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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두 국가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지난해 12월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

북한은 정말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일까? 그렇게 봐야 할 것 같다. 김정은의 발언 이후 곧바로 통일전선부 등 대남 사업 기구들 정리에 착수한 것, 김정일 때 세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한 것, 그리고 김정은의 발언 이전에도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호칭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불허하며 ‘외무성’ 이름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 등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 변화에 대해 남북 화해를 추구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적대적인 대북관을 가진 윤석열 정부의 등장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미·중, 미·러 대결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따른 북한의 생존전략이라는 데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북한은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대 중국, 특히 대 러시아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정상화로 가는 길을 접고,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남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거기다 적대적인 대북관을 가진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오히려 북한의 이 같은 전략 변화에 더욱 등을 떠미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이 같은 북한의 ‘두 국가론’에 대해 국내의 진보, 보수 양쪽에서 아직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두 국가론을 수용할 수 없다는 진보·보수 쪽은 이를 반통일적·반민족적인 관점이라고 비판하고, 두 국가론을 수용할 수 있다는 진보·보수 쪽은 이를 현실적·평화적이라고 옹호한다. 필자는 두 국가론이 반통일적·반민족적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현실적·평화적이라는 데 공감한다.
남북 두 국가론은 우리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현실이 되어 왔다. 대만-중국처럼 1국가 2체제의 양안관계가 아니라 유엔에 각각 가입한 2국가 2체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물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지만 그건 남북간의 통념이었고 국제사회에서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였다. 그걸 이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관계로, 거기다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돌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남북이 수년 내에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통상적인’ 두 국가 관계로 들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휴전선은 국경선으로 바뀌고, ‘북한’까지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도 바뀌고, 여기에 근거한 국가보안법, 북한이탈주민지원법도 개정이나 폐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이라는 이름을 단 기구나 단체들은 간판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상적인 두 국가관계가 더 깊어져서 수교로까지 나아간다면 여권을 가지고 북한에 여행을 가거나 유학 또는 취업을 가는 것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북한을 거쳐 중국, 몽골, 러시아로의 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이다.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일 때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두 국가 관계’에서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남북이 두 국가가 된다고 해서 한 핏줄, 한 역사, 한 문화를 공유한 한민족이라는 사실까지 부정될까? 그렇지 않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이든 잠깐의 민간 교류에서 서로가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경험해 왔다. 남북이 두 국가로써 서로 대등하게 교류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공감을 더욱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간의 공감과 평화가 무르익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어느 쪽에서든 ‘통일’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굳이 통일이 아니어도 만족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그때에 가서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맡겨두면 된다. 통일 이전 동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평화·통일 단체들이 할 일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막혀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이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인지 성찰하고 모색하는 것이다. 남과 북 각각이 국가임을 인정하는 두 국가론에서 평화를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성원/ 평화통일연대 동북아평화교육원

김성원  op_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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