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분단 70년 되는 올 한 해 동안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상되어 왔다. 이미 연초부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들은 다양한 행사를 의욕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적어도 올 해에는 분단구조를 기반으로 맹위를 떨쳐 왔던 안보담론보다 평화와 통일담론이 명분경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작년 초 온 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통일대박론’ 이후 제대로 된 정책적 실천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더 악화되자 말뿐인 대북정책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3.1절 기념행사에서 한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서도 “네가 먼저” 입장을 고수하는 대북정책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북한이 내건 4차 핵실험 정지 카드와 맞교환에 실패한 키리졸브 훈련이 강행되고 있고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대북전단지 살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앞으로도 당분간 어두운 상황이다. 4~5월 중 뭔가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며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6.15와 6.25, 그리고 8.15 국면에서 정부가 선도권을 쥐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이다(평통기연 2015새해기도회 김준형교수 특강 참조 ).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로동신문에는 당, 군대, 국가경제기관 책임일군들을 대상으로 김정은이 발표한 담화가 소개되었다(“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교시 내용을 인용한 담화문에서는 10년 안에 모든 산들을 “푸른 숲이 설레이는 보물산, 황금산으로 전변시키자”고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산림조성사업과 산림보호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중앙과 지방 양묘장 건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산림자원의 보호를 위해서는 땔감문제를 풀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또한 산림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경제적 가치가 있고 기후풍토에 맞는 육종 개발을 위한 연구사업도 병행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세계적인 선진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널리 보급하기 위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의 북한식으로 ‘산림복구전투’라 명명한 산림녹화 사업은 당분간 북한 전역에서 최우선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당과 군은 물론 대규모 국책사업 단위들이 경쟁적으로 녹화사업을 벌인다면 이는 곧 각 사업 단위에서의 물량확보 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세변화는 외부 지원주체들에게 호기가 될 수 있다. 2010년 5.24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국내에서도 전담 단체인 ‘겨레의 숲’을 비롯해서 다양하게 나무심기를 지원했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고건 전 총리도 10대 프로젝트에 북한 나무심기운동을 포함시킬 만큼 산림녹화 지원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사장 역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내세우며 다각도로 나무심기를 지원해왔다. 지난 해 8월에는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가 주관한 국회심포지엄에서 ‘녹색한반도 통일나무심기 범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했고 이어서 9월에는 (사)한국교회한반도녹색평화운동협의회가 창립되기도 했다. 재미교포 사업가의 출연으로 설립된 OGKM(One Grace Korea Mission) 역시 나무심기운동을 지속해왔다.
대북지원에 대한 퍼주기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이제 냉철하게 손익계산을 해볼 시점에 이르렀다. ‘퍼주었더니 핵으로 돌아왔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북정책을 몰아세웠던 사람들은 대북지원이 급락한 2008년 이후 오히려 2차례 더 핵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의 실체에 대해서 뭐라고 답할 것인가? 북한은 우리가 퍼주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해 미국을 상대로 핵개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 패권경쟁을 벌이는 틈바구니에서 남한정부는 북한을 견인할 레버리지, 곧 지렛대를 쥐고 있어야 한다. 그랬어야 했다. 대북지원은 남북관계 주도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민족화합을 위한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이었다.

북한을 탓하며 “네가 먼저”를 주문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남북관계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설 자리만 잃어버릴 뿐이다. 헌법 제4항의 준엄한 명령을 5.24 조치로 막고 있는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떠안지 말라! 가장 보수적인 반공집단 중 하나인 한국교회마저 북한에 7천만 나무를 심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박근혜 정부는 실기하지 말라! 4월 5일 식목일 행사를 북한에서 할 수 있도록 5.24조치를 신속히 해제하라!

윤은주/ 뉴코리아미션 대표

윤은주 기자  ejwarrio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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