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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70주년에 우리가 해야 할 일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인명살상과 재산피해, 산업시설의 파괴는 참으로 컸고, 전쟁으로 인한 상흔은 아직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가시적인 폐허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전쟁을 직접 경험한 1세대의 심리적 상처는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상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을 지경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부를 누린다고 하지만, 삶의 터전과 재산을 상실당했던 월남가족이나 이산가족의 고통은 생각만 해도 안타깝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언제까지 방관하며 지나칠 수 있을까?

월남가족과 월북가족, 이산가족들 가운데 1세대는 대부분이 고령의 나이가 되었고, 다수는 이미 죽음의 강을 건넜으며, 살아 있는 가족은 죽음의 그림자에서 멀지 않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13만 3300여명인데, 지금 5만 3800여명만 살아 있다. 살아 있는 그들의 남은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하늘을 사무친다. 이제 남북 당국자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의 상시적인 길을 열어야 한다. 이 일은 유엔의 제재나, 주변국의 눈치와는 상관이 없으며, 관광과 연계해서 당장 실행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발발 후 3년이 지나서 정전(停戰) 협정을 맺었는데, 그것이 곧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終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전이란 말 그대로 전쟁을 쉬는 것이며, 정전 중의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거나 비화할 수 있는 시간일 뿐이다. 때문에 정전협정에 머물지 말고, 전쟁을 기어이 끝내겠다는 종전선언을 의지적으로 맺어야 한다. 나아가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평화협정은 더욱 절실하다. 그래야 비로소 전쟁연습도, 대량살상무기의 구매나 개발도 중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한반도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핵무기이다. 북한의 핵무기만 남한과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핵우산 정책 아래 있는 핵무기 역시 북한과 중국 등을 못지않게 위협한다. 한편 북한의 핵무장은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이 목적인데, 남북관계든 북미관계든 원활한 관계를 위해서는 북한의 국가안보와 관련해선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전쟁연습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성장과 관련해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각종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며, 활발한 경제교류를 모색해야 한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래로 북미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도 어렵다. 서로의 요구만 팽팽하다. 그나마 협상 테이블조차 펴지 않고 있다. 북미관계에 한해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먼저 이행했는데, 미국이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북한은 리비아처럼 당할 것이라 두려워한다. 반면에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먼저 이행했는데 북한이 상응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력히 응징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자가 약자를 품어야 한다. 약자에게 강자의 요구를 먼저 들으라는 것은 폭력적인 무장해제가 될 수 있지만, 강자가 먼저 배려하면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관계를 푸는 실마리는 여기에 있다.

사실 대량살상, 상호공멸의 핵무기는 누가 소지했느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문제이자 위협이다. 이제 세계는 핵무기를 개발해서 새로 무장하려는 국가에 대해서만 제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핵을 무장한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을 멈추도록 해야 하고, 이왕에 배치된 핵무기조차 감축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결국에는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역사를 보면, 개발된 무기나 배치된 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이제 우리는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70년 만에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의 심정을 헤아리며 정전협정 70년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정종훈/ 연세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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