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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와 ‘인정’ 통한 남북한 신뢰 구축이란?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7-8일 서울글로벌센터서 국제학술회의 개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증여’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주최로 7-8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선 인류사의 오랜 외교 도구인 증여를 통해 남북 간 새로운 관계 형성을 시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신뢰의 조건과 평화 프로세스 : 증여에서 인정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에선 대북지원에 대한 이른바 ‘퍼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의했다. 

7-8일 서울 종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신뢰의 조건과 평화 프로세스 :  증여에서 인정으로’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했다.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학술회의는 서울시,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겨레신문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이 후원했다. ©유코리아뉴스

국제사회에서 ‘증여’는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명확한 규칙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인 국제사회에서 증여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냉전 시기의 미소 간 원조 경쟁, 2차 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한 마셜플랜, 국제원조기구의 개발도상국 지원,기후변화, 환경파괴, 세계유산 파괴 등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기금 등이 그 사례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증여가 남북관계에선 ‘퍼주기’로 인식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경묵 신한대 교수는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인용해 “자유롭고 무상인 듯 보이는 증여가 사실상 강제적이고 타산적인 성격을 지닐 수 있다”고 전제하며, “주고-받고-되갚는 의무의 첫 번째 주기에선 ‘퍼주기’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계약관계가 아닌) 모든 증여관계가 가지는 특징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남북한 간 선물교환이 사실상 엄격한 의무를 깔고 있다는 점에선 계약에 가깝다”며, ‘퍼주기’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증여와 계약이 섞인 독특한 형태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퍼주기’란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이 교수는 “남북관계는 발화의 순간에는 완결되지 않지만, 사후의 보증을 가정하고 기대하는 정치적 행위를 의미하는 아감벤의‘맹세’에 가깝다”고 정의 내리면서, “사회적 규칙을 공유하지 않는 남북한은 향후 무엇을 어떻게 주고받고 되갚고 되갚지 않느냐에 따라, 관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그리나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자칫 위계적 선물이 협력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나비스키 교수 역시 마르셀 모스의 이론을 인용해 증여를 위계적 선물과 평등적 선물로 나누고, “위계적 선물은 의존성을 높여 협력을 저해하지만, 평등적 선물교환은 평화와 협력을 도모하는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리나비스키 교수는 “그렇기에 남북한 어느 한쪽이 자선가 역할을 맡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의무를 수반하지 않는 원조는 수여자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런 만큼 남한이 북한에 선물하는 방식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리나비스키 교수는 또 “그동안 선물 증여를 통해 상징적인 인정의 정치를 추구한 현 남한 정부의 정책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것만으로 평화를 유지할 순 없지만, 관계를 신뢰를 키워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은 현재 자국이 평등한 국제관계 속에 있지 않다는 불만을 갖고 계약 밖에 있는 존재로서 인정투쟁을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을 상대로 가역적인 것을 받고 불가역적인 것을 줘야 하는 선물교환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선물이 얼마나 높은 값인지 보여주기 위해 상대(미국)의 코스트를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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