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는 남과 북의 통합을 ‘통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남과 북의 장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왕래를 실현하는 것, 나아가 남과 북의 장점을 잘 섞어서 통합시키는 것을 통일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저는 1990년대 초부터 ‘통일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통일은 남과 북이 분단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고, 남·북의 일방이 다른 일방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며, 남과 북의 장점을 적절히 섞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2006년 젊은 크리스천들과 함께 만든 ‘통일의 새로운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의 기도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제는 우리가 하나 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원합니다. 통일이 새로운 나라가 되게 하시고, 새로운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거룩하고 정의로운 사랑과 평화의 나라,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계를 섬기는 나라, 하나님이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2월 7일 토요일 아침, 저는 김장곤 목사님과 함께 진도의 팽목항으로 향했습니다. 팽목항에 도착하니 늘어선 섬들은 참으로 아름다웠고,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이렇게 아름답고 잔잔한 바다에서 304명의 꽃다운 생명들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작년 4월 16일, 사순절 기간에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당시 저는 사순절을 계기로 매일 새벽기도를 하고 있었고, 특별히 4월 17일 새벽에는 세월호에 탑승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한참을 기도하는데 하나의 장면이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세월호는 옆으로 기울어져 침몰했는데 한반도 모양으로 생긴 거대한 여객선이 앞뒤로 침몰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거대한 배의 거의 반은 바다로 가라앉았고, 나머지 반은 하늘로 들려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침몰장면과 흡사했습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을 목도한 나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 우리나라를 구해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곤 침몰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배를 들어 올리고, 또 십자가를 가져다가 침몰하는 배의 아래에 박기도 했습니다. 한참 동안 사투를 벌이듯 그렇게 하고 기도가 끝났습니다. 그 날 하루는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이튿날 4월 18일 성금요일 새벽, 다시 기도를 하러 갔습니다. 또 세월호와 코리아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한참을 기도하는데 이번에는 침몰하고 있었던, 물속에 잠긴 코리아호의 절반이 배의 양 옆으로 물을 내뿜으며 물위로 들어 올려졌습니다. 이 모습을 보자마자 강이나 바다에서 침례(세례)받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머리와 몸의 상체를 잡고 세례자가 물속에 담그고 다시 끄집어내는 장면. 그때 코리아가, 우리 민족에게 침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침례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새로워지지 않으면, 거룩해지지 않으면 우리 코리아는 침몰한다. 남녘의 5천만 코리아가 아니라 남북한 8천만의 코리아이다. 남과 북, 코리아는 둘이 아니다. 하나의 배이고 하나의 운명공동체이다. 북이 침몰하면 남이 침몰하고, 남이 침몰하면 북도 침몰한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세례, 어떤 새로워짐이 필요할까요?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그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가치가 뒤집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익추구 만능주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주의, 강자와 대세 편승주의’가 이 사회를 뒤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입법부(국회)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 않고, 행법부(행정부)가 만들어진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며, 사법부가 법의 집행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으며, 행정공무원은 권력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부처 이익과 자기 이권에 집중하고, 사법부는 기득권자들의 이해에 따라 잣대를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공익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공공적(公共的)인 것이 모두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사사화(私事化)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치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합니다. 오늘날 남한은 ‘금신주의’(金神主義=황금만능)가 되었고, 북한은 ‘김신주의’(金神主義= 김일성주의)가 되었습니다. 새 코리아, 통일코리아는 ‘금’도 ‘김’도 아닌 ‘모든 인간의 존엄’이 핵심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의 존재 목적에 맞게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입법부, 만들어진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행정부(행법부), 법의 집행을 정의롭게 심판하는 사법부가 되도록 국가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특히 모든 공무원(준공무원)에게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철저히 각인시켜야 합니다. 사사화(私事化)된 모든 것을 공공적(公共的)인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통일코리아를 만드는 과정은 공익을 추구하는 공인(公人)이 공공선을 위해 공공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사회 곳곳에 두루 충만하게 확산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일반 시민들도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과 지역에서 공공재를 생산하고 이를 사회 곳곳에 퍼뜨릴 때 우리가 원하는 나라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오천년 역사를 보면 이것은 일종의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명량(울돌목)을 거쳐 해남을 지나 완도에 도착했습니다. 완도에 도착하니 문화관광해설사인 윤승기님이 마중을 나왔고, 전복양식으로 지역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는 완도를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완도 성광교회의 김 장로님과 함께 통일코리아의 핵심가치와 남북통일과정에서 지역의 역할에 대해, 특히 전라남도의 완도가 평안북도의 곽산군을 결연(연합)대상으로 삼아 기도하며 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청년단체 활동을 하시고 지역특산물을 만드는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김명종 대표님과도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월 8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김효민 목사님이 담임하시는 광주 봉선중앙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다음 세대여,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를 교회표어로 설정한 봉선중앙교회는 참으로 아담하고 은혜로운 교회였습니다. 저는 오후 2시부터 2시간에 걸쳐 ‘통일과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새로운 코리아, 통일코리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5가지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 즉 혼돈과 공허와 흑암의 1단계, 비전과 희망을 갖는 2단계, 회개, 전향, 출애굽의 3단계, 새로운 생활, 새로운 나라의 핵심가치(헌법)를 정립하는 4단계, 강하고 담대하게 새로운 가치(헌법)를 붙들고 나아가야 하는 5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2월 9일 월요일 점심시간에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광주과기대 석좌교수로 계시는 김용덕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서울대에서 역사를 가르쳐주셨고, 결혼 주례를 서 주셨으며, 일본 동경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서 주신 은사님이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사장을 마치시고 광주에 내려와 계셨습니다. 점심시간 내내 제가 어떻게 ‘통일과 하나님’에 헌신하게 되었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서울분이시지만 광주전남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여생을 광주전남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후엔 광주의 예수전도단 지부에서 간사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북한섬김학교 동문회가 열리는 ‘쉼터’로 갔습니다. 북한섬김학교는 지금까지 1년에 2기씩 5기가 배출되었습니다. 박우철 간사님이 책임자로 일하는 북한섬김학교는 광주지역에 있는 600여 탈북민을 비롯한 중국 등지에서 힘들게 생활하시는 탈북민을 섬기는 사역을 매우 훌륭하게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40명 가까이 모여 열기가 가득한 ‘쉼터’에서 저는 ‘하나님의 나라와 새코리아, 통일코리아’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전남 광주의 북한 지역파트너가 ‘신의주, 의주, 피현군’임을 말하고 이러한 지역연합사역에 광주가 앞장 서 주길 당부했습니다.

2월 10일 화요일의 일정은 오전 10시 지역의 중보기도 및 후원모임인 ‘브리스길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0명 미만의 작은 모임이었지만 브리스길라의 구성원들은 매우 강력한 기도일꾼이었고, 이들에게도 ‘하나님의 나라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봉선중앙교회에서 열린 ‘광주 쥬빌리통일기도회’의 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3시간 반에 걸쳐 강연하고 토론했습니다. 이 모임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광주전남의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연합해서 북한 평안북도를 품고 기도하고 교류·협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교회는 핵분열반응이 에너지를 내듯 분열하면서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핵융합반응처럼 연합해야만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연합 없이는 북한의 복음화가 불가능하고, 북한의 존재가 한국교회 연합의 추동력이라는 것입니다.

저녁 7시에는 2007년 북한의 의료지원을 위해 설립된 ‘(사) 선한의료인들’의 정기총회에 도착하여 예배를 드리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통일’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광주’라는 지역에서, 특히 2010년 이후 모든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방충헌 이사장과 조동윤 사무총장 등을 비롯한 여러 의료인들이 북한의 병들어 고생하는 동포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나 값지게 보였습니다.

2월 11일 수요일은 전날에 이어 매우 바쁜 하루였습니다. 오전 7시 조찬모임으로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이자 광주고려인마을 후원회장인 정용화 교수를 만났습니다. <문명의 정치사상: 유길준과 근대한국>의 저자인 정용화 교수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고,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사무총장으로도 일했습니다. 정용화 교수는 제가 한 때 몸담은 정당과는 다른 정당에 속해 있지만 새로운 정치, 통합의 정치 나아가 통일코리아를 위해 함께 동역할 귀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점심시간에는 한때 YWCA에서 활동하신 광역자활센터의 박찬숙 팀장님, 광주YWCA의 서옥희 사무총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YWCA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년에 울산에 갔을 때 울산YWCA 관계자를 만나면서 YWCA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광주에서 다시 YWCA 관계자를 만나면서 유구한 역사와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YWCA가 ‘새코리아, 통일코리아’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는 ‘참여자치21’에 도착했습니다. 사무실에서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 원장님과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인 윤영덕 박사님 등 10여분과 ‘분단 70년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분은 1990년대 이후 ‘통일’이라는 주제가 지역자치운동에서 사라졌고, 거의 20년만에 처음으로 저를 통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코리아의 통일은 단순히 남과 북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남과 남북, 나아가 동북아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나아가 세계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세계를 통일하고 동북아를 통일할 정도의 거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코리아 만민공동회’와 ‘통일코리아 민회’가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참여자치21’에서의 강의가 끝난 뒤 박우철 간사님의 차를 타고 순천에 도착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7시에 순천 동부교회에 도착했습니다. 통일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신 이정환 담임목사님과 인사를 하고 200-300여명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나라와 새코리아, 통일코리아’를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밤 10시경 강의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광주에 돌아왔습니다.

2월 12일 목요일에는 오전 7시 프라도호텔에서 열린 ‘기독실업인회(CBMC) 광주지회’의 조찬기도회 및 포럼 참석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분은 신현구 회장이셨는데, 신 회장님은 20여년 전 제가 국회보좌진으로 활동할 때 다른 의원의 보좌진으로 함께 일했던 분이었습니다. 오랜 친구와도 같은 신 회장님을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고 또 30분간의 강의도 아주 은혜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제주에서의 통일대장정 때도 ‘기독실업인회 서귀포지회’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광주지회에서 강연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통일코리아를 만드는 데 기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조찬모임이 끝난 뒤 바로 순천으로 다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 순천 예수전도단이 동부교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2시간 동안 강연하고 참석하신 분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구례에 들러 영호남에 걸쳐 있는 지리산을 바라보고 화엄사를 찾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엄의 가르침은 서로 대립하고 항쟁을 거듭하는 국가와 사회를 정화하고, 사람들의 대립도 지양시킴으로써 마음을 통일”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이 삼국통일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의상, 원효의 화엄사상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렇다면 오늘날 남과 북, 동북아의 해양과 대륙을 통일할 사상은 어떤 것일까요?

스위스 알프스의 산자락 같은 구례의 지리산을 뒤로 하고 무등산을 가로질러 다시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광주에 머무는 동안 거처를 제공해주신 전 대표님과 함께 저녁을 먹고 김장곤 목사님이 인도하는 ‘The1904’의 모임에 도착했습니다. ‘The1904’는 광주를 복음화한 선교사들의 유업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빛고을광주예술선교학교에서 열린 ‘The1904’의 예배는 매우 독특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께 기뻐 춤춘 것처럼 우리들도 전통악기인 북과 장구 그리고 꽹과리를 치고 태평소, 양각나팔을 울리며 찬양을 드리며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김장곤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기도했습니다. “선교사님들이 자신의 생명을 주면서 우리에게 비추었던 그 빛, 하나님 나라 유업이 이제 광주 가운데서 타오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동과 서의 하나됨, 남과 북의 화해케 하는 빛으로 나아가게 하시며, 또한 한·중·일을 화해케 하는 빛을 발하는 광주가 되게 하소서! 이제 광주가 슬픔이 아니라 기쁨으로 가득찬 도시가 되어 즐거이 춤추며 하나님 나라의 빛을 온 나라, 온 열방에 비추게 하소서!”

광주전남에서의 통일대장정이 2월말까지 계속되고 3월에는 미국 시애틀과 LA에서 열흘간 강의와 간담회를 한 뒤 3월 18일부터 2주간 전라북도 지역에서 통일대장정을 할 예정입니다. 전북지역에서 제가 강의하거나 만나야 할 교회나 단체 또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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