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전형적인 ‘대박’이야기는 <흥부전>이다. 모두가 다 아시다시피 흥부는 참으로 착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제비 새끼가 떨어져 다리를 다쳤는데, 이를 흥부가 치료하여 완치시켰다. 강남으로 돌아간 제비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박씨를 물고 왔고, 이를 심어 잘 가꾸었더니 큰 대박이 되었다. 그것을 켰더니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이 나왔다. 대박(jackpot)이 터진 것이다. 이를 안 놀부가 그 결과만을 생각하며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렸다. 그리고 치료해서 날려 보냈더니 돌아온 제비가 또 박씨를 물고 왔다. 그 씨앗에서 대박이 열렸는데, 그것을 켰더니 온갖 괴물들이 나와서 놀부를 괴롭혔다. 놀부의 대박은 쪽박(crackpot)이 되었고 재앙이 되었다. 우리의 전래이야기에서 ‘대박’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일관되게 ‘착한 행실’(善行)을 한 데 대한 선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6일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우리민족에게 대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여 통일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이 사용한 이 대박이라는 표현은 영어로 ‘Jackpot’으로 번역된다. 오늘날 Jackpot은 로또(lotto)로 나타난다. 작년 12월 미국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메가밀리언 로또’라는 것에서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계속 쌓였고, 결국은 미국로또 역사상 두 번째로 당첨금이 많은 6,700억원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샀고 마침내 행운의 당첨자가 나왔다. 수억분의 일 확률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산다. 로또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우선 로또 구입자 대부분은 다른 방식으로는 큰돈을 만질 희망이 없어졌을 때 로또를 산다. 절벽과 절망 속에서 소립자같이 작은 당첨가능성을 가진 로또가 유일한 희망이 되고 그것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이다. 둘째 로또를 사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추첨일 까지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없다.

▲ 지난 1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

그렇다면 박대통령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해서도 강조한 ‘통일 대박’(Korean Unification a Jackpot)은 무엇일까? 흥부처럼 끊임없이 일관되게 북한 동포를 비롯한 모든 한국인들과 주변국민들에게 선을 베풂으로서 주어지는 선물일까? 아니면 놀부처럼 눈앞에 보이는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위해 강압적으로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려 재앙을 불러들이는 행위일까? 아니면 북한이 핵무기를 버리고 변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 남한 주도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어떠한 전망도 없으며, 주변국들도 통일을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소립자같이 작은 ‘통일로또’에 베팅하는 것일까? 로또에 중독되면 자신의 힘과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상의 꾸준한 노력, 피땀어린 각고의 노력과 예리한 통찰력, 전략적 사고는 점점 무시되는 것이 또한 인지상정이다. 결국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대한민국정부는 ‘통일로또’에 기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일상적인 남북관계개선에 필요한 근육과 지적 능력이 약화된 것인가?

우리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은 1월 22일 <통일은 대박!?>이라는 주제로 제2회 통일코리아콘서트 ‘통통’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영국 리즈대학의 한반도전문가인 에이단 포스트 카터(Aidan Foster-Carter)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Jackpot or Crackpot? Park on Reunification’이라는 글을 썼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론은 ‘Jackpot’일수도 있지만 ‘Crackpot’(쪽박=솥을 깬 사람=미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일대박론’이 ‘창조경제론’에 이은 박 정권의 정치적 아젠다일 수 있고, 1972년 10월유신에 활용된 <7.4공동성명>처럼 될 수도 있다. 나아가 ‘통일대박론’이 북한붕괴론과 남북대결론으로 발전해 남북관계가 ‘Crackpot’(재앙)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대박론이 가지는 이러한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 두텁게 형성된, 분단을 당연시하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를 종북좌파로 보는 인식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우리가 잘 이용한다면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이 2014년에 뿌리를 튼튼하게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박(jackpot=lotto)을 기대하며 기다릴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것이다. 기쁨으로 수확할 것을 기대하며 울며 씨를 뿌리는 것이다. 흥부처럼 모든 사람에게, 원수같은 북한과 일본에게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착한 행실을 하는 것이다. 서독처럼 우리자신이 먼저 새사람, 새코리안이 되어 북한과 주변국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다. 한발 한발 힘들지만 기쁘게 통일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통일코리안(United Korean)의 길이다.

배기찬(통일코리아협동조합 대표)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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