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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이 ‘김여정 하명법’?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대북전단 금지법’)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대북전단 살포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정은 폭압 체제 수호법” 제목의 조선일보 15일자 칼럼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 “문명국가이기를 거부하는 법”, “김정은 체제 수호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 이사장은 “북한을 짝사랑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북한의 폭압 체제를 지켜주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폭거”라며 “김여정의 협박을 대한민국 헌법보다 더 높이 받들고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팽개치고 억압하는 김정은 편에 서는 반인도적 입법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김정은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정부와 여당을 맹비난했다.

천 이사장은 “통일 이전 단계에서 북한 내에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낼 핵심적 수단이 외부 정보 유입”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할 길을 차단하는 것은 2500만 동족을 세계 최악의 폭압 체제하에서 노예처럼 영원히 살아가라고 저주하는 반민족 행위”라고고 했다.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대북전단 금지법).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했다. YTN 뉴스화면 캡처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제정으로 북중 국경을 통해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USB를 북한에 반입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인에게 물품을 전달해도 처벌을 받는다’고 보도했지만 통일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우리 영토·영해 등에서 살포한 전단 등이 제3국 영공·영해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에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며 “제3국을 통해 물품을 단순 전달하는 행위는 본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또 “2008년 18대 국회에서부터 대북전단 살포 규제를 위한 입법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왔다”며 “소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사실과 다른 프레임을 씌워 왜곡하고 비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태”라고 반박했다.

천 이사장은 또 이 법이 모든 사람의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19조, 표현의 자유, 정보를 접수하고 전달할 권리를 규정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국제규약’) 제19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제 인권 단체들은 분명 이 문제를 유엔에 제소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유엔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반인도 범죄의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민일보>에 실린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의 ‘대북전단금지법이 조약 위반인가’ 제목의 기고는 이 국제규약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표현의 자유권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르고, 그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 21조와 22조는 각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초빙교수는 “국내 헌법과 국제규약의 차이점은 조약이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의 존중’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 추가적인 경우도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정안의 조약 위반 여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타인의 권리 또는 명예의 존중,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 초빙교수는 그러면서 “이는 사실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가장 적합한 판단 주체는 접경지역 주민과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해 왔다. 강원·경기 접경지역 10개 시장·군수들로 구성된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6일 “대북전단이 살포되는 접경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안전을 위협받으며 살아왔다. 법률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접경지역에서 남북평화를 위해 기도해 온 종교인들도 지난 10일 대북 전단 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월요평화기도회 목사모임과 천주교 의정부교구 민족화해 사제모임 등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4.27 판문점선언의 합의를 저버린 행위로 북한군의 포격을 유발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는 원인 제공 행위”라며 대북전단 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접경지역 종교인들 “대북 전단살포 금지법 환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본회는 줄곧 대북전단살포가 남북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의 합의를 깨는 행위이며, 결국 남북 간 상호신뢰 회복과 화해를 가로막는 반평화, 반통일적 행위라는 것을 지적해 왔다”며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대북전단살포는 금지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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