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원장 최진욱)이 개원 23주년을 기념해 8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경제‧국제 분야의 통일 전문가들이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발제 요약문 보기).

▲ 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 학술회의 모습.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토론 패널로 나선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주민들의 체감 경제는 더욱 악화됐다”고 최근의 북한 상황을 밝히면서 “이 여파로 큰돈을 가진 세력이 대거 숙청돼 무역상을 비롯한 상인들이 위축됐다. 또 전력 부족이 심화돼 단동‧신의주에 가면 상점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게 충전기와 소형 발전기라 한다”며 북한 내부의 침체된 민생경제를 설명했다.

이에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는 북한식 경제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김정은의 4대 중점 경제방향(관광 활성화, 해안 개발, 외자 유치, 체제 밖 경제 모색) 중 ‘체제 밖 경제’ 모색에 주목했다. 조 연구위원은 “기존 김일성 김정일 체제하에서 경제 개혁 및 경제특구 개발은 실패했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는 실패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전략을 모색했고 그게 바로 체제 밖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이 부분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유코리아뉴스

한편, 조 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3대 제안 중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부분에 대해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을 개성공단 중심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내 인터넷 및 휴대폰 사용을 실현해서 북한 근로자들도 이용하게 하고, 출퇴근 교통 시설을 확장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의 삶 향상을 위한 경제 지원과 협력사업’이란 주제발표에서 대북지원이 민간보다는 북한 당국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활발하게 진행되던 대북지원과 협력이 2010년 5‧24 조치 이후, 사실상 일순간에 중단됐다. 그런데 최근 다시 북한주민들을 위한 지원과 협력이 중요한 아젠다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여기서도 역시 ‘딜레마’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딜레마의 원인으로 이 연구위원은 ‘접근권(Accessibility)’을 주목했다. 북한당국이 외부세계와의 ‘접근권’을 철저히 독점하고 통제하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이용해 북한당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을 정권 유지와 강화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 지원의 기본 딜레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연구위원은 “대북경제지원과 관련된 북한당국의 경제적 역량의 확대 범위 자체를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면서, “이런 방법은 북한당국이 경제지원과 관련해 가져가는 몫을 줄이거나 중간에 가로채지 못하게 막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남북간 직접 지원보다 국제기구 및 룰을 통한 우회 지원이나 다자적 지원의 틀 속에서 상업적 지원과 비상업적 지원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나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다자간 경제협력 사례를 들면서 다음과 같은 까칠한 질문을 던졌다. ‘다자간 경제협력이 과연 통일에 얼마나 크게 도움이 될 것인가?’ 장 교수의 답변도 이어졌다. “다자간 경제협력 사업이 통일에 긍정적이란 이유만으로 수익성과 관계없이 무리하게 추진되어선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나 러시아와의 가스관 건설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수익성 여부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 교수는 또 “중국이 있는 한 대북 제재만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면서 “북한에 새로운 생각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가 전면에 나설 수 없으므로 국제사회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다음 단계인 비전코리아프로젝트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처음 제안한 북한이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도록 돕겠다는 건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며 “이게 성사되면 북한의 개혁‧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통일 준비 역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통일연구원 주최‘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 학술회의는 1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9시간 가까이 시종 진지한 가운데 진행됐다. ⓒ유코리아뉴스

한 청중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선결과제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라고 적힌 장 교수의 발제문 내용을 지적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서 의문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1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6시까지 9시간 동안 시종 진지한 가운데 열렸다.

성상현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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