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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세미나KOLOFO 칼럼 제517호

토요일 오전,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코로나 이후, 북한의 식량난 얼마나 심각한가?’라는 제목의 국제세미나. 며칠 전 인터넷으로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의 접속번호를 받았고, 당일 시간에 맞추어 참석했다.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 수십 명이 참석했다. 각자의 집 또는 카페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참석한 사람들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인사를 나누고, 현지의 사정을 소개한다.

발표자인 김관호는 준비한 슬라이드 화면을 넘기면서 북한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할지 분석하는데, 금년 8월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확대될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인상적인 내용은 ‘수확 후 손실량’이었는데, 전체 생산량의 12~14% 정도가 건조 및 가공 설비의 부족으로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내용이다. 발표자는 금년에 약 86만 톤 정도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봄철에 비료를 충분히 수입하지 못하여 제때 비료를 주지 못한 사정과 큰물 피해가 원인이라 했다. 최근 수년간의 식량 사정을 살펴보면 자연재해인 폭염, 홍수, 고온, 가뭄 등이 매년 반복되는 근본적인 문제도 알 수 있었다.

발표자는 농업은 다른 산업과 연계성이 큰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식량안보라는 차원을 넘어 생명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국제기구와 연계한 남북농업개발 협력사업과 남북 사이에 이미 합의된 사업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북한에서 20여 곳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는데, 그 중 북청, 어랑, 숙천은 농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곳이므로 이런 곳에도 관심을 가지자고 했다. 이어서 토론자로 나온 권영경 박사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2014년 500만 톤 생산으로 정점을 찍은 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면서, 2020년에는 지난해에 비해 식량부족이 심각해지고 있고 특히 금년 봄에는 평양에서도 배급이 제한됨에 따라 사재기 현상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토론자들이 순차로 발표하는 사이에 사회자는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소개받은 참석자는 간단히 자기 의견을 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토론자들은 북한에서 김정은이 외부에 지원요청을 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무슨 뜻인지, 아직은 견딜 만하다는 말인지 혹은 소규모의 지원제안에 대한 무반응인지를 잘 판단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 남한에서 정부의 역할과 민간단체의 역할을 나누어 각자 다양하게 접근을 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12시에 마칠 예정이었는데,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어 중간에 빠져나왔다.

주말에 집에서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두 들었고 불편한 점도 별로 없었다. 만일 시내의 행사장에서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했더라면 토요일 하루를 모두 거기서 보내야 했을 터. 코로나라는 환경이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유도한다. 그런 변화가 싫지 않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잠깐 옮기고, 컴퓨터만 켜면 어디든 접속할 수 있는 세상, 새로운 세상의 세미나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착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장차 북한과도 이런 방식의 회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코로나 확산 우려도 없고, 오고가는 데 며칠 씩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좋을까? 북한도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겠지만 일단 화상회의라는 환경에 적응하기만 하면 그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권은민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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