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출신 1호 국회의원 조명철. 그를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간 김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5.24조치 등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먼저, 북한인권법에 대해 조 의원은 “인권법이 인권법다워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인권문제를 생명권 중심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인권에는 생명권이 분명히 포함되지만, 북한의 이념적, 제도적, 행정적, 정책적 요소들이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생명권 보전을 위한 인도적 지원만 주장하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조 의원은 인권법 논의에 있어 기록보존소 설치, 인권활동가 지원, 국제형사재판소 제소에 대한 부분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법은 조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법안으로, 12년 9월 제안돼 현재까지 여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외통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 의원은 또, 12년 7월 국회연구모임인 통일미래포럼을 출범시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세미나, 간담회를 열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5.24조치 해제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 조 의원의 주장이다. 남북교류·협력 문제도 북한인권과 연결시켰다.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교류·협력은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한 채 남북관계 진전을 말한다는 건 그야말로 국민을 속이고, 문제 해결이 아닌 현상에 안주하겠단 발상에 불과하다. 북한에는 핵, 미사일, 군사 등 우리 민족의 공멸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더 중요한 건 인권문제다. 대화나 교류 협력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 북한이탈주민 출신 1호 국회의원 조명철.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 대해 조 의원은 검찰과 국정원의 수사방식과 관련해 불법적이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유우성씨 사건은 정확한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미 판결에서 과정은 불법임이 밝혀졌고, 절차상의 많은 문제점들이 국민들에게 노출됐다. 이미 판결로 나온 사항이다. 간첩 잡기는 필요하지만, 그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선 절대 안 된다.” 그러면서도 간첩의 존재는 부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우리 사회 안전을 위해 간첩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단, 문제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해야 된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로 또 다시 ‘색깔론’이 확산된 데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과거 70·80년대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쳤던 진보진영 인사들이 이제는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방어 논리로 내세운 게 ‘색깔론’, ‘종북몰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북한 체제의 이념과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거다. 그때마다 진보진영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일부 사람들이 방어 논리로 내세운 게 바로 색깔론이다. 색깔론으로 방어하기 이전에, 그들이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으로 북한을 본다면 아무 문제가 없고, 색깔론으로 공격당할 이유가 없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현재 북한인권법이 외통위 계류 중이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아직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수차례 회의를 통해 이 법안을 통합·조정해 대안을 만들고자 애쓰고 있으나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기본적으로 인권법이 인권법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법다운 인권법이 뭔가?

야당은 인권문제를 생명권 중심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인권에는 생명권이 분명히 포함되지만,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념적, 제도적, 행정적, 정책적 요소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요소들이 먼저 해결돼야 생명권이 보장된다고 본다. 반면, 야당은 시급한 생명권을 위해 지원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남북관계가 해소되고, 점차 인권도 풀린다는 거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정치·이념·제도·행정에 대한 노터치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당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거다.

두 번째, 여당은 기록보존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 유린자들에 대해 정확히 기록을 하고, 그 사건의 경위를 정확히 조사를 해야 한다. 인권유린은 인권 유린을 하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한다. 북한에는 인권 유린을 하는 사람들이 당기관, 안보기관, 군기관, 행정기관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록보존소는 인권 유린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세 번째, 여당은 인권활동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내외에 알리는 사람, 그걸 비판하는 사람, 해결을 위해 국내·외적 연대활동을 통해 압박하는 사람, 그러면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나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인권단체, 인권활동가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이 없으면 누가 인권문제를 해결하겠는가. 누가 문제 제기를 하겠는가. 그래서 이런 단체나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정부가 하자는 거다. 그런데 야당은 그걸 반대를 하고, 언급조차 안한다. 그건 핵심을 빼먹는 것과 같은 거다.

마지막으로 여당은 인권 유린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건 유엔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야당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민생을 다루자는 얘기다. 여당은 이를 단호히 반대한다. 야당은 우리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이번 19대 국회 하반기에는 좀 더 적극적인 대화를 펼칠 예정이다. 허나 국회에서 진전이 없으면, 국민적인 여론과 양심에 호소하려 한다.

-여야간 의견 차가 큰 것 같다. 조 의원은 인권법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원내대표, 부대표, 외통위 위원 등 야당의 주요 국회의원들을 두루 만나 설득했다. 인권법이 통과돼야만 하는 이유를 가지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설득할 때는, 북한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이며,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는 걸 강조한다. 그리고 많은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고, 증언활동을 사회에 알리는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세미나, 간담회, 북한자유주간과 같은 행사 등 여러 활동을 통해서 분위기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법 외에도 5.24 조치 문제가 남북문제에서 큰 이슈다. 최근 통일 관련 전문가들도 5.24조치 해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5.24조치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5.24조치 해제를 반대한다.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한 채 남북관계 진전을 말한다는 건 그야말로 국민을 속이고, 문제 해결이 아닌 현상에 안주하겠단 발상에 불과하다. 북한에는 핵, 미사일, 군사 등 우리 민족의 공멸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더 중요한 건 인권문제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수용소를 운영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은 내정간섭이라며 싫어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야당의 입장대로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나 교류·지원을 실시해선 안 된다. 따라서 북한이 가진 가장 심각한 문제를 당당히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 그 다음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 대화나 교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북한이 변해야 된다는 걸 꾸준히 설득하고, 비판과 압박을 가해야 한다. 야당은 북한의 핵, 미사일,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교류·협력만 외치면서 그게 마치 또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속이면 안 된다.

원래 진보는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상징성이 있었다. 허나 지금의 진보진영의 사람들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는 거다. 진보 진영이 북한 체제의 이념과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거다. 그때마다 진보진영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일부 사람들이 방어 논리로 내세운 게 바로, 색깔론이다. 색깔론으로 방어하기 이전에, 그들이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으로 북한을 본다면 아무 문제가 없고, 색깔론으로 공격당할 이유가 없다. 이거야말로 이젠 정말로 끝장을 내야 한다.

조명철 의원이 북한인권법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정치권에서 한동안 색깔론, 종북몰이에 대한 말들이 많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성택 처형에서도 봤듯, 북한은 잔인한 국가이고, 인권유린 국가이다. 현재 해외에는 몇 십만 명의 탈북자들이 떠돌아다닌다. 그들이 다 증인이다. 증인 한 명만 있어도 재판에서 채택되는데, 수십만 명의 증인이 있음에도 그걸 외면하는 북한이다. 북한을 당당히 비판하고,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 문제에 대한 말조차 못하는 진보라면, 과거에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사람과 정신은 어디 갔냐는 거다.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이탈주민과도 연결된다. 1심,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까지 간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유우성씨 사건은 정확한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미 판결에서 과정은 불법임이 밝혀졌고, 절차상의 많은 문제점들이 국민들에게 노출됐다. 이미 판결로 나온 사항이다. 간첩 잡기는 필요하지만, 그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선 절대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분단체제에 살고 있고, 분단체제 아래에서 우리가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가 처한 현실이 있다.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적대적인 관계는 이념과 사상으로부터 출발하고, 거기서 제도와 정책 등 여러 가지 충돌상황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중단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고, 공식적인 발표도 없다. 여전히 대남 책동 기관이 존재하고, 거기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또,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천안함, 연평도 도발과 같은 수많은 적대행위를 하고 있고, 탈북민이나 목사를 유인해 납치하고, 해외 테러까지 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탈북자들 속에 간첩들을 집어넣기까지 하고 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까. 우리 체제, 우리 국민의 안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첩을 반드시 잡아야 된다. 특정기간만이 아니라 사회와 안보기관과 주민 모두가 함께 잡아야 한다. 단, 문제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해야 된다는 거다.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나. 앞으로의 각오는?

나는 최초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 건 남북이 하나로 가라는 메시지이다. 하나로 가려니 많은 지뢰들이 있다. 현재 분단체제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 외에도 군사 대치 등으로 인한 엄청난 분단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남북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10위권의 경제대국이나 북한은 제일 못 사는 나라다. 그걸 해결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 국민만이 아닌, 북한주민과도 함께 고민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거다. 그리고 내 뒤를 이어 다른 탈북민에게 바통을 전달하고, 계속해서 이어나가면서 속도와 질이 올라갈 것이다. 그 각오로 하는 거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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