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월드비전과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국회외무통일위원회, 통일부 등이 후원한 <대북농업개발협력 포럼>이 개최됐다. “통일시대, 남북이 상생하는 대북농업개발협력사업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월드비전이라는 세계적 구호단체가 주관하고 통일부 류길재 장관이 축사를 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대북 인도적 지원 및 협력사업의 핵심 분야로 농업을 꼽았고, 그 주체를 국제기구 또는 해외 NGO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하나로 북한의 농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즉 “(유럽의) NGO들과 또 한국의 NGO들이 힘을 합해서 북한의 농업이라든가 또는 축산업, 이런 것을 지원한다면 이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라든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에 이어 2월 6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개선을 위해 농·축산·산림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농축산자재를 지원하고 공동영농 시범단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주체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국제기구 및 유럽 등 해외 NGO와의 긴밀한 협력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대북농업협력의 주체 중 하나는 월드비전이다. 국제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설립됐다. 전 세계 99개국에 4만5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NGO단체이다. 현재 월드비전은 UN과 그 산하 기구인 UNHCR, WHO, WFP(세계식량계획) 등을 파트너로 하고 있다. 한국 월드비전은 북한에서 기아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1994년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1998년 북한의 식량 부족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농업개발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 중에서 씨감자, 채소, 과수, 토양, 농업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했고, 최근에는 북한 농촌마을을 개발하는 종합지역개발모델인 ‘꽃피는 마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성격을 띤 월드비전이 주최한 ‘대북농업개발협력사업’ 토론회에서 류길재 장관은 축사를 통해 농업협력의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남북 주민간의 접촉면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람과 사람, 지식과 기술, 마음과 마음이 소통해 이질성을 줄이고 동질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성공적 협력기반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내실을 다지고, 이것이 산업 및 환경분야의 협력으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것. 셋째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즉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 유럽 NGO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들과 협력한다는 것이다. 류 장관은 이렇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는 농업협력이 아래로부터 주민이 협력하는 첫 번째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북농업개발협력 포럼 직후 참석자들이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류 장관의 축사에 이어 조동호 교수가 <북한경제 현황과 전망-농업이 북한 경제에 비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그는 최근의 북한경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즉 성장과 붕괴가 공존하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거시적인 경제는 대체로 호전되고 있고, 경제-핵 병진노선에 의해 북한은 경제에 더욱 강조점을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대내적으로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펴서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하고 분권화를 이루며, 대외적으로는 경제특구, 관광특구를 통해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에서 꼭 필요한 외부자원은 결국 남한으로부터 올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남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고 유화적인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농업분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북한을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비판이 아니라 비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도 진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조동호 교수의 발표에 이어 이용범 서울시립대 교수가 <국내외 NGO 대북농업사업 성과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북한농업개발협력사업 현황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리고 토론에는 권태진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굿파머스의 장경국 회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연구위원, 한국농어촌공사 북한연구센터의 최강원 센터장,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센터의 곽강수 박사, 농림축산신품부 농업정책과의 서해동 과장, 통일부 인도지원과의 지승우 과장이 참여했다.

배기찬 기자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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