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즐기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의 두 번째 통통(通統)콘서트가 22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렸다. 60여명의 조합원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콘서트 주제는 ‘통일은 대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화두에 대한 공감과 의문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 '통일은 대박!?'을 주제로 한 토크 모습.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대표, 장용석 선임연구위원, 윤희웅 센터장(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에서 전문가들은 ‘통일 대박’론의 이면을 예리하게 짚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조합원이기도 한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은 대박이지만 굉장한 고통을 수반하는 대박”이라며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하지 않으면 쪽박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그런데도 통일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거기에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살짝 끼워넣어서 국민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데 대해서는 화가 난다”고 밝혔다.

반면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박근혜 정부는 전임 두 정부와 달리 임기 첫해에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올해 드디어 어젠다를 포착한 측면이 강하다”고 ‘통일 대박’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윤 센터장은 그러면서 “오랫동안 통일 이슈는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다. 보수진영에서는 안보를 강조했지 평화나 통일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며 “진보진영도 반대할 수 없는 소재인 데다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유용한 어젠다가 바로 통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 역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조합원이다.

“북한에서도 최근 장성택 처형 이후 나빠진 대외 이미지나 내부 문제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풀려고 하는 것 같다. 남북 관계 개선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라는 배 대표의 질문에 장 선임연구위원은 “관계 개선 기대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 근거로는 그동안 남북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을 얘기했지만 앞으로는 남한이 우위에 선 상황에서 협력을 얘기하는 것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면서 장 선임연구위원은 철저한 국익의 입장에서 북한을 대할 때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통일부장관이 지난 16일 북한의 중대제안을 한 마디로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는데 북한의 중대 제안은 한 마디가 아니라 핵전쟁 연습(키리졸브 훈련 등) 중지, 상호 비방 중지, 자신들이 먼저 긴장 완화 조치 취하겠다는 세 마디였다.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북한이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 북한 입장에서는 긴장된 대외관계를 개선해야만 하는 이유가 그렇게 해야지만 투자가 들어오고 대내 정세도 안정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북측이 진정성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 전에 남북이 같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는 것이다. 자본은 이윤만 있으면 지옥에도 가고 이윤이 안나면 천당도 안간다는 말이 있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나빠도 국가적 이익이 있으면 대화를 해야 한다.”

▲ '통일 대박'론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선보인 토크 게스트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유코리아뉴스

통일이 박근혜 정부의 어젠다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어 배 대표가 “통일이 중요한 어젠다 같으면 북한이 지난 16일 이런 제안을 했을 때 우리측이 뭔가 반응을 할 법도 한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런데도 과연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중요한 어젠다로 선정했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윤 센터장은 “원래 어젠다는 목표나 최종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선취함으로써 얻는 정치적 혜택이 많을 때 선택하기도 한다”며 “(통일이라는 어젠다 선취를 통해) 앞으로 박근혜 정권이 안정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전임 이명박 지지층에 비해 박근혜 지지층이 주로 안정된 지지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최근 내놓은 신햇볕정책과 2월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먼저 윤 센터장은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들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엔 평화가 6이고 안보가 4였다면 지난해부터 평화가 4, 안보가 6으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평화 프레임이 안보 프레임에 밀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윤 센터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촉발된 민주주의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에서도 종북 프레임이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것이 신햇볕정책 등 민주당의 정책 변화로 나타난 것”이라고 봤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장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장성택 처형은 절차나 생명권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인권엔 그것만이 아닌 건강권, 교육권, 문화향유권 등이 다 포함돼 있다. 북한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로 북한의 인권기록은 잘 유지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걸 정치화했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포괄적으로 기여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절대빈곤선 아래에서는 정치를 말하거나 이해하는 게 어렵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정치를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시민은 만들어주는 게 진정한 북한인권 아니겠나.”

토크 주제에 대한 청중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한 청중은 “박근혜 대통령의 화두 자체가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과 닮아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으로 계속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대내외적인 불신, 곧 닥칠 유신체제로 인한 위기를 뚫기 위해서 공동성명을 제안한 게 아니었을까”라고 했고, 또 다른 청중은 “현재 통일과 대북관계 주요 이슈의 스피커는 국정원이라고 볼 수 있다. 통일부장관의 백그라운드(배경)를 생각해볼 때 현 정권의 이념적 스펙트럼 안에서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한다는 건 어렵지 않을까”라고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했다.

▲ TED를 통해 통일에 대한 개인적인 꿈을 소개한 박찬훈 변호사(왼쪽)와 조향미씨. ⓒ유코리아뉴스

이밖에도 이날 TED식 강연자로는 법무법인 강호 소속의 박찬훈 변호사가 ‘함께 먹자 함께 놀자 함께 공부하자’를 주제로 탈북자, 나아가 북한 주민과 함께 어울리는 통일 연습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탈북자인 조향미(가톨릭대 식품영양학 3년) 씨는 탈북자들에게 영양을 가리치는 ‘영양 교사’로서의 꿈을 피력해 박수를 받았다. 두 사람의 강연과 토크 내용은 조만간 유코리아뉴스에 동영상으로도 게재된다. 국악찬양 사역자인 김남연씨는 ‘아리랑’ 공연을 통해 남북한이 마음으로, 문화로 하나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번 통통콘서트엔 먹거리(북한 음식)까지 더해져 1회 때보다 훨씬 풍성했다는 평이다. 강연을 한 조향미씨와 같은 탈북자인 엄에스더씨가 한나절을 준비한 함경북도 식 매콤한 두부밥은 콘서트 시작과 동시에 바닥이 났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KBS,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들도 통통콘서트를 취재했다.

▲ 통통콘서트 참석자들이 판소리 찬양사역자 김남연씨의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추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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