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트럼프 전화통화, (대북) 제재였나 대화였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전 약 56분간의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대응, 한·미의 입장을 조율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보면 “(양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 하에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대북선제타격’에 대해서도 우려와 함께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함으로써 어느 정도 미국발 한반도 위기 시나리오를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한편,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만큼,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지난 7월17일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인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강조했다.

56분간의 전화통화는 주로 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언급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된 대화였던 셈이다. 이 같은 자세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ICBM 발사 시험으로 미국 발 ‘대북 선제타격’ 발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있다. ⓒ청와대

하지만 8일자 조간신문을 보면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강조한 것인지 대북 압박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한 것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조선일보>는 [文 대통령 “北이 못견딜 때까지 압박”]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역대 제재안 중 가장 강력한데 이를 통해 북한이 견딜 수 없다는 순간까지 도달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언급에 “이번 결의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진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전화통화를 했다.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하면서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현 상황 하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한일 양국 정상이) 인식을 같이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휴가 중에 전화통화에 응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단 한 가지만 질문했다. “문 대통령께서 남북대화를 말했는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 실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셨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6일 남북 정상회담 등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신 베를린 선언’에 이어 그 후속조치로 지난달 17일 정부가 제의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남북 적십자 회담 제의의 결과를 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할 때이지 대화 국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대북 대화보다 '힘' 강조한 문 대통령]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부각했다. 물론 이에 앞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하긴 했다. 그러면서 핵 추진 잠수함 보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문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 “문 대통령이 미사일 탄두 중략 확대 문제를 말하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언급했다”며 “전략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최대한 압박-제재 가하되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 그은 것"

하지만 <동아일보> 논조는 다르다. 신문은 [한미 “끝까지 압박” … 北 “천백배 보복”]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두 정상이 강력한 대북 압박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 점을 들어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선제타격론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언급한 대북 ‘예방전쟁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문 대통령 “한반도 전쟁 두 번은 안돼”]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대화에 방점이 있음을 분명히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아베와의 잇따른 전화통화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 “지난 7월 17일 제안한 남북적십자회담 및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신문은 “미국 일각의 군사행동 불사론에 한국의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제재 압박 국면에도 남북간 적십자 군사당국 회담은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고 봤다.

문 대통령이 미사일지침 개정,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미국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두 가지 사안을 얘기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신문은 “문 대통령이 국방력 강화 차원의 조치에 필요한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이 바라는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며 “아울러 국내 보수층의 우려도 불식하는 차원도 있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4기 임시 배치를 설명하며 “추가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이 있고 중국의 더 강력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협의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가 북핵·미사일과는 별개의 ‘투 트랙’ 전략임을 부각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 트럼프에 “한반도 전쟁 용인 못한다”]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이날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공조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강조한 반면, 문 대통령은 평화,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실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묻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내가 제안한 대화의 본질은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인도적 조치와 핫라인 복원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 북핵·미사일이 요체는 아니다”고 답했다. 북핵·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남북 대화는 별개의 문제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두면서도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대북 공조에 전보다 한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군사적 대응은 배제하되 다른 형태의 대북 압박에는 적극 나서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한겨레>의 사설은 딴판이다. “'대북 압박'에 치우친 한미 정상 통화” 제목의 사설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적인 대화 내용을 보면 강경 대응 일변도로 흐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설은 “문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고삐 풀린 듯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발언은 남북 평화 기조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 '기사 따로 사설 따로'

반면 <조선일보> 사설은 “두 정상간 통화가 늦어지긴 했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자세는 현 정세에 대한 옳은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과거 진보 정권과는 달리 북핵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평가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가 대북 ‘제재’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있음은 “한반도 두 번 다시 전쟁 안돼 北이 핵 포기 때까지 제재해야”<서울신문>, 文 “한반도서 두 번 다시 전쟁 안돼”<세계일보>, 文 대통령 “한반도서 전쟁은 안된다”<국민일보> 등 대부분의 신문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8월 위기설’을 비롯해 한반도 예상 시나리오는 당분간 긴장과 위기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보인다. 당장 8월 말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전후해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만장일치로 통과한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 제2371호와 관련 북한은 7일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제재결의를 끝끝내 조작해낸 이상 우리는 이미 천명한대로 단호한 정의의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우리를 압살해보려는 무모한 시도를 걷어치우지 않고 경거망동한다면 우리는 그 어떤 최후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층의 대북강경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평화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다. 공포의 핵균형을 통해서 한반도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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