동을 짓밟고 수백명의 시민을 학살하기도 했습니다. 분단과 독재로 인해 가장 큰 아픔을 겪은 광주·전남이 통일의 선봉에 서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이 지역에서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교회인 동명교회의 청년부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용 목사님이 지도하는 청년부 100여명은 “저희가 내게 번제나 소재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아니할 것이요, 너희 살진 희생의 화목제도 내가 돌아보지 아니하리라. 네 노래 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 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찌로다”라는 아모스의 말씀으로 수련회를 마치고 갓 돌아와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제주에서 첫 번째 강의 대상이 청소년이었는데, 이번에는 청년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통일코리아를 실질적으로 건설해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나라와 새코리아, 통일코리아’를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청년부 관계자 및 그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그리고 이번 광주·전남의 일정을 준비해주신 박우철 간사님과 김장곤 목사님과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2일 월요일에는 광주 극동방송에서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1시간에 걸쳐 방송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5일에는 광주 극동방송에서 열린 기도모임에 참가해 ‘통일’에 대해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6일에는 목포 극동방송에서 또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방송녹음을 했습니다. 광주·전남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기독인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에 극동방송의 영향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았습니다.

3일 화요일에는 ‘교회를 위한 예배와 문화 컨퍼런스’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예배’(worship)는 ‘가치를 인정하고 높이는 것’이고, ‘문화’는 ‘가치의 열매’라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통일코리아의 핵심가치(core value)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모든 인간의 존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저는 1999년 고진화, 김형주, 송창석, 이동호, 차명호 등과 함께 세종리더십개발원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간의 연구 끝에 '세종스타리더십모델'(S-Star Leadership Model)이라는 독자적 리더십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후 몇몇의 대학에서 한 학기 분량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내용은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높이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2월 4일 수요일 오전에는 광주시청과 5·18기념공원을 거쳐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컨벤션센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있었고, 지하철 역사에는 세계인권선언문 전문(全文)이 액자화 되어 걸려 있었습니다. 아마도 세계의 어느 지하철 역사에도 이렇게 세계인권선언문이 있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광주·전남은 그 어떤 지역보다도 심각하게 인권 침해를 당했고, 동시에 인권의 존귀함을 깨달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1948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문>은 “인류 가족 모두의 존엄성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다”라고 하는 말로써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2조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선언문은 마지막 부문에서 이렇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29조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진다.” 30조 “이 선언에서 말한 어떤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남의 권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사용할 권리는 없다.”

4일 점심시간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지역미래연구원의 원장이자 동북아전략연구원의 상임이사인 김영집 님을 만났습니다. 김 원장님은 오래 전에 ‘참여자치 21’을 설립하여 공동대표를 지냈고, 이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광주클러스터 추진단장, 광주기업주치의 센터장, 광주광역시청 시민특별보좌관을 지냈습니다. 6-7년 만에 처음 만났지만 여전히 강한 공감대가 있었고, 향후 광주·전남과 우리나라의 발전에 대해서도 의견을 함께 했습니다.

식사 이후에는 호남신학대학원의 강성열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강 교수님은 대학원장님을 마치신 뒤 ‘마을 만들기와 생명선교’, ‘협동조합과 지역 공동체 운동’, ‘친환경 생태마을 공동체 지도자 양성’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경주하고 계셨습니다. 강 교수님을 만난 뒤에는 광주CCC의 이종석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CCC 사랑의호스피스 대표이자 광주동구노인종합복지관장인 이 대표님과 더불어 통일을 위한 광주 및 청년의 역할과 향후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저녁에는 새벽이슬교회의 담임목사이자 광주 쥬빌리기도모임의 총무이신 전득안 목사님이 마련한 모임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20명 가량이 모인 아주 화목한 분위기의 모임에서 제가 하나님을 믿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일들,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5일 목요일에는 제가 처음으로 호남지역에 인연을 맺은 영광·함평으로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1990년 10월 영광·함평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고, 당시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는 ‘지역통합’을 위해 영남대의 이수인 교수를 공천했습니다. 당선된 이수인 의원님은 한국사회연구소의 인연으로 저를 비서관으로 부르셨고, 그때부터 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정치와 호남’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이수인은 의원님은 선거 때 ‘지역통합, 민주통합, 남북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의정활동 내내 이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수인 의원의 13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뒤 저는 14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김대중 후보님의 비서가 되어 일주일에 하루씩 동교동 김대중 후보님의 댁에서 당직을 서는 등 다시 호남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총재께서 대선에서 낙선하시고 정계를 은퇴한 뒤인 1993년부터는 전북 정읍에 지역구를 둔 김원기 최고위원의 비서관으로 다시 호남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나서 자란 영남보다 호남지역을 저는 더 많이 다녔고, 호남인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2월 6일 금요일, 무안을 거쳐 목포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10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의 공동대표이자 꿈동산교회의 담임이신 김원배 목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김 목사님은 크리스챤아카데미의 강원룡 목사님과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님을 모두 모신 적이 있다고 하시면서,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으로 ‘강원룡 목사님의 장점과 옥한흠 목사님의 장점을 딴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열린 진보와 열린 보수의 만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 번의 거듭남, 즉 한 번은 하나님을 믿고 세상에서 하나님께로 거듭남이고, 또 한 번은 하나님의 사람이 성육신을 통해 다시 세상 속으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곤 기존의 기독교장로회가 너무 사회참여에 몰두한 나머지 첫 번째의 거듭남을 소홀히 하셨다고 하면서 젊은 목회자와 성경공부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크리스챤아카데미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김원배 목사님을 뵙고 나서 목포 예수전도단의 사무실로 가서 간사들을 만났습니다. 통일비전캠프에서 만났던 이은석 간사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과 함께 ‘통일과 목포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점심을 먹으며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연육교로 연결된 신안군 압해도에 갔습니다. 압해도, 지도, 증도, 임자도, 암태도, 하의도, 도초도, 비금도, 안좌도 등 1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이끈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했습니다. 대표적인 분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서 김준곤 CCC 총재, 문준경 전도사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광주·전남! 땅 끝이 있고 아름다우며 등급이 없는 무등(無等)의 땅! 지난 세월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통일의 선봉이 된 것처럼 앞으로도 새코리아, 통일코리아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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